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을 자아내는 우아한 비상
강남구청 여자체조팀

고요한 체조관 안, 정적을 깨는 것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매트 위를 박차는 힘찬 도약 소리뿐이다.
찰나의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강남구청 여자체조팀 선수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중력을 거스르는 사투를 벌인다.
2003년 창단 이래 대한민국 여자 기계체조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강남구청 여자체조팀은 이윤철 감독의 지도 아래 오늘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글. 심정윤    사진. 박성수    영상. 이덕재



사진 왼쪽부터 이윤철 감독, 이수민, 정충민, 구보인, 김서현 선수
찰나의 비상을 위한 수만 번의 추락
기계체조는 기구를 사용하여 신체의 힘, 유연성, 민첩성, 균형감을 바탕으로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단순히 근력을 뽐내는 것을 넘어, 신체의 통제력을 극대화하여 공중 회전, 도약, 정지 동작 등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자 기계체조는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의 네 종목으로 구성되며, 각 종목은 근력, 유연성, 예술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기계체조는 선수 개개인이 특정 기구 하나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종목을 소화해야 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네 종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개인 종합 순위를 매기는데, 이때 기술의 난도(D점수)와 동작의 정확성(E점수)을 합산하여 최종 점수를 산출한다. 현재 강남구청 여자체조팀은 정충민, 이수민, 김서현, 구보인 등 4명의 정예 선수로 구성돼 있다.매일 오전 9시, 서울체육고등학교의 체조관은 이러한 한계에 도전하는 강남구청 여자체조팀의 열기로 가득 찬다. 0.1점 차이로 순위가 갈리는 예민한 종목 특성상 연습장에는 실전과 다름없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들은 주 6일, 오전과 오후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실전과 다름없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훈련의 시작을 알리는 마루운동 매트 위, 몸풀기를 하는 선수들의 립 점프와 교차점프가 반복된다. 구보인 선수는 공중 두 바퀴를 시원하게 돌며 폭발적인 탄력을 선보이고, 이단평행봉 아래서 탄마가루를 손에 바르는 김서현 선수의 눈빛에는 매서운 집중력이 서려 있다. 높이가 다른 상단 바(Bar)와 하단 바를 번개처럼 오갈 때마다 훈련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손끝의 미세한 감각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정교함, 그리고 거침없이 몸을 날려 공중 회전 후 다시 바를 낚아채는 과감함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0cm 남짓한 폭의 평균대 위에서 젝 동작과 솔 서클, 옆공중 동작을 물 흐르듯 이어가는 이수민 선수의 모습은 보는 이의 숨을 멈추게 했다.
찰나의 순간에 펼쳐지는 우아한 비상 이면에는 평균대 위에서 중심을 잃고 수없이 낙하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단 한 번의 완벽한 체조 연기는 수만 번의 시련을 딛고 중력을 거스르며 완성한 연습의 결실이다.이윤철 감독은 선수들의 발끝 하나, 손가락 끝의 각도 하나 놓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지도를 이어갔다. “서울의 15개 단체팀 중에서도 유일하게 20년 이상 장수하는 팀입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낸 그는 “명문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단 한 번의 완벽한 체조 연기는
수만 번의 시련을 딛고 중력을 거스르며
완성한 연습의 결실이다.


팀과 함께 도약하는 힘
팀의 맏언니이자 주장인 정충민 선수는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체조를 시작했다. “메달을 가장 많이 딴 도마가 제일 자신 있지만, 평균대는 여전히 무서워요”라고 웃어 보인 그는 실전 훈련 중에도 동료들의 자세를 꼼꼼히 체크한다. ‘다리를 봉 쪽으로 차야 몸을 안아서 돌릴 수 있다’며, 다리가 뒤로 빠지면 봉이랑 멀어진다고 설명하면서도 눈은 동료 선수의 동작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허리에 힘줘! 발, 어깨 더 세워!” 멀리서도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그의 코칭은 팀의 기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시너지가 되고 있다.
친언니를 따라 체조를 시작한 이수민 선수는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동작을 완벽히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체조의 매력으로 꼽았다.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딛고 돌아온 그는 “평균대는 무릎과 발끝이 잘 펴지는 제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종목”이라며,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다음 대회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단체전 순위권에 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수들은 반복되는 착지 충격과 잦은 통증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마루운동 구역에서는 우아한 동작과 강력한 공중 회전이 쉴 새 없이 교차했다. 매트 위로 발이 닿는 순간의 둔탁한 파열음은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의 무게를 실감케 했다.김서현 선수는 연습 중에도 실전과 같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대회 전에는 색소폰 소리가 들리는 음악을 들어요. 집중력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져 ‘오늘은 실수하지 않겠다’ 싶어져요”라며 자신만의 몰입 비결을 밝혔다. 추천 곡을 알려 주는 선수의 허벅지와 무릎은 테이핑으로 가득했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머물렀다.


더 높은 곳을 향한 비상
강남구청 여자체조팀의 저력은 최근 기록이 증명한다. 지난해 제80회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단체종합 3위를 차지하며 탄탄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특히 김서현 선수는 도마와 마루운동에서 각각 2위에 입상하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러한 성과는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에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김서현 선수는 2025년 7월 독일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 출전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위상을 높였다.
이윤철 감독은 현재 4명뿐인 선수들이 각자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에 집중하며 선수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더불어 “체조는 체중 조절과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하는 인내의 종목이라 선수들이 안쓰러울 때도 많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며 “다가올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매번 마주하는 부상에 대한 두려움과 시린 통증 앞에서도 선수들은 결코 멈춰 서지 않는다. 두려움을 이겨내며 묵묵히 쌓아 올린 이들의 빛나는 매일이 머지않아 찬란한 ‘금빛 비상’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뛰어오르는 강남구청 여자체조팀의 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