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링 초보·고수 다 모여라!
-
서울의 컬링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탄생한 서울특별시컬링연맹(이하 서울컬링)에는 여러 동호회가 소속되어 있다. 그만큼 동호인들의 실력이 다양한데, 숙련자와 초심자가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장을 만들기 위해 이재범 선수가 나섰다.
의정부 컬링경기장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진지한 얼굴로 스톤을 던지고 길을 닦았다. 그곳에 모인 서울컬링 회원들은 저마다 들뜨고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컬링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재범 선수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만나 뵙게 되어 너무 기뻐요.” 이장원 씨 못지않게 다른 회원들의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플로우컬링만 해왔는데 이번 기회로 컬링을 배우게 돼서 기대가 큽니다. 잘 배워서 앞으로 컬링을 할 때 활용하고 싶어요.” 홍성수 씨의 얼굴에는 의욕이 가득했다.
오늘 수업을 위해 모인 회원들 중에는 컬링을 오랫동안 해온 회원도 있다. 경력은 제각각이지만 회원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컬링에 대한 사랑과 컬링을 즐기는 마음. 이 선수 역시 그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컬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빙판 위에서 컬링을 하는 게 처음인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분들께서 컬링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처음의 설렘과 기쁨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그러려면 우선 즐거운 수업이 되어야겠죠?” 이재범 선수의 눈이 반짝였다.
스톤 하나에 담은 네 개의 마음
서울시청 이재범 선수
× 서울특별시컬링연맹
소속 동호회
스포츠에는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스포츠가 협동심을 길러주기도 한다. 컬링 역시 마찬가지이다. 머리를 맞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민한다. 같은 속도로 이어진 걸음이 마침내 목표한 곳에 다다랐을 때, 돌아본 곳엔 나와 같은 기쁨을 담은 얼굴들이 있다. 함께했을 때 더 커다란 행복이란 컬링을 설명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글. 강지형 사진. 황지현 영상. 이덕재
“컬링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처음의 설렘과
기쁨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기쁨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 번져 가는 즐거움
-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 회원들이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이 선수가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컬링은 3시간 정도로 경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멘탈 관리가 중요한데, 투구가 잘못됐을 때나 경기에 졌을 때 멘탈 회복하는 법과 평소에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가 궁금해요.” 이장원 씨의 질문에 이 선수는 “진 경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몰두하는 편입니다. 평소에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재범 선수에게 컬링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홍성수 씨가 손을 번쩍 들고 묻자 이재범 선수는 잠시 고민했다. “처음에는 그저 재밌기만 했는데, 국가대표가 된 이후로는 책임감이 생겨서 컬링을 대하는 태도가 진중해졌어요.” 무게감 있는 대답을 회원들이 경청했다.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고 난 뒤에는 빙판이 처음인 회원들을 위해 걷는 법부터 강습이 시작됐다. 컬링을 할 때는 한쪽 발로 빙판을 딛고 반대쪽 발로 밀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통 처음에는 한 번씩 넘어지는데 잘하고 계세요.” 이 선수의 독려에 어색한 몸짓으로 걷던 회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번졌다. 다음은 컬링 브룸(Curling Broom)을 들고 슬라이딩하는 법을 배울 차례. 슬라이딩은 스톤을 던지는 동작으로, 바닥을 스위핑(Sweeping)하는 도구인 브룸을 앞에 가로로 놓은 채 잡고 발판을 밀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게 밀지 않아도 돼요. 대신 앞으로 똑바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해보세요.” 이 선수의 조언에 따라 연달아 슬라이딩을 해본 회원들은 경기장 한편에서 따로 연습을 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 컬링으로 하나되는 마음
- 이젠 스위핑을 배울 차례. 스위핑은 스톤의 방향과 속도 조절을 위해 빙판을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요. 숨이 차네요!” 방용수 회원의 말에 이 선수는 “실제 경기에서는 스톤이 더 빨리 움직여요. 체중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체력이나 스킬이 필요하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이 선수가 직접 시범을 보이자 회원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회원들은 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수업을 들었고, 이 선수 역시 이에 호응해 실제 경기를 할 때처럼 스톤을 투구하기도 하고 자세를 교정해주기도 했다. 기본적인 동작들을 다 배웠으니 미니 게임을 통해 실전에 적용해볼 시간. “스톤을 놓을 때 손을 약간 틀어서 방향을 조절해요. 운전을 할 때와 같아요. 오른쪽으로 보내고 싶다면 시계 방향으로 살짝 트는 거죠.” 전략을 짜는 스킵(Skip)을 맡은 선수가 스톤의 방향을 지시하면 해당 차례의 투구를 맡은 선수가 스톤을 던지고, 나머지 선수들은 브룸으로 스위핑을 한다. 한 번의 투구에 모든 선수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절로 팀원들끼리 모여 상의를 하고 스톤의 전진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컬링의 묘미인 팀워크가 발휘된 것. 스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갔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께 기뻐하고, 하우스(House, 스톤을 넣어야 하는 네 개의 원)를 벗어났을 때는 동시에 탄식을 터트렸다. 미니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회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마치 정말 한 팀인 양 컬링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처음 컬링을 배울 때를 제외하고 강습을 받은 적이 없는데, 디테일하게 피드백해주셔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컬링 3년 차라는 최재현 회원 역시 이번 수업은 남달랐다며 감상을 전했다. “빙상장에서 하는 건 느낌이 많이 다르고 힘도 들지만 그만큼 재미가 커요. 오늘을 계기로 컬링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아요!” 방용수 회원은 수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건강한 서울이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할 것이라 믿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스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갔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께 기뻐하고, 하우스를 벗어났을 때는 동시에 탄식을 터트렸다.
MINI interview
-
- 오늘의 코치
- 이재범 선수
이재범 선수는 서울시청 남자컬링팀 소속으로, 2024 토리노동계세계대학선수권대회 금메달, 2024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며 활약했으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