스포츠 중계,
이제는 뉴미디어로

스포츠 중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OTT 플랫폼이 스포츠 중계에 나서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스포츠 중계 콘텐츠는 새로운 형태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글.    김헌식

스포츠 중계 문화의 키워드

예전에는 큰 TV를 두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스포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을 응원했다. 2000년대 즈음에는 호프집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응원을 하기도 했다. 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에 국한되지만 전광판 화면 속 경기를 보고 광장에서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스포츠 중계 문화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국가 대항전, 그리고 엘리트 스포츠. 국가와 국가 사이에 경기가 있을 때, 특히 일본과 벌이는 전쟁과도 같은 경기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경기 결과에 따라 그 긴장감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전쟁과도 같은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국민 대부분은 스포츠 경기를 보지 않는다. 실제로 평소 스포츠를 즐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생활 속에 스포츠가 없고 오로지 국가 대항전에서 이기기 위한 엘리트 선수 위주의 정책이나 미디어의 흐름이 계속됐다.

OTT가 치고 올라오는 스포츠 중계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스포츠를 다른 형태로 즐기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인데, 먼저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점을 짚어 봐야 한다. 토종 OTT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중계에 나서는 상황이다. 티빙은 올해 월 이용자 수(MAU) 1,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OTT가 1,000만 명을 기록한 적은 없다. 토종 OTT에게는 계획도 없던 꿈의 수치다. 티빙이 1,000만 명을 자신 있게 내세우는 이유는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 중계 때문이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를 독점한다. 국내 스포츠 가운데 가장 팬이 많은 것이 프로야구다.
더구나 독점적 유료에 자신감이 배어 있다. 티빙을 통해 유료로 제공하는데, 포털 사이트 등에 재판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PC나 모바일을 통해 프로야구를 시청하려면 최소 월 5,500원 이상의 구독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광고 사업 성장세도 예상할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광고 효과는 대단하다. 또한 기존 프로야구 리그 중계 때도 공수 교대 또는 경기 진행 시 중간마다 광고가 송출되어 시청자가 광고를 시청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티빙도 광고 요금제를 프로야구 중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티빙 가입자의 20~30%가 광고 요금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통해 프로야구 중계로 광고 사업 성장세가 예상된다. 현재 달성한 유료 가입자 수 400만 명을 넘어 올해 500만 명을 기록해 하반기 안에 손익분기점(BEP)을 넘긴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포츠 콘텐츠가 갖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이렇게 토종 OTT가 스포츠 중계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글로벌 OTT 넷플릭스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반응은 괜찮았다. 쿠팡플레이 앱 월 이용자 수(MAU)가 급증한 바 있는데, 이 배경에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제58회 슈퍼볼’,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등의 중계가 깔려 있다.
한국 프로축구(K리그)도 개막에 맞춰 해외에서도 이용자 수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제시 린가드가 FC서울에서 K리그를 뛰기 때문에 해외 팬들이 독점 중계하는 쿠팡플레이로 몰릴 것이 예상된다.

오히려 재밌어, 색다른 입중계

이렇게 독점 중계방송을 하면, 즐길 여지가 제한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플랫폼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입중계’ 방식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입중계’는 실제 경기 화면과 소리는 제공하지 않은 채 경기를 보는 출연진의 반응과 해설만을 송출하는 인터넷 방송을 일컫는다. 경기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 뉴미디어 플랫폼 외에는 저작권 때문에 경기 장면을 자신의 콘텐츠에 사용할 수 없게 되니 하나의 우회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입중계를 하는 이들은 현장 화면과 소리를 제공하지 못하기에 오로지 말로만 경기 상황을 전한다. 이 때문에 진행 포맷은 라디오 중계방송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솔직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기존 방송에서 제한된 표현을 하던 캐스터나 해설위원도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당연히 이용자들과의 소통도 자유롭다. 그만큼 스포츠 경기를 앞에 두고 이용자들과 공감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셈이다. 감정과 의견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이 할 수 없던 장점이 깃들어 있다. 진행자들도 자신들의 개성이나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으므로 팬덤 형성까지 가능하다. 재미있는 대목만 따로 편집해 리액션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스포츠 중계는 새롭게 진화하는 중

2040 직장인들이 바쁜 일과 후 퇴근길과 저녁 식사 시간대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점에 주목해 제작한 것이 tvN SPORTS 유튜브 ‘퇴근길 LIVE’인데,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때는 무려 새벽 4시에 방송을 했다. 16강전이 4시경에 끝났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라이브 시청자에 8만 명 이상이 몰리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더구나 한국 축구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120분 연장전과 승부차기 혈투 끝에 상대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화제성을 갖기에 더욱 충분했다. 중계방송과 다른 점은 인터뷰다. 특히 승부차기 선방을 한 ‘빛현우’ 조현우 선수 인터뷰가 이뤄질 때, “눈이 부시다”며 선글라스를 낀 배성재 캐스터와 김환 해설위원의 모습이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 선수가 사우디아라비아 3, 4번 키커의 슈팅을 연이어 막아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방식은 플랫폼이나 콘텐츠 포맷에서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국민과의 소통과 진정성일 것이다. 최대한 온전히 누리게 할 때 더 발전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을 쓴 김헌식은 문화평론가이자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이다. 고려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 문화정책을 공부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미디어, 문화, 사회 관련 평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문화로 읽는 세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