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덕초등학교 스포츠스태킹팀 손으로 펼치는 육상경기
손은 눈보다 빠르다. 스포츠스태킹을 하는 선수의 손을 보면 영화 속 대사인 줄만 알았던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가려지는 스포츠스태킹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글. 임채홍
사진. 황지현
스포츠스태킹은 플라스틱 컵을 빠르게 쌓고 풀어내며 기록을 겨루는 스포츠다. 종목 자체는 단순하지만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 경이로운 속도로 컵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서울고덕초등학교(이하 고덕초)는 올해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스포츠스태킹 대회에서 남·여 학생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로 2연패를 달성한 고덕초 스포츠스태킹팀 학생들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다들 손부터 풀어볼까” 고덕초 남자부 표태호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학생들은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컵을 꺼내들고 연습을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컵을 쌓고 내리는 학생들의 움직임에선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가 느껴졌다. 아이들을 바라보던 표태호 감독은 “대회가 있으면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에 나와서 연습을 했어요.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우승을 하겠다는학생들의 의지가 컸기 때문에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보라색 단체복을 뽐내며 준비를 마친 학생들에게 표태호 감독은 본격적인 훈련을 지시했다. 처음 훈련은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겨루는 3-3-3 릴레이 방식. 여기서 3-3-3은 컵을 3개씩 쌓고 푸는 방식으로 숫자에 따라 쌓는 컵의 개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쉽다. 남녀로 나누어 시작한 연습은 이내 진지해졌고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5세트 접전까지 가기도 했다.
고덕초 스포츠스태킹팀은 현재 남학생 10명, 여학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부 양혜진 감독은 “평소에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 간에 선의의 경쟁이 있어요. 그러다가도 대회에 나가면 서로 응원도 하고 격려도 해주면서 팀워크를 보여줘서 깜짝 놀라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다음 훈련은 2인 1조로 이루어서 진행하는 더블 사이클. 사이클은 3-6-3, 6-6, 1-10-1, 3-6-3 순서로 컵을 쌓고 내리는 방식으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이다. 특히 더블 사이클은 2인 1조로 왼편에 있는 사람은 왼손만, 오른편에 있는 사람은 오른손만 쓸 수 있기 때문에 팀워크가 관건이라고 한다. 오랜 합을 자랑하듯,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마치 한 몸처럼 컵을 쌓는 학생들의 모습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양혜인 감독은 올해 있었던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남자부는 큰 고비 없이 우승을 했어요. 여자부도 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갔는데 결승전 1세트를 진거에요. 대회 첫 패배라 학생들이 많이 당황했는데 그래도 후반 2~4 세트를 내리 이기며 우승을 했어요. 이렇게 극적으로 우승하니까 학생들이 울면서 기뻐하더라고요. 아마 그 순간은 학생들이 평생 못 잊을 만큼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어요.”
5학년 서채영 학생은 지난 대회에서의 떨렸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대회에 나가니 생각보다 더 떨리고 긴장도 됐어요. 그래도 주말마다 열심히 연습했고 실수해도 팀원들이 괜찮다고 응원을 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이런 끈끈한 팀워크 덕분에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양혜인 감독은 고덕초 스포츠스태킹팀의 장점으로 학생들의 자부심을 꼽았다. “학생들이 주말 연습에도 항상 성실하게 나올 정도로 스포츠스태킹을 좋아해요. 그리고 스포츠스태킹을 좋아하는 만큼 자부심도 있어요. 팀 유니폼을 연습할 때만 입는 게 아니라 평일에도 입고 등교할 정도니까요.” 특히 벌써부터 2025년 계획을 세우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실력이 좋은 6학년들이 졸업을 하니 어떻게 공백을 채울지 고민을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먼저 진지하게 임해주니 저와 표태호 감독님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스포츠스태킹은 기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일정 수준까지 실력이 느는 건 금방이지만, 벽에 부딪혔을 때 그 한계를 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4학년부터 스포츠스태킹을 시작했다는 허윤후 학생은 “처음 사이클 기록을 8초에서 7초로 단축할 때 2달이 걸렸어요. 지금은 6학년인데 기록은 6초 후반이에요”라고 전했다. 특히 연습할 땐 기록을 깨기 위해 속도에 중점을 두지만 대회에선 실수를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중학교에 진학해도 꾸준히 스포츠스태킹을 하겠다고 전한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운의 숫자 7을 등번호로 정했다는 김연후 학생은 “사이클 기록을 6초대로 단축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사실 6초대는 국가대표급 기록이지만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진심을 다했던 이 순간은 앞으로 학생들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해가는 스포츠스태킹을 거울삼아, 앞으로 멋진 미래를 그려나갈 고덕초 학생들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