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가족을 꼭 안아주세요
옥시토신의 신비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해 다짐을 한다. 다이어트 3kg, 금연, 아침 운동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정작 우리가 가장 먼저 돌봐야 할 것은 몸보다 마음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진다. 그 마음 건강의 중심에는 관계 그리고 옥시토신이 있다.

글. 전용관 교수

사랑과 관계의 호르몬, 옥시토신(Oxytocin)

옥시토신(Oxytocin)은 흔히 ‘사랑의 호르몬’, ‘출산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의 사회적 유대, 공감, 신뢰, 심리적 안정까지 폭넓게 관여한다. 옥시토신은 우리 몸 전체를 순환하며 뇌, 자궁, 심장, 장 등 여러 기관의 수용체와 작용하는데,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과도한 분비를 억제하고, 심박수를 안정시키며, 몸속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치매, 암 예방에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친밀감, 유대감, 공감을 높여주는 작용도 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을 흡입한 사람은 타인에게 더 호감을 느끼고 그를 친절하다고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새로운 관계의 형성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밀접한 관계의 친밀도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출산과 모유 수유 때 특히 많이 분비되지만, 사실 우리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충분히 만들어진다. 가족을 꼭 안아주는 포옹,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손을 잡고 걷는 산책, 식탁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시간, 함께하는 운동과 고른 호흡. 이 소박한 순간들을 통해 우리 몸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누군가를 믿을 수 있다는 느낌 혹은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 이 사람 곁에 있으면 괜찮다는 안도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생각들. 이 모든 것이 올라갈 때 옥시토신 수치가 함께 높아지고 그 기능이 활성화된다.

옥시토신 부족 시대(Hypooxytocism)

때문에 서로를 꼭 안아주고, 함께 웃고, 손을 잡아주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우리 뇌와 몸의 옥시토신 분비능력과 기능은 점점 감소한다. 예전에는 여러 세대가 한 집에 모여 살았다. 부엌에서는 늘 밥 짓는 냄새가 났고, 식탁에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핵가족을 지나 1인 가구, ‘핵개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더욱 윤택해졌는지 모르지만,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옥시토신 부족 시대(Hypooxytocism)’에 접어든 것이다.
옥시토신은 식습관, 즉 장내 세균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밀키트나 편의점 음식 등 초가공식품을 먹는 현대에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고 옥시토신 분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러한 식습관은 1인 가구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1인 라이프 스타일이 개인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 첫 다짐으로 ‘몸무게 3kg 감량’보다 ‘가족을 하루에 세 번 꼭 안아주기’를 먼저 적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색해도 괜찮다. “새해에도 우리 잘 지내보자”, “오늘도 수고했어” 한 마디와 함께 단 5초라도 꼭 안아주면 된다.
가능하다면 모든 가정에 3-3-7 운동을 권장하고 싶다. 일주일에 세 번은 함께 식사하기, 세 번 함께 산책하기 그리고 일곱 번 감사하다고 말하기. 산책을 위해 꼭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집 근처 공원이나 골목길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천천히 걷기만 해도, 우리 뇌와 몸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다시 학습하기 시작한다. 만약에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세 번 친구 혹은 직장동료와 밥 먹기, 함께 하는 운동 최소 세 번 다니기(요가, 필라테스, 그룹 운동 등) 그리고 일곱 번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하기. 이것만 해도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해를 여는 이 작은 포옹 한 번, 함께 걷는 한 걸음이 마음과 몸을 동시에 지켜주는 가장 따뜻한 옥시토신 처방이 될 것이다. 우리 몸은 원래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살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글을 쓴 전용관 교수는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과와 인공지능대학원 그리고 연세암예방센터 교수로 봉직 중이다. 유전과 환경이 어떻게 질병을 유발하고, 운동이 이를 어떻게 예방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다. 전반적인 신체와 뇌 기능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에 주목하여 연구를 이어왔다. 저서로는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다나파버암센터에 교환교수로 재직하며 쓴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와 『옥시토신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