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어’를 스포츠로 채우다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골반·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인 이른바 ‘코어 근육’은
일상생활과 스포츠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패션에도 소위 콘셉트라 부르는 ‘코어’가 존재하며 요즘 ‘패션 코어’의 중심을 스포츠가 채우고 있다는 것.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포츠 패션 콘셉트
세 가지를 살펴보자.
글 . 강진우
축구팀의 유니폼을 패션 아이템으로 삼는 블록코어룩이 유행이다. 여기에서 블록(Bloke)은 영국에서 주말마다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이나 펍(Pup)에 모이는 축구 마니아를 지칭하는 일종의 신조어다. 여기에 ‘코어룩’을 붙인 축구 유니폼 패션이 최근 트렌드의 중심에 우뚝 선 것이다. 영국의 23세 인플루언서 브랜던 헌틀리는 2021년 12월 26일, 파란 축구 유니폼에 청바지, 아디다스 운동화를 매칭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에 ‘Hottest Trend of 2022: Blokecore’라는 제목을 붙여 SNS에 업로드했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26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해당 SNS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돼 일종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축구 유니폼에 자신만의 아이템을 섞은 패션을 선보였으며 이러한 흐름은 블록코어룩의 유행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8월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가 데뷔곡인 ‘어텐션(Attention)’ 뮤직비디오에 저지 유니폼을 입고 나오면서 블록코어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딜 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일상 패션으로 거듭났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팀 상의를 입었다고 해서 맹목적인 동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그저 디자인이 예뻐서 그 축구 유니폼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40~60대의 표상과도 같았던 등산복도 일상 패션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등산복을 일상적으로 입는 고프코어룩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코어룩 앞에 붙은 고프(Gorp)는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섞은 믹스넛의 일종으로 특히 캠핑 여행 등을 할 때 체력 보강을 위해 먹는 간편식을 의미한다. 연예인 주우재는 바람막이 재킷을 같은 원단의 카고바지와 매칭하며 고프코어룩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마마무 문별은 등산화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신은 패션을, 배우 류준열은 반바지에 바람막이 재킷을 맞춰 입은 ‘남친룩’을 선보이며 세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근 패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에서 자주 보여 일명 ‘성수동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고프코어룩의 인기는 최근 몇 년간 성장이 주춤했던 아웃도어 업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례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A사와 B사의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7.1%, 12.5%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도심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착용 가능한 기능성 워킹화를 출시하는 등 제품군 확대에 힘쓰고 있다. MZ세대도 멋과 기능성을 겸비한 아웃도어 제품에 열광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고프코어룩을 연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산에서나 볼 법한 온전한 형태의 ‘등산복룩’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능성 아웃도어와 일상 패션 아이템을 적절하게 매칭해야 진정한 고프코어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블록코어룩과 고프코어룩이 SNS의 영향력으로 인해 유행의 길로 들어섰다면 발레를 모티브 삼은 발레코어룩은 이들과 결을 달리한다. 최근 여성 MZ세대 사이에서 발레가 취미로 급부상했다. 필라테스와 발레를 결합한 소위 ‘발레 필라테스’ 학원까지 등장했는데 이러한 인기는 패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블랙핑크 제니와 트와이스 나연 등이 발레복을 연상시키는 무대 의상을 즐겨 입으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요컨대 발레코어룩은 취미로서의 발레와 패션으로서의 발레가 절반씩 결합된 끝에 탄생했으며 봄‧여름 시즌을 맞아 파스텔톤의 여성스러움을 추구하는 패션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발레코어룩을 구성하는 패션 아이템은 의외로 다양하다. 발레리나가 착용하는 망사 소재의 풍성한 치마 ‘튀튀(Tutu)’를 닮은 샤스커트, 발레리나처럼 발목까지 내려 주름지게 신는 니삭스, 끈으로 발목을 묶고 굽이 없어 발레슈즈를 연상시키는 메리제인 신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긴 머리를 리본 끈으로 땋는다면 그야말로 발레코어룩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발레코어룩을 입을 때도 완벽하게 발레리나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후드티 같은 캐주얼한 상의와 샤스커트를 매칭한다든지 메리제인 신발에 두꺼운 헤어밴드를 착용하는, 그야말로 과하지 않은 아이템 활용이 발레코어룩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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