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운동몰입과
모자란 운동중독으로
건강 지키기
운동은 인간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안겨 주지만, 중독은 병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운동중독’은 상반된 두 단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의 의미로 좋은 것도 과하면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운동중독을 긍정적인 몰입으로 발현할 수 있을까?
글. 권성호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1975년 긍정심리학자인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그 느낌은 마치 어떤 ‘flow(흐름)’에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과 같으며, ‘최고의 감정’, ‘최상의 즐거움’, ‘행복한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운동에 몰두할 때 우리는 절정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다음에도 운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자기목적적 경험(Autotelic Experience)’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격언에서처럼 우리가 운동에서 최고의 감정, 최고의 만족을 지나치게 추구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최근에 불고 있는 웰빙 열풍,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열망, 건강에 관한 관심의 증대로 운동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 운동선수가 무색할 정도로 운동에 몰두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처럼 지나칠 정도로 운동에 몰두하여 조절이 잘되지 않는 현상을 운동중독으로 볼 수 있다.
운동중독은 운동의 내성과 금단증세에 의한 자기통제능력 상실로 설명할 수 있다. 운동할 때 예전과 같은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아 더욱 강도를 높인다면 ‘내성’이 생긴 것이다. 더 나아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며 죄책감까지 느낀다면 이미 ‘금단’ 증상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상생활을 대처해 나가는데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고, 운동이 중단되었을 경우 우울, 불안, 분노 등과 같은 금단증세를 경험하는 2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면 운동중독에 이를 수 있다. 운동에 중독된 사람들은 운동이 삶을 지배하여 인생의 다른 선택권을 제거하고, 운동 외적인 부분을 부수적이며 하찮은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운동중독자들은 건강, 경력, 사람과의 관계와 같은 삶의 다른 영역에 대해 방해를 받더라도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참여를 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날씨, 주변 여건, 피로나 신체적 고통 등에 상관없이 매일 운동을 한다. 운동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부정적인 탐닉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회적 활동과 업무능력이 떨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운동에 대한 강한 욕망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으며, 생활의 다른 부분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속 운동을 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운동중독으로 인한 신체 건강의 문제는 또 다른 병증을 야기하게 된다. 특히, 관절질환은 운동중독이 일으키는 합병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발목염좌가 생겼는데도 치료하지 않고 계속 운동했을 때 ‘발목외측인대 불안정증’이나 ‘연부조직 충돌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작은 충격에도 발목을 쉽게 접질리거나 만성적으로 통증이 오는 공통된 증상이 있다.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관절이 파괴되고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질환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운동중독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운동을 할 때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며, 극심한 운동을 한 후에 갑자기 멈추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심장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흉통을 느낄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울렁거림, 어지럼증을 느낄 때, 가슴에 느껴지는 증상이 등·어깨·목·턱· 팔로 이어질 때는 즉시 운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운동중독이 두렵다고 운동을 외면할 수는 없다. 적당한 운동은 우리 몸에 유익한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폐활량을 늘리고 혈액순환을 증진시킨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신체능력 범위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운동중독을 예방하려면 우선 자신의 운동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비만으로 건강의 위험신호가 와서 체중 감량이 시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 3~5회, 1회에 1~2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서 해야 하며,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하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운동 후 몸에 통증이 있을 때는 반드시 운동량을 줄이고 심할 때는 쉬어야 한다. 또한, 과훈련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운동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중독의 심각성에 비해 운동중독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치할 수 있는 완벽한 측정 도구나 프로그램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운동중독 판정을 받는가 하면, 운동중독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건강하게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하고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운동참가나 지속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운동중독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운동중독으로 빚어지는 문제들을 피해 가기 어렵다.
앞으로 더 많은 운동중독자가 생겨날 수 있음을 가정할 때, 운동중독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설정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중독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스포츠학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글을 쓴 권성호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스포츠심리학을 전공으로 교육과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운동선수의 최상수행을 위한 심리컨디셔닝 연구와 Physical Activity를 Exercise 개념에 입각하여 이론과 실제를 적용함으로써 ‘신체활동의 운동화(運動化)’라는 새로운 영역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위 원고는 『스포츠심리학원론』(권성호 지음, 레인보우 북스, 2024)에서 일부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