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까?

e스포츠를 향한 대중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최 예정인 파리 올림픽에서는 e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시켰다.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 때문인데,
e스포츠가 담고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제대로 논의하는 첫걸음부터 제대로 떼야 한다.

글.    최은경

대중의 관심을 받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속 e스포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7개의 세부종목이 화제였고, 게이머라는 직업이 확인됐으며, 한국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의 경기를 관람하려는 젊은이들의 e스포츠 열정이 눈에 띈 것이다. 또한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현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된 e스포츠 선수들도 있었다.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V로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한 김관우 선수는 40대였고,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단체전에 참가한 선수들은 10대 때부터 국내외 프로 대회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활동해 온 선수들이었기에 e스포츠 팬 사이에선 군 면제보다 e스포츠를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슈였다.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역사가 깊은 올림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평소 그 종목을 좋아하고, 각종 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대중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즉, 올림픽은 스포츠를 매개로 지구촌이 국적, 인종, 성별, 계급, 빈부, 종교의 벽을 넘을 수 있고, 평등, 공정, 희생, 협동 같은 정신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에 모든 스포츠가 바라는 꿈의 무대가 된다. e스포츠도 예외가 될 순 없다.

첫걸음은 e스포츠 종목에 대한 이해

2023년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경기연맹(IF) 그리고 게임 퍼블리셔들이 함께 개최한 제1회 올림픽 e스포츠, 즉 글로벌 버추얼(VR) 시뮬레이션 스포츠 대회는 가상스포츠의 재미와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댄스, 모터스포츠, 사격, 사이클, 야구, 양궁, 요트, 체스, 태권도, 테니스 종목에 참가한 선수들은 VR 전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렀는데, 보통의 스포츠 대회 풍경과 다른 게임 축제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미디어와 기술이 가득했다. 최근 올림픽 개최국들이 새로운 종목을 도입하며 변화와 흥행을 고민하는 상황이라, 디지털 장비와 온라인 기술을 허락하는 올림픽의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e스포츠가 올림픽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e스포츠를 제외시켰다. e스포츠가 폭력적이고, 운동선수의 신체적 능력을 요구하지 않아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공식이유였다. 사실 이러한 비판과 우려는 늘 e스포츠를 따라다닌다. 예컨대 e스포츠가 비폭력적이고, 선수의 신체성이 중요한 스포츠라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인데, 이것은 e스포츠가 게임의 폭력성과 비신체성 안에서 여전히 해석되고 있다는 현실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e스포츠의 발전 역사와 사회문화적 함의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고, e스포츠의 올림픽 편입을 맹목적으로 부추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만든 오해와 편견의 결과라 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e스포츠의 역사와 발전을 고려할 때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e스포츠 종목이 무엇이 있는지 그 질문에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IOC는 e스포츠 종목과 대회 생태계적 특징을 다층적으로 이해해야 e스포츠 종목 중 어떤 게임을 올림픽 종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논의할 수 있다.

신규 종목 발굴과 공정한 대회 운영,
아마추어 선수 양성과 프로 선수 교육
지원 등 e스포츠는 현실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e스포츠의 성장을 위한 시스템의 동행 필요성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e스포츠란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다양한 게임물이 단일 혹은 복합종목 리그로 개최되도록 시장과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PC와 온라인 기반의 비디오 게임물이 e스포츠 산업의 모태가 되면서 지난 20년 넘게 모바일, 콘솔, VR, AR, XR 게임 시장과 전통 스포츠 시장에 큰 영향을 주면서 미래 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신규 종목 발굴과 공정한 대회 운영, 아마추어 선수 양성과 프로 선수 교육 지원 등 e스포츠는 현실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e스포츠는 게임물이면서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인식과 인정은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글을 쓴 최은경은 한신대학교 e스포츠 융합전공 대학원 교수로 있다. 서울교육청 인정 고등학교 첫 e스포츠 교과서 ‘e스포츠 실습’, ‘e스포츠 선수 심리’의 주집필인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