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체육회 소속 잠2 축구회 잠실의 40년 역사를 함께한
우리가 최고입니다!
1981년 창설된 잠2 축구회는 잠실의 근현대사를 같이했다. 화합과 존중을 바탕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을 차는 게 행복하다는 잠2 축구회 회원들의 얼굴엔 자부심과 활력이 가득했다. 40년 넘게 동호회를 이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던 내면의 열정을 깨워보자.
글. 임채홍
사진. 신현균
12월의 어느 일요일,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길거리엔 지나가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서울잠신고등학교의 운동장은 공 차는 사람들의 함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이른 아침부터 축구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송파구축구협회 소속 잠2 축구회는 1981년 창단된 축구 동호회로 4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동호회다. “설이나 추석 당일이 아니라면 매주 일요일 오전에 모이고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말이죠!” 호탕하게 웃으며 축구회를 자랑한 방성덕 고문은 잠2 축구회의 창단 멤버로 40년 넘게 잠2 축구회를 지켜왔다. 축구회가 오랜 기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로 ‘화합’을 꼽은 그는 축구도 좋지만 사람이 좋아서 계속 온다고 말했다. “신기하게 우리 동호회는 좋은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요. 따로 테스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잠2 축구회에 가입한지 25년 됐다는 이장서 수석부회장은 2025년부터 회장직을 맡게 된다. “회장 임기는 보통 2년이고 차기 회장이 수석부회장을 맡는 구조입니다. 올해 이의규 회장님의 임기가 끝나고 내년부터 제가 잠2 축구회 회장을 맡게 되는 거죠.” 총 인원이 87명이라는 잠2 축구회는 매주 40~45명 정도가 나와서 축구를 즐긴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 동호회의 최대 장점은 화합이 잘 된다는 겁니다. 이미 사회나 직장 생활을 하시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텐데 여기서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즐기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전 9시가 되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벤치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건호 재무부회장의 인사와 함께 시작한 이날 조회에선 지난 일주일간의 일들과 앞으로의 행사에 대해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소개가 끝난 뒤, 따뜻한 믹스 커피로 몸을 데운 회원들은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기 전에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날이 추운 만큼 부상을 입기 쉬워서 몸을 확실히 풀어야 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연습게임이 시작됐다. 옷을 껴입어도 추위가 새어들어오는 날씨였지만 이들의 열정 앞에선 소용없었다. 정신없이 공을 주고받으며 축구를 즐기던 이들의 몸에선 땀이 식으며 하얀 연기가 올라올 정도였다.
“우리 회원들이 웃으면서 축구를 하는데 실력도 좋으세요. 올해 송파구 협회장배 40대 부문에서 우승할 정도니까요!” 아침 조회를 진행했던 이건호 재무부회장은 잠2 축구회의 실력에 대해 자랑을 이어갔다. “다른 동호회는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선수 출신만 받는 곳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실력은 차차 쌓아가면 되고 즐기는 게 우선이니까요.” 수원에서도 축구 동호회를 즐겼다는 그는 잠실 쪽으로 이사를 오며 친구의 소개로 잠2 축구회에 오게 됐다고 한다. “40년 역사를 가졌다는 건 굉장한 겁니다. 저도 축구 동호회를 전에 다녔지만 점점 불협화음이 생기더니 결국 갈라졌거든요. 이렇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데엔 임원들은 물론이고 회원들도 같이 좋은 분위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학생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어른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공을 드리블하던 오지환 학생은 추운 날씨에도 펄펄 날아다녔다. 현재 잠현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그는 할아버지를 따라 잠2 축구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에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4살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잠2 축구회에 왔어요. 학교에서도 축구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기가 제일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주말에도 축구를 하다 보니 체력도 좋아졌다는 그는 이곳에서 페어플레이를 배웠다고 전했다. “같이 축구하는 동호회 분들 모두 친절하고 성격이 좋으세요. 서로를 배려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만큼 더 안전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방성덕 고문은 이곳 잠신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제 아내는 결혼식을 운동장에서 한다니까 안 좋아했죠. 그런데 요즘엔 과거로 돌아가도 이곳에서 식을 올릴 거래요. 이유를 물어보니 당시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게 아직도 생생해서 그렇답니다.” 너털웃음과 함께 결혼식을 회상한 그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40년째 잠2 축구회를 지켜온 그는 앞으로 10년을 더 나와 50년을 채우는 게 목표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잠2 축구회는 구청장기나 협회장기 외에도 자체적으로 대회를 열기도 한다. 송파구의 한 정형외과에 지원을 받아 올해 대회를 열었다는 이장서 수석부회장은 “대회를 개최하려면 큰 금액이 필요하다 보니 방법을 찾다 병원과 협업하기로 했습니다”라며 “병원이 대회 진행비를 지원해 주면 저희가 축구를 하다 부상을 당했을 때 그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식입니다”라고밝혔다.
흐뭇하게 회원들을 바라보던 이장서 수석부회장은 한 가지 고민이 있다고 고백했다. “지금 저희 축구회의 가장 큰 고민은 20~30대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잠2 축구회가 회원도 많고 관리도 잘 되어있지만 운동장이 잔디가 아니다 보니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차기 회장으로서 잠시 생각에 빠진 그는 곧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잠2 축구회는 잘 운영될 겁니다. 언제나 회원들이 우리 동호회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원들간의 팀워크는 전국에서도 가장 좋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축구를 즐기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안 생기도록 회원들이 협조를 많이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힘든 평일을 보내고 주말에 재밌게 운동하고자 나오는 것이니 회원들이 최대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잠2 축구회는 지난 40년 동안 잠실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축구를 40~50년째 즐기면서도 아직도 제가 왜 축구를 좋아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릅니다. 그런데도 주말만 되면 저절로 잠2 축구회로 향하는 제자신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40년째 잠2 축구회에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10년을 더 채우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2008년 영국에서 유학할 때 처음 축구를 접했는데 지금까지 너무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축구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끔 제가 주말에 일이 있어서 축구를 못 나가면 아내가 스트레스 받는 저를 보며 잠2 축구회는 꼭 나가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앞으로도 잠2 축구회를 통해 축구도 즐기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운동하고 싶습니다.
할아버지를 따라 4살 때부터 잠2 축구회에 왔습니다.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축구를 좋아하게 됐는데 잠2 축구회에서 공을 찰 때가 가장 재밌습니다. 특히 페어플레이, 패스, 드리블 같은 축구의 기본을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앞으로 노력과 끈기, 인성과 태도를 갖춘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