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체스연맹체스의 모든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강남구체스연맹은 체스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공간을 제공한다.
유소년 국가대표부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까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강남구체스연맹 회원들을 만나보자.

글.    임채홍
사진.    신현균

하나의 문화이자 전쟁터

지난 2월, 강남구체육회에 정식종목 단체로 가입한 강남구체스연맹의 10개 클럽에서는 현재 2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체스의 장점 덕분에 회원들의 연령대 또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임현주 강남구체스연맹 회장은 체스를 가리켜 하나의 문화이자 전쟁터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체스는 기물 하나하나가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플레이어는 기물들의 역할을 생각하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팀워크와 책임감에 대해 배우게 돼요”라며 “체스의 모든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어요. 이건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고도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책임지는 것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는 임현주 회장은 체스의 장점으로 편의성을 강조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 같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곧 한국에서도 체스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현재 체스는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대회에 정식종목으로도 채택되며 인기가 계속 늘고 있어요. 세계체스연맹(FIDE)은 올해 100주년을 맞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협회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도 체스 인기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강남구체스연맹의 문턱은 굉장히 낮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엔 체스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무실로 들어올 수 있다. 만약 체스에 관심이 있거나 배우고 싶다면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나 네이버 밴드를 통해 문의도 가능하다. 바둑의 기원처럼 체스를 하고 싶을 때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체스연맹의 목표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세계적인 레벨에서 체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도 강남구체스연맹이다. 현재 강남구체스연맹은 가장 많은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초 IM(International Master) 안홍진 선수와 CM(Candidate Master) 이경석 선수와 함께하고 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와 유소년이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럼 회원들이 생각하는 체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올해 5학년인 홍주혁 회원은 6살 때부터 체스를 접했다고 한다.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체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상대 수를 예측하고 대응법을 찾아가는 게 체스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앳돼 보이는 얼굴로 수줍게 체스의 매력을 말한 홍주혁 학생은 지난 유소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한 어엿한 국가대표다. 특히 꾀부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체스가 재밌을 것이라며 추천하기도 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체스 국가대표로 우리나라를 빛낸 이경석 선수는 체스의 차분한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축구나 농구처럼 동적인 운동도 있지만 체스처럼 정적인 스포츠도 있는 거죠. 머리 쓰거나 전략 세우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가볍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체스는 정직한 스포츠라고 생각한다는 고등학교 2학년 홍주은 학생은 “운도 들어가지만 연습하고 공부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게 체스라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세운 전략이 경기에서 통할 때가 가장 재밌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상 전략이 통하는 건 아니라는 그녀는 “제가 체스를 좋아하는 만큼 졌을 때의 상실감도 굉장히 커요. 상대방이 잘했든, 제가 실수했든 게임을 지면 한 달 동안은 그 경기 생각을 해요”라며 체스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더 큰 목표를 향해

올해 6월, 강남구체스연맹은 남수단체스연맹과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_양해각서)를 맺었다. 오랜 내전으로 체스를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체스기물세트 100개와 여러 의약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남수단과의 인연은 놀랍게도 홍주은 학생의 세뱃돈으로부터 시작했다. “남동생 덕분에 남수단 소년병들이 총을 반납하면 축구공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체스 선수니까 체스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우선 제 세뱃돈으로 5개의 체스세트를 남수단에 보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남수단과의 인연을 우연히 IOC 위원들도 알게 되어 현재는 MOU까지 맺게 됐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홍주은 학생의 꿈이 체스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루어진 것이다.
건강한 체스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임현주 회장은 강남구체스연맹의 2가지 목표를 밝혔다. “첫 번째 목표는 대한민국의 첫 GM(GrandMaster) 탄생이에요. 우리나라가 체스 강국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강남구체스연맹 선수들의 실력을 믿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원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보여준 그녀는 다음 목표를 설명했다. “두 번째 목표는 국제체스대회 유치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제 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없어요. 온가족 체스대회, 전국 스탠다드 대회 같은 국내 대회를 꾸준히 유치하고 발전시켜서 언젠간 꼭 국제 대회를 유치하고 싶어요.”
강남구체스연맹 회원들은 마지막으로 체스를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같이 즐기자’라고 전했다.
“강남구체스연맹은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어요. 체스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거나, 잘하거나, 잘하고 싶은 사람 모두 환영합니다. 저희와 같이 체스로 하나 되어 소통하고 재밌는 경험 많이 쌓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