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다리 이야기

한강은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가로지며, 충청북도, 경기도, 서울시에 걸쳐 흐른다.
발원지 검룡소에서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까지 길이 49km, 하상폭 1~1.5km, 유수폭 300~1000m,
수심 2~5m. 서울 한강 위에 놓인 다리만 29개다.

글 .  곽동운

서울 한강 위에 놓인 29개의 다리

오늘도 사람들은 한강을 분주하게 넘고 있다. 강남과 강북을 가르며 자연 장벽이 될 수도 있는 한강을 현대인들은 손쉽게 건넌다. 문득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한강을 나룻배가 아닌 교량을 통해 건너갔을까? 1900년 한강철교가 부설되면서부터다. 1899년에 경인선이 개통됐는데 당시 출발역은 노량진역이었다. 다음 해에 한강철교와 함께 경성역이 준공됐고, 1900년 7월에 ‘경성역~인천역’이 완전히 개통한다. 경성역은 나중에 서대문역으로 불렸는데 지금의 서울역과는 다른 곳이다. 한강철교는 기차만 다닐 수 있는 철도 전용 다리였다. 지금이야 교통카드만 있으면 간편하게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 수 있지만 구한말에 살았던 사람들이 손쉽게 오갈 수 있었을까? 일반 사람들도 편리하게 한강을 넘을 수 있게 된 건 1917년부터였다. 이때 한강 인도교라 불렸던 한강대교가 개통됐다. 이후 서울은 확장을 거듭했고, 한강의 다리도 더 많이 건설됐다. 그럼 서울의 한강에는 몇 개의 다리가 있을까? 총 29개다. 팔당대교(남양주시~하남시)처럼 경기도와 경기도를 잇는 다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런 다리를 두고 서울시에서는 ‘시계외 교량’이라고 부른다. 외에 강동대교(서울시 강동구~경기도 구리시)처럼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을 잇는 다리는 ‘시계 연결 교량’이라고 한다. 한편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구리시를 잇는 고덕대교(가칭)가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등 앞으로도 한강 다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량의 종류

˙순수도로교량 | 자동차만 다니는 다리이며 한강에는 19개가 있다.(가양대교, 월드컵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노량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잠수교, 한남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잠실대교,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
˙철도교량 | 기차만 다니는 다리이며 한강에는 2개가 있다. (당산철교, 한강철교)
˙철도-도로 병용 교량 | 자동차와 기차가 같이 다니는 다리이며 한강에는 3개가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오갈 때 건너는 영종대교를 제외하고 서울시에만 있다. (동호대교, 청담대교, 잠실철교)
˙시계 연결 교량 |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한강에는 5개가 있다. (구리암사대교, 강동대교, 마곡철교, 방화대교, 행주대교)

정보 제공: 서울특별시 도시교통실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운영 기간 4~10월(11월부터 중단) 평일 12:00, 20:00, 20:30, 21:00, 휴일 17:00, 19:30, 21:30 추가 가동
동작대교: 지하철과 자동차가 함께 경주한다?

동작구 동작동과 용산구 이촌동을 잇는 동작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도로 병용 교량이다. 푸른색 아치가 인상적인 동작대교는 1984년에 준공됐고, 그다음 해에 지하철 4호선이 개통한다. 동작대교 위로 푸른색으로 도장된 4호선 전동차들이 자동차들과 경주하듯 달리게 됐다. 전동차와 자동차가 한 공간에서 나란히 주행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무척 이색적이다. 그래서 동작대교는 영화나 TV 광고의 단골 다리로 등장했다. 미끄러지듯 전동차가 달리고, 그 옆으로 자동차가 경쾌하게 주행하는 모습을 주인공이 미소 지으며 지켜보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나? 동작대교의 남단은 ‘동재기나루(銅雀津, 동작진)’라고도 불렸던 동작나루가 있던 곳이다. 동작역 4번 출구로 나오면 국립현충원으로 갈 수 있는데 중간에 이곳이 동작나루였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옛날 나룻배로 동작나루를 건넜던 사람들은 남태령으로 향했고, 과천에 당도할 수 있었다. 삼남(충청, 전라, 경상) 지역으로 먼 길을 떠나야 했던 이들도 동작나루를 이용했다. 동작나루는 조선 제22대 국왕인 정조대왕이 화성 능 행차를 행하기 위해 건넌 곳이기도 했다. 왕의 신분으로, 나룻배로 한강을 건너지 않고 임시로 배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넜다. 배다리는 정약용 선생이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이 배다리가 동작대교의 시초일지도 모른다. 현재 동작대교가 놓인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이가 오갔던 교통의 요지였던 셈이다.
수많은 발걸음에 필자도 빠질 수 없었다. 동작대교 남단에 있는 구름카페와 노을카페로 향했다. 구름카페는 동쪽, 노을카페는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동작역과 가까워서 접근성이 무척 좋다. 2009년에 오픈한 두 카페는 몇 년 전 재정비를 한 후 야경 명소로 재탄생했다. 한강은 당연하고, 남산은 물론 국립현충원을 품고 있는 서달산까지 파노라마로 볼 수 있으니 한강 전망 ‘맛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의도와 가까워서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편하게 볼 수 있는 명당으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동작대교는 수도권 전철 4호선 철도교를 중심부에 두고 양쪽으로 3차선 도로로 이뤄진 철도-도로 병용 교량으로 한강 다리 중 11번째로 개통됐다
2023 한강 달빛 야시장은 4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일요일에 열린다
반포대교와 잠수교: 다리 위에 뜬 무지개를 보았는가?

필자가 도보여행가라서 그럴까? 한강에 있는 다리들을 걸어서 넘기 편한 순으로 분류한 적이 있다. ‘편함’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1.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 2. 보행로가 넓어야 한다.
‣ 3.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다.
위 세 가지 조건에 의하면 가장 쉽게 넘을 수 있는 다리는 잠수교다. 잠수교는 보행 공간이 넓어 주행하는 자동차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남단 쪽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는 버스정류장이 있고, 북단 쪽인 용산구 서빙고동에는 경의중앙선 서빙고역이 가까이 있다. 더군다나 잠수교는 795m로 한강 다리 중 가장 짧다. 이런 이유로 잠수교는 걸어서 넘을 수 있는 최적화된 한강 다리임에 틀림없다.
잠수교 바로 위로는 반포대교가 놓여 있다. 복층형인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1976년에 잠수교가 건설됐고, 6년 후인 1982년에 반포대교가 추가로 건설됐다. 잠수교는 유사시 탱크나 장갑차가 통과하는 걸 염두에 두고 건설됐기 때문에 교량의 높이가 낮다. 다리의 높이가 낮은 탓에 비가 많이 오면 서울의 수많은 다리 중 제일 먼저 ‘잠수’하게 된다. 홍수 시에 한강 수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높이가 낮은 잠수교는 2008년, 차로가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축소된다. 차로는 좁아졌지만 보행로는 넓어졌다. 시민들이 걷기에 아주 좋은 다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때 위층에 있는 반포대교도 달빛무지개분수가 설치되면서 새롭게 변신하게 된다. 반포대교 상판에 조명과 함께 분수 시설이 설치돼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가슴을 적셔주게 된 것이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함께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질 때는 관람객들의 탄성이 한강변에 울리게 된다. 지난 4월 1일 토요일, 2023년 첫 달빛무지개분수가 가동된 날이었다. 잠수교를 한 바퀴 돈 후 달빛무지개분수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으러 갔다. 하지만 명당엔 이미 누군가가 돗자리를 펴고 있었다. 다리에서 쏟아지는 일곱 빛깔 풍경이 장관이다 보니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인도 많았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달빛무지개분수는 인기 있는 볼거리로 자리 잡은 듯했다.
반포대교와 잠수교 하면 축제도 빠질 수 없다. 2022년에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개최됐다. 서울시는 잠수교를 보행 전용 다리로 바꿀 예정에 있다. 그에 앞서 축제를 통해 미리 체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올해는 상·하반기 10회씩, 총 20회의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작년 한강 달빛 야시장도 반포한강공원 일원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다시 등장한 야시장으로 코로나19 전에는 ‘밤 도깨비 야시장’으로 불렸다. 40여 개의 푸드 트럭과 60여 개의 판매 부스 등이 야행을 즐기는 시민들을 즐겁게 해줬다. 작년에는 야시장 기간 동안 강남 일대 교통이 마비됐을 정도였다.


총길이 795m인 잠수교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명확히 구분돼 있어 서울 시민이 운동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

청담대교: 걸어서 건널 수 없는 다리가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이라면 선호하는 구간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북한산과 수락산, 불암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4호선 상계역 구간을 좋아하겠다. 여의도의 고층 빌딩과 한강의 밤섬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2호선 당산철교 구간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겠다. 필자는 7호선 청담대교 구간을 좋아한다. 특히 한강 남쪽인 지하 구간에서 청담대교로 진입하는 그 순간을 무척이나 즐긴다. 전동차가 어두운 지하 구간에서 청담대교로 나올 때, 특유의 진동음이 발생하는데 그때 들리는 소음까지도 클라이맥스를 기다리는 배경음으로 들릴 정도다. 어두운 지하 구간에서 ‘딱’ 하고 나오자마자 넓은 한강이 펼쳐지는 것 자체가 아주 극적이기 때문이다. 청담대교는 아래층과 위층으로 이뤄진 복합 교량이다. 아래층은 7호선 철로, 위층은 차로다. 본교는 1999년 12월에, 접속교는 2001년 1월에 개통됐다. 이렇게 접속교 개통까지 언급한 이유는 청담대교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보행이 불가한 교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담대교는 동부간선도로상에 있으면서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와 바로 연결된다.

청담대교는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보행자 통로가 없는 다리로 자전거, 이륜차도 통행할 수 없다

같은 철도-도로 병용 교량이지만 청담대교는 동작대교나 동호대교와는 다른 이미지다. 동작대교와 동호대교가 철로를 가운데에 두고 차로가 좌우로 있는 구조라면 청담대교는 영종대교처럼 위아래 층층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영화나 CF에서 동작대교에서는 전동차와 자동차가 나란히 주행하는 화면이 많이 그려진다. 이에 비해 청담대교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와 CF 장면에서는 한강변에서 청담대교를 올려 보는 모습이 많이 그려진다. 주인공이 청담대교를 배경으로 한강변을 바라보고 있고, 이때 마침 전동차가 지나가는 장면. 청담대교의 북단에는 뚝섬유원지역이 있다. 그 아래에는 뚝섬한강공원이 있다. 뚝섬한강공원이 뚝섬유원지였던 시절부터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곳에는 길이가 200m가 넘는 자벌레가 산다. 이 자벌레는 서울생각마루라는 복합 공간으로 전망 시설과 각종 문화 시설이 들어서 있다. 자벌레는 특이한 외형 덕에 포토존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청담대교를 넘었다. 어두운 터널에서 ‘딱’ 하고 한강으로 나왔을 때의 쾌감은 여전했다. 뚝섬유원지역에서 하차한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벌레 앞에 가서 사진도 찍었다. 이때 마침 청담대교로 전동차가 지나고 있었다. 이렇게 한강 위에 놓인 다리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무거운 이미지에서 탈피해 친숙한 이미지로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거기에 재미까지 더해졌다. 한강 다리들이 이렇게 재밌는 곳이다. 시민들의 즐거운 놀이터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글을 쓴 곽동운은 역사 트래킹 마스터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백화점 문화센터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역사트래킹 서울학개론>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 트래킹을 좋아하는 이들과 ‘역사트래킹 공동체’를 꾸리는 꿈을 갖고 있다.


자전거 타고 달리고, 두 발로 건너는
한강의 다리

얇은 상의 하나만 입고 달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봄바람 맞으며 한강 위에 펼쳐진 수많은 다리를 건너보자.
자전거로 달린 거리만큼, 두 발로 건넌 거리만큼 계절의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전에,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 다리와
다리 위 보행도로 상태를 숙지하고 떠나는 게 좋겠다.

자전거로 달리는 다리 spot Spot 1. 마포대교 자전거도로

길이 1.3km에 달하는 마포대교는 마포구 용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잇는다. 남단 경사로를 통하면 누구나 쉽게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승차상태로 자전거도로 진입이 가능하다. 마포대교는 천만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Spot 2. 광진교 자전거도로

광진구 광장동과 광동구 천호동을 잇는 광진교의 총 길이는 1.2km이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8월에 착공한 광진교는 한강대교와 함께 한강에서 가장 오래된 교량이며, 한강 교량 중에서는 처음으로 양쪽에 각 2m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했다.


Spot 3. 잠실철교 자전거도로

잠실철교는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잠실나루역을 잇는 철도 겸 도로교이다. 잠실철교의 서쪽은 자전거 라이더와 보행자만이 다닐 수 있다. 자동차는 다리의 동쪽에서만 통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걸어서 건너는 다리 spot Spot 1. 마곡대교

마곡대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과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사이를 연결한다. 약 2.9km의 길이로 한강의 다리 중 가장 긴 다리이다. 이중 한강을 횡단하는 구간은 1km이며 1km 당 15분 소요, 왕복 44분이 걸린다.


Spot 2. 잠수교

위층으로는 반포대교가 자리한 잠수교는 달빛무지개분수, 한강 달빛 야시장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전거길과 산책길로 서울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가 잘 구분되어 있어 서울시민이 산책으로 많이 찾는 잠수교를 걷는 데는 왕복으로 약 12분이 소요된다.


Spot 3. 동작대교

용산구 이촌동과 서초구 반포동 및 동작구 동작동을 잇는 동작대교는 총 1.3km이다. 동작대교 위로는 한강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쉼터인 노을카페와 구름카페가 있다. 노을이 질 때, 동작대교 위를 걸으면 서울 하늘 아래 펼쳐진 야경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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