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황금 역사를 쓴
선수를 말하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배구가 고요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코트를 가르는 이들의 스파이크는 팬들의 마음 깊이 훅 들어와 역사를 새로 쓰는 장면을 남겼다. 배구의 황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찬란한 기록의 선수들을 이야기한다.
글. 이세호 강남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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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인 배구
김연경 -
배구코트에서 식빵을 이븐하게 구워도 질책당하지 않고 오히려 ‘식빵언니’라 불리는 김연경은 한국 배구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다. 2005년 프로 데뷔한 해 신인왕, 정규리그 MVP, 챔프전 MVP을 수상하고 2009년 일본 JT 마블러스를 거쳐 튀르키예의 페네르바흐체로 이적하며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튀르키예 리그에서 리그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며 해외 팬들로부터 ‘배구여제(The Volleyball Empress)’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의 유니폼은 페네르바흐체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김연경은 약 16년간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2012 런던올림픽과 2021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았으며, 런던올림픽에서는 올림픽 MVP로 선정되었다. 2020년 흥국생명 복귀 이후, V리그는 시청률과 관중 수에서 ‘김연경 효과’를 입증했다. 김연경은 대한민국 배구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단 한 명의 선수가 한 스포츠 종목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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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4번, 레프트의 교과서
신진식 -
한국 남자배구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신진식’이라는 이름은 반드시 등장한다. 신장은 188cm로 배구선수치고는 비교적 단신이었으나 뛰어난 스파이크 능력, 압도적인 점프력, 코트를 장악하는 존재감까지. ‘갈색 폭격기’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공격력과 리베로급의 디펜스 능력을 지녀 배구의 교과서라 불렸다. 그의 전성기는 곧 한국 남자배구의 황금기였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은메달부터 2002 부산,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까지 연이은 금메달 행진은 대표적인 커리어로 남는다. 신진식은 V리그의 얼굴이었다. 삼성화재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김세진과 더불어 V리그 초창기 흥행과 경쟁력을 이끈 주역이었다. 팬들이 그를 최고의 배구선수 중 하나로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강인한 플레이가 경기장을 넘어 시대의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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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4번, 레프트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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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은 스파이크
김세진 -
김세진은 한국 배구사에 있어 시대의 얼굴이었다. 1970~80년대 강만수, 김호철, 장윤창의 시대에서 신영철, 하종하, 마낙길로 이어지는 오렌지족 스타일의 선수였다. 잘생긴 외모와 함께 94월드리그에서 공격상을 수상하면서 ‘월드스타’란 별명을 얻었다. 김세진은 신장 197cm 답지 않은 빠른 발과 높은 타점으로 다양한 코스의 공격을 하고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 무렵부터 은퇴할 때까지 한국 남자배구의 전성기를 누렸던 선수였다. 국내무대에서도 삼성화재에서 신진식과 함께 좌진식, 우세진이란 닉네임으로 ‘실업배구 77연승’ 과 ‘겨울리그 9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프로 선수 은퇴 후에는 해설가로 활동하였고, OK저축은행 배구단 초대 감독으로 14-15, 15-16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으로서도 능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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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은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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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지배하는 블로킹 여왕
양효진 -
양효진은 한국 여자배구 미들블로커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한 ‘표준’이자, 현대건설과 국가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한국 배구를 이끌어온 상징적 존재다. 뛰어난 점프력과 넓은 리치(팔 길이)를 바탕으로 겨울리그 11년 연속 여자배구 블로킹 1위를 차지했고 길고 짧은 연타 공격으로 상대 코트를 넓게 쓰며 득점력 또한 윙스파이커 이상이었다. 그가 독보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점프력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블로킹 능력’은 국내외 최고 수준이다. 둘째, 공격에서도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 균형 잡힌 경기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셋째, 국가대표로서 10년 넘게 꾸준히 활약하며 국제 대회에서 중심 역할을 맡아 한국 여자배구 위상을 높였다. 양효진은 뛰어난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프로 정신과 리더십으로도 많은 후배 선수와 팬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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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지배하는 블로킹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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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에이스
강소휘 -
강소휘는 원곡고 재학시절 뛰어난 신체 조건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에게 먼저 주목받았다. 2017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되어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뛰어난 점프력과 스피드를 갖춘 공격수로 공격뿐 아니라 서브와 수비까지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쳤다. 2024년 FA시장에서 한국도로공사와 3년 총액 24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여자 프로배구 역사상 최초로 연봉 8억 원 시대를 열었다. 강소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동메달 획득에 기여하고 월드그랑프리(현 VNL) 등 다수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대표팀 주전으로 뛰며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공격력과 서브, 수비 전반에서 다재다능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 내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 빠른 성장과 꾸준한 경기력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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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에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