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조명우 선수와 만난 당구 동호회 인생큐운명의 큐처럼
행운 같은 오늘이 다가오다

3쿠션 세계 최강자 조명우 선수가 당구 동호회 인생큐 회원들의 일일 선생님이 되었다.
‘팬심’을 담은 질문을 통해 알찬 팁을 전수받은 인생큐 회원들은 오늘을 영광스럽게 보관한다.

글.  임산하      사진.  황지현

진지하게 열의를 불태우는 인생큐 회원들

당구를 치다 보면 무게, 균형, 팁 등이 맞는 큐를 만나게 된다. 그것도 딱 한 번. 운명의 상대를 만나듯 큐가 나에게로 오는데, 이는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같은 일이다. 그래서 ‘인생큐’. 오늘 조명우 선수와 만난 당구 동호회의 이름이다. 당구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이들은 2021년경부터 함께하기 시작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모여 서로에게 당구를 가르치고 또 배운다. 서대문구청장배, 강북구청장배 등의 대회에서 값진 성적을 거두었고, 팁 제조사 ‘아이엠팁’의 후원도 받는 중. 이들은 매일 같이 노원구의 ‘인생큐 공방’에서 열의를 불태우는데, 인생큐 공방의 사장이자 초대 회장은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이다. 실제로 그는 프로당구(PBA) 최연소 선수를 만드는 데도 조력한 실력자인데, 바로 김영원 선수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따뜻함은 자연히 인생큐 회원들에게도 전해져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된 배려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단 한 가지 있으니, 누구나 가입할 수는 없다는 것. 실력보다도 인성을 중시하여 가입 심사가 까다롭다고 말하는 이창근 회장.
“저희는 심사 기간이 약 3개월 정도 돼요. 그 기간 동안 사람을 보죠. 실력은 이후에 함께 배우고 고민하며 얼마든지 익힐 수 있어요. 그러나 인성은 그러지 않거든요. 게다가 당구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중요하잖아요.”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인 만큼 서로에게 자극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특히 3쿠션 세계 1위에 빛나는 서울시청 직장운동경기부 당구팀 조명우 선수를 만나는 만큼, 이 시간을 더욱 진지하게 보내고자 다짐하는 이들이다. 계속해서 3쿠션 연습을 하며 서로 고민을 나누는 모습에서 그 마음이 엿보인다. 그렇게 당구대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한창 열의를 불태우던 그때, 인생큐 공방의 차임이 울린다. 조명우 선수가 입장하는 그 순간, 인생큐 회원들의 얼굴에 설렘이 어린다. 박수를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조명우 선수도 쑥스럽다는듯 인사를 건넨다. 그러고는 큐케이스를 열고 준비를 하자마자 바로 눈빛이 바뀐다. 이제 시작이다.

팬심을 담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인생큐 회원들의 일일 선생님으로 나선 조명우 선수. 오늘 회원들은 당구를 치며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는 시간을 갖고, 뒤이어 간단한 미니 게임도 진행한다. 그런데 조명우 선수를 사이에 두고 선 인생큐 회원들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앞서 이소윤 회원이 “세계적인 선수를 만나는데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라고 했던 말이 문득 스친다. ‘짝사랑’과 ‘재채기’처럼 숨길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팬심’이 아닐까. 너무 좋아서 순간 얼어 버리는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이들이 얼마만큼 당구에 진심이고 또 오늘을 기다려 왔을지 느껴진다.
마침 정현태 회원이 용기를 내어 질문을 던진다. “샤름엘셰이크 3쿠션 월드컵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호흡을 가다듬고 쳤던 공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시 한 번 보여 주실 수 있나요?” 당시를 회상하며 공을 배치하는 정현태 회원. 공을 보자마자 “제가 이걸 쳤다고요?”라며 스스로도 놀라는 조명우 선수다. “기회는 3번 드릴게요”라며 회원들이 그를 안심시키지만, “5번은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라며 농담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완벽한 3쿠션을 보여 주는 그다. “지금 이 자리가 경기 때보다 더 긴장되네요”라고 하지만 세계 챔피언의 면모에는 흔들림이 없다. 다들 어떻게 친 건지 덧붙여 묻는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공이 알아서 돌다가 맞으라고 세게 쳤어요.” 물론 이는 정확한 계산과 자신감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 이어 “조명우 선수 하면 파워샷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두껍게 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라며 동시에 질문이 터진다. “비율로 답변을 드리자면 키스 때문이 60%이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기 때문이 40%예요.” 조명우 선수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는 이 시간, 인생큐 회원들의 질문을 듣다 보니 이들의 일상에는 언제나 조명우 선수가 함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당구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이고, 조명우 선수를 빼 놓고는 결코 당구를 논할 수 없기에.

영광스럽게 펼친 일대일 당구 경기

조명우 선수의 당구 팁을 들으며,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인생큐 회원들. 다음은 조명우 선수와 함께하는 미니 게임이다. 인생큐 회원 중 3명이 조명우 선수와 경기를 치를 예정. 질문 시간에 열심이던 정현태 회원과 이소윤 회원, 여기에 본래 겨루기로 했던 김종호 회원 대신 이창근 회장이 참여한다. 사실 김종호 회원은 인생큐 내에서도 알아주는 조명우 선수의 ‘찐팬’으로, 오늘의 만남을 너무나도 고대했다고 한다. 저녁에 시작한 이번 클래스에 혹여나 늦을까 봐 퇴근 후 땀을 뻘뻘 흘리며 숨 가쁘게 뛰어 왔을 정도. 그런데 경외하는 선수와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린다고 극구 손사래를 치는 그다. 조명우 선수가 날카로운 자세로 게임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에게서 순수한 진심이 전해진다.
세 번의 게임은 모두 조명우 선수의 승리로 끝났다. 중간중간 “이기면 어떡하죠?”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던 회원들이지만, “실은 정말 떨렸어요”라고 속마음을 전하는 이들이다.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다는 이소윤 회원. 강북구청장배 겸 연맹회장배 당구대회에서 3등에도 올랐던 그에게는 조명우 선수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저력이 보이기도 했다. 오늘의 경험이 다음에 출전할 당구 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을까. 어쩌면 승리보다 값진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너무 즐거웠습니다”라며 환히 웃는 정현태 회원. 그는 몇 년 전, 강동구 길동의 DS 빌리어즈 당구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조명우 선수를 만나 두 게임을 친 적이 있단다. 인상 깊었던 당시를 기억하는 그에게 오늘 새로운 추억이 하나 더 쌓였다. 끝으로 “손이 나가지 않을 만큼 긴장됐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습니다”라는 이창근 회장은 진심을 다해 덧붙인다. 너무나도 영광이었다고.
조명우 선수도 오늘의 소감을 전한다. “사실 여러 사람 앞에서 당구를 치는 건 좋아하는데, 말하는 건 조금 어려워요. 그런데 계속해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말을 끝내고 돌아서려는 조명우 선수 곁으로 회원들이 큐케이스를 들고 선다. 하나하나 사인을 하고 난 뒤, 조명우 선수는 특별히 김종호 회원에게 당구장갑도 선물한다. 실력도 마음도 세계 랭킹 1위인 조명우 선수와 함께한 당구 동호회 인생큐 회원들. 단 몇 시간으로 이들의 실력이 급성장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적어도 이들이 다시금 당구에 대한 열망을 깨우고, 열정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