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거꾸로 보자
해양 오염의 원인에서
해양생태계의 파수꾼으로

매년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막대한 양의 해양 쓰레기가 발생하는 가운데,
그동안 해양레저스포츠인은 해양 폐기물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바다에서 즐거움을 누리며 남긴 흔적들이 해양 생태계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워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해양레저스포츠 인구와 해양 쓰레기 발생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글. 조남용 해양문화 활동가

바다에 남겨진 레저의 흔적들
최근 해양수산부 자료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13만 2천 톤 의 쓰레기가 수거되었다고 한다. 이는 매일 25m 올림픽 규격 수영장 을 하나씩 채울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육지에서 생산, 소비된 다양 한 제품은 제 기능을 다하거나 파손, 교체, 유기, 배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문제는 바다로부터의 제거량이 바다로의 유입 량과 격차가 커질수록 해양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연쇄 적으로 육지를 포함한 지구생태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생산, 소비된 물품은 생활, 산업, 유통의 과정에서 제품과 그 포장에 투입되는 비용을 낮추고 판매를 통해 얻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 능하며, 잘 파손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바다 를 찾는 레저 인구도 빠르게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낚시, 스노클링, 프 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수중촬영, 카약, 보트, 요트 등이 있다. 한편 바다는 어업, 관광, 문화, 물류, 스포츠 등 생활, 산업, 유통 등이 활발 한 현장이고, 우리는 육지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 현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쌓여가는 해양 폐기물
해양레저 인구의 증가와 해양쓰레기와의 관계는 대략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막대한 낚시인구가 남기는 흔적이다. 낚싯줄, 납 봉돌, 미끼 포장재, 낚싯바늘은 수거되지 않은 채 바닷속에 남아 생태계를 위협한다. 특히 납은 해양 생물이 섭취했을 때 중금속 오염으로 이어지고, 폐낚 싯줄은 바닷새와 돌고래의 목을 감아 죽이는 ‘보이지 않는 덫’이 된다. 그런데 수중 바위 틈에 걸려 끊어진 낚시줄이나 봉돌, 바늘을 무슨 수 로 다시 건져 올릴 수 있겠는가. 미끼 포장재와 상자를 나름대로 가방 에 챙겨두어도, 갑작스러운 강풍에 날아가 버리면 손쓸 도리가 없다. 곁에 놓아둔 커피 캔이나 음료병 역시 파도와 바람에 휩쓸려 순식간 에 바다에 빠져버리곤 한다. 심지어 몸을 숙이다 떨어뜨린 자동차 열 쇠나 휴대전화, 모자와 선글라스조차 분실시 수거가 불가능한 상황에 서, 바다에 남겨지는 레저의 흔적들은 늘어만 간다.
둘째, 수상 및 수중 스포츠 과정에서의 훼손이다. 경솔한 핀 킥(Fin Kick) 하나나 해저 착지가 수십 년간 자란 산호를 부러뜨린다. 또한 자 외선 차단제에 포함된 옥시벤존 성분은 산호의 백화 현상을 가속화하 고 해양 생태계를 교란한다. 탄력있고 백옥같은 피부를 원하는 만큼 물놀이도 하고 싶다. 때로는 구릿빛의 피부를 위해 태닝도 한다. 자외선 차단제와 태닝 오일을 고를 때 가격과 유통기한, 기능도 꼼꼼히 확 인한다. 그러나 제조 성분은 비교적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가격과 기 능이 만족스러우면, 성분은 큰 차이 있을까 싶은 것이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제품의 성분이 종국에는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게 악영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셋째, 레저와 관광을 위한 선박 운항 문제다. 보트, 제트스키, 요트 등 은 기름 유출과 소음 공해를 유발하며 민감한 연안 서식지를 무분별 하게 가로 지른다. 즐기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바다에 가해지는 부담 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이제 해양생태계의 파수꾼으로
이제 시선을 한 번 뒤집어 보자. 바다를 잘 알고 좋아하며 즐기는 사람 을 누구인가? 바로 해양레저스포츠인들이다. 1968년, 미국의 육상 높 이뛰기 선수 딕 포스베리가 포스베리 플롭(배면뛰기)에 성공한 것은 기존의 방식(엎드려뛰기, 가위뛰기)으로는 좋은 기록을 낼 수 없었기 에, 자신의 신장과 무게 중심의 위치를 고려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한 결과였다.
과거에는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을 해양폐기물을 양산하는 원인으 로 간주한 경향이 컸다면, 여기에 덧붙여 앞으로는 해양폐기물 감소 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거꾸로 된 관점’이 필요하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쓰담낚시’는 낚시를 하면서 주변 해안의 쓰 레기를 함께 줍는 활동으로, 국내에서도 자발적 동호회 중심으로 빠 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이버들은 그물에 걸린 폐어구와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에코(그린)다이빙’에 나서고 있으며, 카약커들은 연안을 누 비며 수면 위 부유쓰레기를 직접 건져 올린다.
수중촬영가들은 해저의 변화를 가장 먼저 목격하는 사람들이다. 한 장 의 사진, 한 편의 영상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정책을 움직이는 촉 매가 된다.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생태계를 지키는 힘이 되는 것이다. 해양레저스포츠 커뮤니티는 이제 취미를 넘어서, 조직력과 현장 접근 성을 갖춘, 가장 효과적인 해양 환경 파수꾼이 될 수 있다. 딕 포스베 리처럼 발상을 뒤집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바다를 바 라보는 방향과 지치지 않는 시도다. 바다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 는 사람이 바다를 살릴 수 있다. 그 실천은 지금 우리 각자로부터 시작 된다.

글을 쓴 조남용 해양문화 활동가는 다양한 생명이 어울려 사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되는 파라스쿠바(장애인스쿠바), 오션비질(해양폐기물수거및모니터링), 코랄세이프가딩(해양보호생물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공익법인 (사)제주해녀문화연구원에서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