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신체만 단련될까?
달리기로 마음 다스리기
달리기를 하면 뭐가 좋을까? 달리기를 하고 나면 마음은 가벼워지고 몸은 경쾌해진다. 달리려고 마음을 먹고, 몸을 움직여 나가기까지 과정은 힘들지만,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면, 즐거움이 생긴다.
글. 김세희

-
저서 『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저자 김세희, 출판사 빌리버튼, 2024) 일부 발췌함 -
스스로에 대한 믿음
힘든 느낌을 이겨내는 모든 과정은 참 어렵다. 아침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막상 아침이 되면 ‘저녁에 하지 뭐’ ‘내일부터 하자’, ‘지금은 좀 더 자고 싶어’라고 계획이나 다짐이 수시로 바뀐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일으키고 졸린 뇌를 깨워서 좀 더 쉬고 싶은 유혹을 이기고 문밖을 나서기는 쉽지 않다. 시작하고 나서 달리는 중에도 힘든 느낌은 다시 찾아온다. 상대적으로 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달리기는 매번 힘이 든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 멈추고 싶을 때, 힘들다고 말하는 나를 관찰하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지나간다. 고비라고 느껴지는 순간 놓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고 나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다져지는 계기가 된다.
편해지려고 하는 욕구를 이겨내는 생활은 달리기나 운동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참고 인내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필요하다. 가정에서나 직장, 부부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리 누구나 절제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거나 당장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나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기다림도 필요하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갈등과 어려움, 그리고 극복 과정은 달리기를 하면서 겪는 것과 본질이 같다. 직장인이 중요한 프로젝트 후 경험하는 진이 빠지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느낌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대회를 마치고 나서 심리적·신체적 에너지 탈진을 느끼는 것과 실체가 같다.
"더는 못하겠어요." "이제 그만 쉬고 싶어요." "나는 왜 늘 이럴까요?" 진료실에서 삶에 지쳐서 심리적 탈진 상태가 된 이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힘든 경제 상황, 고된 업무, 사람과의 관계에 지치고, 무력해지고, 우울하다고 느낀다. 마라톤을 해오면서 진지한 훈련을 이어 나가다 보면 때로는 이렇게 달려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력한 만큼 성과나 기록이 따라오지 않거나 예기치 않은 변수, 부상으로 낙담할 때도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우울, 불안과 같다. 그런데, 대회에서 최고 기록을 앞당길 때 느끼는 기쁨과 환희, 힘든 훈련을 포기하지 않고 해냈을 때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동일하다.
내면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 또한 달리기에서나 삶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고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하고 한계에 부딪혀야 할 때가 있다. 어느 것도 확신할 수가 없어서 떨리고 긴장이 된다. 달리기를 하면서 경험했던, 고비를 넘어온 나를 믿고 다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정, 직장, 학업, 대인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지속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직접 부딪혀 어려움을 마주해보면,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다음에도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고 힘든 느낌이 생기면 지금 힘든 느낌이 영영 이어질까 봐 한순간에 그만두고 싶어진다. 이럴 때는 호흡과 몸의 느낌을 주시하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내면을 관찰하자. 그리고, ‘한 번 해보자’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면 당장 멈춰야 할 것 같던 느낌이 지나간다. 이렇게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후로는 숨차고 힘든 것도 한결 수월해진다. 힘든 느낌을 지켜보고, 넘기고, 이겨내는 경험은 하루의 삶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버텨낸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고, 믿음이 생긴다. 달리면서, 또 일상에서, 참기 어렵고 버티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 소리를 내어 말로 선언해 보자. “해보자.” “하리라.” “가자.” “할 수 있다.” 말의 파동이 소리 에너지로 뇌에 전달되어 내 마음에 전달되어, 어려움을 마주하는 힘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쓴 김세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학 의학 박사이다. 2012년 경주국제마라톤으로 시작해서 세계 6대 마라톤인 베를린, 보스턴, 도쿄, 시카고, 런던 마라톤을 포함해 60여 차례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20여 년 달리기를 이어오는 동안 ‘마라톤하는 정신과 의사’로 불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