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의 활력징후,
보행 데이터로 여는 시니어 케어
시니어에게 신체활동 정보란 단순히 “운동하세요!”라는 권고에 그쳐선 안 된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운동 처방, 그리고 사회적 참여와의 자연스러운 연결까지 아울러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시니어들도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 김영재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시니어 신체활동 전문가들은 균형 감각, 지구력, 악력, 보행 속도를 노인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물리치료사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보행 속도다. 이유는 명확하다. 보행 속도는 미래의 사망 위험, 인지 기능 저하, 독립적 생활 능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건강한 노화를 예측하는 데 이보다 강력한 단일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보행 데이터를 활용한 운동 처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보폭이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다.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기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를 꾸준히 추적하면, 개인에게 딱 맞는 운동 처방을 설계할 수 있다.
2024년 동아비즈니스(402호)에서는 시니어를 액티브 시니어, 일반 고령자, 만성질환자의 세 단계로 나누었는데 이와 같이 시니어들의 건강 상태 단계에 따라 첨단 기술 적용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각 집단에 어떤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행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 40대 남성의 평균 보행속도는 1.46㎧이다.(출처: Bohannon RW, 「Comfortable and maximum walking speed of adults aged 20–79 years」, Age and Ageing, 1997.)
액티브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는 균형 감각, 지구력, 악력, 보행 속도 등 주요 신체 테스트에서 정상 범위 이상의 결과를 보인다.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운동에도 적극적이며, 보행 속도가 대체로 1.2m/s 이상을 유지한다.
이들에게 보행 속도 테스트는 ‘지금 내 몸이 얼마나 좋은가’를 확인하는 도구이자, 운동 효과를 숫자로 점검하는 모니터링 수단이 된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기반 모션 분석 앱을 활용하면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없이도 보행 속도, 보폭, 좌우 대칭성을 분석할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이런 기술로 자신의 보행 패턴 변화를 스스로 확인하며, 운동 강도와 빈도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자기 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면서, 만성질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미리 막는 셈이다.
일반 고령자
일반 고령자는 보행 속도가 0.8~1.2m/s 범위에 있으며, 서서히 기능 저하가 시작되는 단계다. 이 시기에는 보행 속도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는 신발 깔창에 내장된 압력 센서나 IMU(관성측정장치) 가속도계 같은 웨어러블 장치가 있다. 이를 통해 실내외 보행 패턴 데이터를 오랜 기간에 걸쳐 수집할 수 있고, 나아가 AI 기반 낙상 예측 시스템과 연결하면 실제로 넘어지기 전에 위험 신호를 포착해 의료적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만성질환자(Chronic Disease Senior) 만성질환자는 주요 신체 테스트에서 기준치 이하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질환 관리와 재활이 동시에 필요한 고위험군이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 질환, 파킨슨병등을 앓고 있는 이들은 보행 속도가 0.8m/s 미만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이들에게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RPM) 기술이 효과적이다. 웨어러블보행 센서와 연동된 RPM 시스템을 통해 보행 속도, 보폭, 케이던스 등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달되고, 이를 바탕으로 질환별맞춤 보행 재활 프로그램이 처방된다. 특히 웨어러블 로봇 보조기는파킨슨병이나 뇌졸중 환자의 보행 훈련에서 보행 속도와 보폭을 의미있게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행 데이터는 이제 ‘제6의 활력징후(Sixth Vital Sign)’로 불린다. 로코모티브 신드롬(운동기능저하증후군)의 조기 발견부터 노화 예측, 재활 효과 평가까지, 시니어 건강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앉았다 일어서기, 악력, 한 발 균형 테스트까지 함께 활용하면 건강 상태를 훨씬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각 테스트 결과에 알맞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다면, 시니어 건강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가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시니어에게 늘 쉬운 것만은 아니다. 작은 화면과 복잡한 구조의 메뉴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시력 저하, 청력 감소, 손가락 민첩성 저하 등 노화에 따른 감각·운동 기능의 변화가 이를 더 어렵게 만든다. VR 기기의 경우에는 어지러움(사이버멀미), 무거운 헤드셋의 부담, 현실과 가상을 오갈 때 느끼는 불안감 등이 추가적인 장벽이다.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정확성과 연속성 확보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 역시 빠뜨릴 수 없는 과제다.
결국 기술의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니어가 실제로 기술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으려면, 사용자 중심의 설계와 교육 지원,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데이터 보호와 윤리적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글을 쓴 김영재 교수는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 부회장이자 대한체육회 대한대학스포츠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스포츠 관련 AI, 건강콘텐츠와 관련해 ‘놀이=창의성=혁신’에 대한 올바른 질문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