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라는 이름의 스키드 마크
: 레이싱

극한의 스피드 속의 긴장감,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집중력. 레이싱은 단순한 운전이 아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레이서들은 누구보다 치열하다. 지켜보는 이에게는 낭만과 스릴을 선사하는 레이싱 영화를 만나 본다.

정리.    편집실

르망에서의 뜨거운 혈투
<르망> vs <포드 V 페라리>
  • 묵직하고 생생한 레이싱 현장

    <르망> (1971, 리 H. 카친 감독)

    매년 프랑스 르망에서 펼쳐지는 24시간 동안의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시’는 두 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차를 운전하는, 차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주이다. 일정 거리를 가장 빠르게 주파한 차량이 이기는 것이 아닌 24시간 안에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차가 승리하는 룰로 차의 내구성과 레이서의 체력이 요구된다.
    ‘르망 24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르망>에서 포르쉐 팀의 베테랑 드라이버인 마이클 딜레이니(스티브 맥퀸 분)는 레이스 도중 겪은 사고로 부상을 입고 1년 만에 복귀한다. 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 레이서의 아내, 리사(엘가 엔더슨 분)는 대회를 참관하러 방문했다가 만난 마이클에게 누구보다 빠르다는 게 중요한 것인지 묻는다. 포르쉐 팀과 그의 숙적인 페라리 팀이 1·2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많은 차들이 사고와 고장으로 탈락한다. 마이클 역시 앞서가던 차를 피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지만 페라리 팀을 이기기 위해 감독은 그를 다시 대회에 참여시킨다. 비가 내리는 르망의 도로, 마이클은 다시 운전대를 잡고 이기기 위한 레이스를 시작한다.
    <르망>은 1시간 46분의 러닝타임 중 약 70%가 레이싱 장면인, 차가 주연인 영화이다. 대사가 적고 극적 연출이 미약해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는 평도 듣지만 그만큼 실제적인 레이스와 사운드로 레이싱 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레이싱장의 한복판에 들어간 듯한 생생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에는 <르망>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 보는 것은 어떨까?

    <르망> 관전 포인트
    • • 레이싱 현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
    • • 레이스에 임하는 선수들의 심리 묘사
    • • 대사는 적지만 오히려 말하지 않는 데서 오는 묵직한 낭만
  • 두 남자의 뜨거운 열정

    <포드 V 페라리> (2019, 제임스 맨골드 감독)

    여기 ‘르망 24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포드 V 페라리>는 제목 그대로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을 다루고 있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두 주인공의 우정과 열정이다.
    1960년대, 매출 감소로 위기에 빠진 포드 사(社)는 페라리 사(社)와의 인수 합병을 추진하지만 실패하고 굴욕만 얻는다. 포드 사의 수장 헨리 포드 2세는 페라리 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르망 24시’에 출전해 페라리 사를 참패시킬 계획을 세운다. 허나 포드 사는 ‘르망 24시’에 출전한 경험조차 없기에, ‘르망 24시’ 우승자이자 잘 나가는 자동차 디자이너인 캐롤 셸비(맷 데이먼 분)를 고용한다. 캐롤셸비는 자신과 함께 차를 설계하고 그 차를 몰 레이서로 친구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분)를 영입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더 빠른 차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그렇게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가 시작된다.
    <포드 V 페라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실제 인물인 켄 마일스와 캐롤 셸비, 그리고 포드 사와 페라리 사의 경쟁을 그대로 가져와 생생하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었다. 실화를 존중해 현실적인 결말은 여운이 남는다. 빈티지 카의 아기자기한 외관과 그 시절의 자유로움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것은 <포드 V 페라리>의 관람 포인트. 현실에 맞서는 두 사람의 우정과 차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무료한 마음에 새로운 불씨를 피워올릴지도 모른다.

    <포드 V 페라리> 관전 포인트
    • •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생동감 넘치고 입체적인 캐릭터
    • • 눈을 뗄 수 없는 주인공들의 연기력
    • • 레이싱에 대한 선수들의 괴짜 같지만 순수한 열정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레이싱의 정수
<분노의 질주> vs
  • 화끈하고 반항적인 레이싱

    <분노의 질주> (2001, 롭 코헨 감독)

    일반인 진입이 차단된 안전한 도로에서 규칙을 준수하는 레이싱이 모범생과 같다면 규율 따윈 상관 않는 반항아 레이싱도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분노의 질주>는 스트리트 레이싱을 소재로 한다.
    미국 LA, 경찰은 컨테이너 트럭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스트리트 레이싱 폭주족인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 분)를 지목하며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 분)를 잠입시킨다. 브라이언은 도미닉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를 도발하며 자동차 내기 경주에 참여하지만 참패하고, 내기의 상품으로 걸었던 자신의 자동차를 되찾으려 하다 도미닉과 얽히게 된다. 폭주족의 세계에 발을 들인 브라이언은 스트리트 레이싱에 빠지고,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기술을 가진 도미닉을 존경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도미닉의 동생인 미아와 사랑에 빠지기까지 하는데. 그러던 중 브라이언은 트럭 도난 사건 조사를 위해 도미닉 패밀리의 차고에 숨어 들어갔다가 발각이 되고, 도미닉에게 경찰이냐며 추궁을 받는다.
    <분노의 질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이싱 영화이자, 총 11편까지 제작이 된 인기 시리즈작이기도 하다. 연령 불문 관객을 사로잡는 명쾌한 전개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감각적인 힙합 음악과 현대식 스포츠카의 매끈한 외관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 무엇보다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릴 넘치는 레이싱 장면은 <분노의 질주>가 최고의 레이싱 영화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생각이 복잡한 어느 밤, 머릿속 엉킨 실타래를 느슨하게 만들 좋은 기분 전환이 되어 줄 것이다.

    <분노의 질주> 관전 포인트
    • • 대리 일탈을 즐기는 듯한 짜릿함
    • • 화려한 밤거리 풍경과 신나는 음악
    • • 심장을 두드리는 배기음 소리
  • 현대 레이싱의 진수

    (2025, 조셉 코신스키 감독)

    포뮬러카는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다. 길고 낮은 차체에 밖으로 노출된 두꺼운 타이어는 흡사 RC카를 떠올리게 한다. 포뮬러카 레이싱 장면을 실감 나게 담은 영화 는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분)가 ‘데이토나 24시’에서 달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촉망받는 F1 유망주였던 소니는 끔찍한 사고 이후 F1 무대에서 물러나 다른 레이싱 대회를 전전한다. ‘데이토나 24시’에서 우승한 소니를 옛 동료이자 F1팀 ‘에이펙스GP’의 소유주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가 찾아온다. 루벤은 위태로운 팀 상황을 설명하며 함께하자고 제안하고 소니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포뮬러카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을 되새기며 에이펙스GP에 합류한다.
    F1은 서킷을 가장 빠르게 통과하는 차가 우승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종목이다. 현재 F1 차량은 4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빠른 속력을 내는데, 이는 단거리 경기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르망>과 <포드 V 페라리>의 배경인 ‘르망 24시’에서 달리는 차들은 장시간 주행을 하는 만큼 내구성을 중점으로 두고 제작되는 반면, F1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순위를 매기기에 높은 속력을 추구한다. 더불어 모터스포츠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자되는 덕에 매년 높은 기술적 진화를 보이고 있다. 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기술의 첨단을 감상하는 재미이다. 그 기술과 전략이 합쳐져 한 단계씩 성장하는 과정은 즐거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관전 포인트
    • • 드라이버의 시점으로 촬영되어 직접 포뮬러카를 운전해 보는 듯한 쾌감
    • • 생생한 레이싱 장면을 통해 가공할 속력 간접 체험
    • • 두 드라이버가 진정한 ‘원팀’이 되기까지의 감정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