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의 전성기를 가져온
역대 최고 선수

여자골프의 선수층이 늘어난 20세기 말을 지나 21세기가 되면 최고의 골퍼들이 등장한다.
골프 영웅 박세리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같은 무대에서 아니카 소렌스탐 등의 선수들은 특별한 경기를 선보였다.
메이저 우승 숫자 등을 기반으로 여자골프 최강 5인을 꼽는다.

글.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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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드라이버-아이언-퍼터 3박자가 완벽한 골프의 신
아니카 소렌스탐 (Annika Sorenstam)

골프의 신이 가장 완벽한 선수를 꼽는다면 아니카 소렌스탐을 지목할지도 모른다. 전성기 소렌스탐은 드라이버 거리 1, 2위를 다퉜고 아이언 적중률도 1위, 퍼팅도 1, 2위였다. 3박자가 완벽했다. 소렌스탐은 LPGA 투어에서 메이저 10승 포함 72승을 했다. 소렌스탐의 기록이 더 의미 있는 건 박세리, 캐리 웹이라는 패기 넘치는 선수들과 경쟁하며 이룬 것이어서다. 세 명이 불꽃 튀기며 격돌한 시절은 전설처럼 남아 있다. 2001년 애리조나주 피닉스 문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핑 대회에서 소렌스탐은 무려 27언더파를 쳤다. 박세리는 25언더파를 쳤는데, 그 기록으로 우승하지 못한 유일한 선수이다. 소렌스탐의 27언더파는 김세영이 2018년 31언더파를 치기 전까지 LPGA 투어 최소타 기록이었다. 소렌스탐은 이 대회 2라운드에서 59타를 쳤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여자 골퍼 중 유일하게 60타를 깬 선수로 남아 있다.

  • 02 5대 메이저 대회 모두 제패한 유일한 선수
    캐리 웹 (Karrie Ann Webb)

    21세기에 현역으로 활동한 선수 중 캐리 웹은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했다. 메이저 7승 포함 41승을 거뒀다. 2001년 26세에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정도로 파죽지세였는데 때려도 때려도 무너지지 않는 소렌스탐과 싸우다 지쳤다. 그러나 2006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홀 이글을 잡아 우승컵을 품에 안는 장면에선 ‘여자 백상어’의 힘을 느끼게 했다. 웹에겐 특이한 기록이 있다. LPGA가 인정하는 5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라는 점이다. 뒤모리에 클래식이 담배 회사라는 이유로 메이저 대회에서 퇴출되면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그 두 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한 시즌 최초로 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선수이기도 하다.

  • 03 메이저 우승률 33%, 유일한 골든 그랜드슬램
    박인비

    박인비는 메이저 7승 포함 21승을 거뒀다. 박세리(메이저 5승 포함 25승)보다 우승 수가 적지만 골프에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중요하게 본다. 박인비는 코스가 어렵고, 뛰어난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메이저 대회 우승 비율이 33%나 된다. 박인비가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다가갔던 2013년에는 여자골프가 전 세계의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다. 박인비는 시즌 첫 3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4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오픈은 마침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려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박인비는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한 2016년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남녀 통틀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고 올림픽 금메달도 가진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 04 물가의 하얀 발이 보여준 한국의 저력
    박세리

    한국인에게 박세리는 단순히 골프 선수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던 1998년, 한국인들은 물가에서 공을 치려고 박세리가 신발과 양말을 벗었을 때 드러난 맨발을 기억한다. 새까만 종아리와 대비되는 하얀 발을 보면서 박세리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 최강이 됐다. 박세리는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 5승 포함 25승을 거뒀다. 그러나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소렌스탐의 거대한 그늘이 아니었다면 박세리가 어디까지 올라갔을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 05 최연소 기록 쓸어 담은 동료들이 존경하는 골퍼
    리디아 고 (Lydia Ko)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주요 ‘최연소’ 기록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최연소 LPGA 투어 우승(15세 4개월), 최연소 메이저 우승(18세 4개월), 최연소 세계랭킹 1위(17세 9개월) 등이다. 메이저 3승 포함 LPGA 투어 23승이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드라마틱하게 금메달을 따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 점수를 채웠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우승했다. 올림픽에서는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땄다. 리디아 고는 지독한 슬럼프를 극복하고 재기했다는 점, 동료들로부터 존경받는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평가받을 만하다. US오픈이나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박인비처럼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글을 쓴 성호준 기자는 《중앙일보》에서 골프 전문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네이버에서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네이버 팟캐스트, ‘LPGA 탐구생활’과 ‘JTBC골프 매거진’을 진행했다. 저서로는 『골프는 인생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