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우리는 ‘원팀’!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박희영 선수 × WFC.BETA
지난 2024년 전국 여자축구대회에서 팀 WFC.BETA가 준우승에 올랐다.
팀 역대 최고 성적이지만 아직 성장에 목마르다는 이들을 위해 박희영 선수가 떴다.
프로 축구 선수와 함께 축구 사랑에 불을 지폈던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글. 조수빈 사진. 황지현 영상. 이덕재


WFC.BETA가 함께한 클래스 현장을 만나보세요.
WFC.BETA를 찾은 반가운 손님
지난 7월의 어느 날, 서울시립대학교 운동장에서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곳에서는 여자축구 동아리 WFC.BETA(이하 BETA)가 정기모임을 앞두고 몸을 푸는 데 한창이었다.
파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모양새에서 여느 ‘프로 축구팀’ 못지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실제로 이들의 축구 사랑은 여느 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단다. 어릴 적부터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을 좋아했거나,
스포츠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거나, 선배의 권유로 시작하는 등 이들이 축구에 빠진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함께 운동장을 달리는 순간 뿜어내는 열정은 똑같은 크기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었어요. 프로 제의를 받은 적도 있는데, 당시에는 거절을 했지만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축구 동호회 활동에 더 진심이에요. 오늘 특별한 수업이 있을 예정이라 매우 기대가
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컸는데 해가 떠서 다행이에요!” BETA 회장인 유진교 씨의 말처럼 모임을 앞두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경기를 앞둔 긴장감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더 느껴졌다.
이들이 한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박희영 선수다.
“안녕하세요!” 박희영 선수를 환호로 맞은 BETA. 오늘의 만남을 기다리며 어제부터 괜히 박 선수를 검색해 보기도 하고, 그의 SNS를 찾아보기도 했단다. 그 학생에 그 선생님이라는 말처럼 박 선수 또한
“저도 여러분 활동에 대해서 좀 찾아봤어요. 실력이 굉장히 좋던데요?”라며 반가움을 전했다.

오늘은 선수가 아닌 열혈 수강생 모드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전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 동그랗게 둘러앉은 사람들. 현역 선수에게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궁금한 것을 잔뜩 생각해 왔다는 곽새아 씨의 말에 다른 부원들 또한
“나도!”라며 공감했다. 첫 질문은 의외로 축구에 대한 팁이 아닌 박 선수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축구를 하며 힘든 점은 없었는지, 슬럼프 극복 방법 등 팬심을 담은 질문들이 먼저 쏟아졌다. 이밖에 “평소
몸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세요?”라는 김다영 씨의 질문에 박 선수는 “훈련이 없는 날에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은 꼭 해요.”라고 전했다. 그의 답에 김다영 씨는 “대회가 있을 때 저도 선수님처럼 루틴을 관리해
봐야겠어요!”라며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축구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박 선수는 “축구는 실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고, 초보라고 해서 매번 지는 게임이 아니거든요. 더 집요하게 공을 쫓는 선수에게 기회가 많이 오고, 팀
스포츠인 만큼 팀워크에 승패가 좌우되기도 하죠. 그런 점이 재미있어요.”라고 답했다.다음은 실전을 배워 볼 차례. 앞선 질의응답 시간에 킥과 패스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 박 선수가 골대 앞으로
부원들을 모았다. “킥 한번 해 봐요.”라는 박 선수의 말에 부원들은 평소 잘 하던 것도 긴장되는지 괜히 호흡을 한번 가다듬었다. 부원들의 킥을 본 박 선수가 “공 앞에서 멈칫하면 호흡이 끊어지거든요. 앞으로 쭉
달려 나가는 힘을 이어 받아 공을 차야 더 힘 있게, 멀리 보낼 수 있어요.”라는 팁을 전했다.





손을 잡으니 보이는 마음
킥과 패스를 배웠으니 이제 제대로 된 경기를 뛰어 보기로 한다. 박희영 선수와 BETA 회장인 유진교 씨를 필두로 팀을 나누었는데, 경기에 앞서 박 선수는 조금 특별한 룰을 제안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손을
잡고 달리기로 해요. 경기를 하는 동안 절대 손을 놓으면 안 돼요.” 박 선수의 말에 선수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두 사람씩 손을 잡은 BETA 선수들은 시작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짝을 지어 축구를 하기는 처음이라 손을 놓치기 일쑤였다. 잠시 경기를 중단한 박 선수가 “생각보다 어렵죠? 짝과 손을 잡은 채 공을 받고 패스하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해요. 축구는 ‘팀
스포츠’잖아요.” 그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아!’ 하는 선수들. 그가 제안했던 룰은 동료와 소통하는 기술을 높이기 위한 특훈이었다. 그의 깊은 뜻을 알게 된 선수들은 “내가 받을게!”, “오케이. 네가
받아!”라며 짝과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공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이들은 냉철한 승부의 세계보다 ‘함께’ 뛰는 팀워크의 맛을 더 제대로 느낀 듯했다.
경기가 모두 끝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 동안에도 축구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박 선수 주위에 동그랗게 모여 질의응답 시간에 못다한 질문과 수업 후기 등을 이야기하며
열기를 이어갔다. BETA의 아쉬운 눈빛을 읽은 박희영 선수가 “나중에 저희 팀 경기할 때 보러 오세요!”라며 학생들을 초대하자 이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졌다. 유다은 씨는 “앞으로 여자 프로 축구를 더 응원하게 될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박희영 선수님이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되면 괜히 더 반가울 것 같아요. 저희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박 선수 또한 “좋아요! 축구하다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SNS로 연락 주세요!”라며 화답했다. 실력은 서로 다를 지언정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꼭 닮아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앞으로도 그라운드 위에 오래 머무르길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