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러닝전도사와 함께!봄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

봄의 문턱에서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변덕을 부린다. 누그러진 바람에 옷차림이 가벼워지려고 하면, 이내 맹렬한 겨울 추위가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우리를 움츠러들게 한다. 계절과 계절 사이 서둘러 봄을 맞을 채비를 마친 사람들이 있다. 겨우내 굳은 몸을 깨우기 위해 안정은 러닝전도사가 다섯 명의 러너들과 한강에 떴다.

글.  조서현      사진.  황지현      영상.   최의인

Running Influencer
우리가 러닝을 사랑하는 이유

요즘 러닝은 스포츠이자 트렌디한 문화이다. 두 발로 도심의 속살을 구석구석 누빌 수 있는 데다, 현실에 치여 복잡해진 머리를 비우는 데에도 그만이고, 운동화만 있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너도나도 ‘달리는’ 추세다. 서울에서 가장 달리기 좋은 곳은 단연 한강공원일 터. 그중 잠수교와 세빛섬을 품에 안아 색깔이 뚜렷한 풍경을 그려내는 반포한강공원에 다섯 명의 러너들이 모였다.
“어제까지 눈이 많이 와서 정말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러닝을 하루 앞둔 날, 때아닌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따르면, 웬만해선 러너들을 막을 수 없다! “야외 운동이라고 해서 꼭 날씨가 좋아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리기도 하고, ‘폭우런’이라고 비를 맞으면서 달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 은근히 스트레스가 풀린다니까요”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의 눈빛에서 묘하게 설렘이 느껴진다.
오늘은 서울 곳곳을 마음껏 누비는 러닝 동호회 ‘썬데이서울 러닝크루’와 ‘알로그’에서 활동하는 러너들을 만났다. 알로그의 대장 장선웅 씨는 “2024 서울마라톤을 준비하는 중에 이렇게 함께 뛸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뜻깊어요”라며 기대감을 내비친다. 러닝을 향해 꼭 같은 크기의 애정을 드러냈지만, 사실 이들의 경력은 천차만별이다. 모자, 장갑, 선글라스까지 챙겨 쓴 모습에서 러너의 포스가 제대로 느껴지던 성상현 씨(썬데이서울 러닝크루)는 ‘11년 차 러닝 고인물’이라 자신을 소개한다. 반면 조형빈 씨(알로그)는 6개월 차 신입 러너로서 열정이 가장 물올랐을 때란다. “오늘 저녁에는 크루 정기모임이 있어요. 잠실에서 달릴 예정인데, 체력 안배를 잘 해 봐야죠”라며 1일 2러닝의 계획을 전한다. 송지영 씨(썬데이서울 러닝크루)는 출산과 육아로 한동안 운동을 멀리하다 이제야 다시 시작하는 단계인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말과 달리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러닝을 향한 열정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을 위해 안정은 러닝전도사가 일일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다. 함께 달리는 것은 물론, 마라톤 완주의 팁까지 건넬 작정이다. 함께 달릴 동료이자 선생님의 등장에 다섯 사람의 눈이 더욱 빛난다.

  • 러닝도 기초가 반이다

    러닝은 말 그대로 ‘달리는 운동’이지만, 간단하다고 해서 무작정 시작하면 안 된다. 특히 오늘처럼 날씨가 궂을 때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은데, 첫 번째는 준비 운동이고, 두 번째는 복장이다. “운동하다 보면 땀이 나니 얇은 옷 하나만 입고 달리는 분들이 많은데, 환절기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게 좋아요. 장갑이나 모자도 꼭 챙기고요.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럴 때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까요.”
    ‘하나 둘 셋 넷’ 안정은 러닝전도사의 구호에 맞춰 발목부터 손목, 허리까지 천천히 돌리며 굳은 근육들을 깨운다. 러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달려 나가기 전, 송지영 씨가 질문이 있다며 운을 뗀다. “육아 때문에 한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근육이 다 빠진 것 같아요. 이제 막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괜찮을까요?” 그의 말에 안정은 러닝전도사는 같은 경험이 있다며 공감한다. “저도 그랬어요. 중심 잡기조차 힘들었고, 폼을 다시 올리는 데도 시간이 걸렸죠. 처음부터 욕심내기보다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시작해 보길 추천해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면 금세 예전처럼 달릴 수 있을 거예요.”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송지영 씨. 다른 러너들과 열을 맞춰 저만치 사라지는 뒷모습이 꽤나 즐거워 보인다.

계절을 만끽하는 확실한 방법, 러닝

달려 나간 길을 되돌아오는 이들의 표정은 설렘이 보람으로 바뀌어 있다. 움츠러들었던 어깨도 활짝, 표정도 활짝 핀 걸 보니 다섯 사람이 뿜어내는 열정의 온도에 추위도 그 기세가 꺾인 듯하다. “준비 운동만큼 중요한 게 회복 운동입니다. 달리는 동안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스트레칭은 필수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꼭 찬물로 샤워하길 추천합니다. 따뜻한 물로 씻을 때보다 근육이 더 빨리 회복되거든요.” 안정은 러닝전도사의 말에 러너들은 팔과 다리를 쭉쭉 늘이며 스트레칭 삼매경에 빠진다.
봄은 러닝의 계절이다. 3월부터는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수시로 열린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는 게 쉬운 일은아니지만, 단순히 ‘완주’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준비를 하며 달린 수백, 수천km로 만들어 낸 값진 결과라 생각하면 한 걸음 더 달릴 힘이 생긴단다. 게다가 30분 이상 달리다 보면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감싸는데 그런 ‘러너스하이’를 상상하는 것 또한 좋은 원동력이 된다고.
러너들에게 서울은 천국이다.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을 ‘코스’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달리기 좋은 길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안정은 러닝전도사는 하늘공원을 꼭 달려 보라고 얘기한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그곳에서 푸르른 하늘을 어깨에 걸치고 달리다 보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앞서 최선영 씨(알로그)가 “러닝은 차창 밖으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게 매력이에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로지 두 발로 내가 원하는 길에, 내가 원하는 목표에 닿길 바란다는 응원으로 러닝 클래스는 끝이 났다. 하지만 러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서일까. 그 누구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는다. 두둥실 떠오른 마음에 서둘러 꽃이 핀다. 발걸음을 재촉해 달려간 그곳에 봄의 소식은 아직이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이미 봄바람이 살랑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