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김다민 스케이터와 함께! 넘어져도 자기 힘으로
일어선다면 그게 실력
지난 7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던 어느 날 서울시민들과 김다민 피겨 크리에이터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한여름 얼음 위를 자유롭게 미끄러지는 짜릿함을 선사하는 스포츠, 스케이팅을 위함이다.
글. 김엘진
사진. 황지현
영상. 신현균
‘김다민 피겨 크리에이터’
피겨 채널 ‘찬란하다나’의 ‘다나’, 김다민 크리에이터는 19살까지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피겨 강사로도 일하며 시민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피겨에 대한 욕구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지만 갈수록 피겨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싶었다는 그는 “이렇게 시민들과 스케이트 강습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며, “참여하시는 가족 분들이 모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그리고 스케이팅의 매력을 꼭 알아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0일 서울시 목동 아이스링크장 앞에는 스케이트를 배우기 위해 서울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모였다. 서울특별시체육회가 2016년부터 매년 운영하고 있는 ‘가족 스케이팅 교실’ 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2024 가족 스케이팅 교실’의 3번째 강습이 있는 날. 무더운 날씨에도 서울시민 가족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다. 참가자들은 총 9개조로 나눠졌고, 이 중 9조는 유찬이(9세), 지유(7세)와 엄마·아빠, 예준이(9세)와 엄마, 하준이(6세)와 아빠, 시현이(9세)와 엄마·아빠로 이뤄졌다.
“오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것으로 아는데, 정말 기대돼요.” 예준이 엄마의 말에 예준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전모와 스케이트화를 착용하고 있을때 오늘의 선생님, 김다민 피겨 크리에이터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등장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케이트화를 잘 신었는지 확인하며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유튜브 피겨 채널 ‘찬란하다나’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19살까지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했고 지금은 피겨도 가르치고 있고, 8월에는 ‘뮤지컬 아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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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오뚝이처럼
가족들은 난간을 잡은 채 매끄럽고 차가운 빙판 위로 차례차례 올라섰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까지 오락가락 했지만 아이스링크장은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맞이했다. 이후 선생님의 리드에 따라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가족들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땅에서 걷는 것처럼 뒤꿈치부터 내려놓으면 넘어질 수 있어요. 위에서 내리찍는 것처럼 11자로 걸어주세요.”
모두가 자신의 발로 미끄러운 얼음 위에 서있는 것에 성공하자, 이번엔 넘어질 차례였다. “넘어지지 않을 순 없어요. 넘어진 다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셔야 해요. 엉덩이부터 옆으로 넘어지고, 손으로 바닥을 밀며 일어나요.”
망설이던 어린이들과 어른들도 결국 차례차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그들 사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다니며 격려했다. “괜찮아요. 넘어졌다가 스스로 일어날 줄 알기만 하면 충분히 잘 탄다고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의 이야기에 처음엔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던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일어선 막내 하준이가 한 손을 쫙 펴며 말했다. “저는 오늘 5번 넘어졌어요.”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낸 이들은 손으로 무릎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음마를 한 뒤, 드디어 팔을 벌린 채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 줄로 나란히 서서 차례차례 선을 그은 곳까지 갈 거예요. 한 다리를 뒤로 밀었다가 다시 11자로 다리를 모으고, 다시 반대쪽 다리를 밀었다가, 11자로 만드는 거예요. 어려우면 걷는 느낌으로 가면서 살짝 밀어도 돼요.”
시현 엄마 윤미 씨의 숨겨둔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윤미 씨는 망설이지 않고 부드럽게 전진했다. 엄마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시현이도 빠르게 엄마를 따라갔다. 남편이 자랑스럽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아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네요!” 선생님은 모든 이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움직이다가 찡그리고 있는 지유를 발견했다. 지유의 장갑이 잘 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길 들은 선생님은 자신의 장갑을 벗어 지유에게 끼워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해서 넘어지던 지유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지유 엄마 순영 씨가 설명했다. “뜻대로 안 되니까 그래요. 잘 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자기 맘대로 안 되니까.” 그 말처럼 지유는 나가서 좀 쉬라는 권유도 단호하게 뿌리치고는 계속해서 넘어지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오빠 유찬이도 마찬가지였다. 유찬이는 결국 입고 온 패딩 점퍼까지 벗어던지고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몇 번이나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다. 선생님이 넘어진 아이들을 하나하나 토닥이며 격려했다. “진짜 잘 타고 있는 거야. 지금 너희 혼자 일어났잖아. 그 다음에도 다시 용기내서 탈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잘 타는 거야.” 막 몸을 일으킨 시현이가 씽긋 웃었다. “처음에는 넘어지는 게 무서웠는데 막상 타다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모든 아이들이 이제 열 손가락으로는 셈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넘어진 후, 이들에게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다시 시작된 강습 시간, 이번에는 ‘항아리 모양 그리기’ 순서였다. “양쪽 발로 항아리 모양을 그리는 거예요. 처음에 발을 V자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무릎을 살짝 눌러주면서 A자 모양으로 바꾸면 돼요. A자로 갈 때는 몸이 얼른 앞으로 따라가야 해요. 열 번 걷고, 항아리 1개를 만들어 봅시다.”
선생님의 설명에 모두가 발끝에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또 여기저기서 넘어지는 아이들이 보였지만, 곧잘 따라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선생님이 그려둔 한 바퀴를 돈 다음에는 걷기 5번에 항아리 만들기 1번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유찬이가 성공했다! 하준이는 잠시 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10분도 채 넘기지 않고 빙판 위로 돌아왔다.
“다음에는 밀면서 가볼까요? 길게 밀면서 둥글게 돌아서고, 항아리를 만들면서 돌아올게요.”
가족들의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선생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이렇게 잘 하시다니, 진도를 더 나가도 되겠어요. 이번에는 뒤로 걸어볼까요?”
어느새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은 9조 가족들을 위해 준비해온 목걸이와 마스크를 나눠주고 소감을 전했다.
“의외로 스케이트를 좀 멀게 느끼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렇지만 계절 상관없이 시원하게 즐길 수 있고, 전신 운동이라 건강에도 너무 좋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다들 생각보다 너무 잘 하셔서 더 즐거웠어요.”
막내 하준이는 “스케이트를 처음 타봤는데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빠도 “토요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나오기 힘들었는데, 막상 이렇게 아들하고 같이 하니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고, 아들도 또 오고 싶다고 해서 뿌듯합니다”라고 전했다.
예준 엄마는 “기대보다 더 좋은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체험이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넘어진 지분으로 따지면 1위를 기록한 지유와 유찬이 가족도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더운 한여름에 스포츠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어요”라는 엄마의 말에 아빠도 동의한다. “이런 날씨에 집에서 쉬기보다 가족과 스케이트를 타니 정말 행복합니다.”
지유는 퉁퉁 부은 눈으로 방긋 웃었다. “처음에는 자꾸 넘어져서 힘들었는데, 용기를 내서 해보니까 자꾸 용기가 더 생겨서 나중엔 잘할 수 있었어요.” 유찬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에 시원한 곳에 있으니까 기분도 좋고 잘 탈 수 있게 돼서 좋아요! 또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