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스포츠클럽 유소년 배드민턴클럽 전문선수반앞으로 더 빛날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샛별들

라켓이 닳을수록 실력과 추억은 겹겹이 쌓여 두터워진다.
배드민턴 라켓으로 공뿐만 아니라 서로의 열정과 노력을 주고받는
마포스포츠클럽의 유소년 배드민턴 클럽 전문선수반(이하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의 시간을 들여다보자.

글.   김가현
사진.   황지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흘리는 땀

“하나! 둘!”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합 소리와 쿵쿵거리는 발소리. 체육관에 들어서자 벌써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있는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이 보인다. 본격적인 배드민턴을 하기 전, 몸풀기로 체육관 내 배드민턴장 20바퀴를 뛰는 모습이다. 상기된 붉은 뺨, 몰아쉬는 숨, 이마를 타고 내려오는 땀. 보는 사람마저 힘들게 만드는 운동량이었지만, 어째선지 그들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마포스포츠클럽은 전국 최초 365일 연중 개방을 시작한 공공 체육시설로 지역 주민과 장애인들에게도 열려있는 ‘모두가 함께하는 스포츠클럽’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포스포츠클럽은 마포구청으로부터 예산과 시설을 지원받아 취미반과 선수육성반 그리고 전문선수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의 한 학생이 올해 ‘제17회 전국 장애인 학생 체육대회’ 서울시 대표선수로 선발되어, 전국대회 초등부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쾌거에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최성원 감독은 말한다.
“저는 애들이 가끔 선생님 말도 안 듣고, 서로 장난도 치면서 명랑하고 밝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래서 폐쇄적인 분위기보다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더 추구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전문선수단의 지속적인 운동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공공 체육시설의 위탁 3개소를 일년 내내 개방하며, 재학생과 졸업생 간의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노력이라는 가장 큰 재능

가볍게 몸을 푸는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 중에서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다. 발에 깁스를 한 채 상체 스트레칭을 하는 4학년 최산 학생. 다리를 다쳤음에도 스트레칭을 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배드민턴이 하고 싶어서요. 그렇지만 아파서 못하니까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예요”라며 열정을 내비친다. 최산 학생과 같이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친 것이 바로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이다.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은 학교 내에서 추진하는 반이 아니기 때문에 각기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모인다. 노량진이나 서대문구에서 오는 학생도 있다. 자신들이 걷고자 하는 열정 하나로 묵묵히 먼 길을 나아가는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 학생들이 마치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최성원 감독 역시 아이들이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이 운동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끈기’입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끌리고, 반복적인 것을 질려하며 금세 싫증내기 때문인데요. 아이들이 못 하던 기술을 한 번, 두 번 해낼 때마다 기뻐하는 표정이 정말 보기 좋고, 아이들이 그런 표정을 더 자주 지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아이들의 운동에 있어서 ‘끈기’라는 불이 꺼지지 않게 ‘성취감’이라는 연료를 계속 넣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가깝지 않은 곳으로 아이를 보내고,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반대하는 부모님도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기도 했다.
6학년 정선우 학생은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 배드민턴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거의 1년 동안 부모님께 공부 열심히 할 테니 배드민턴을 배우게 해달라고 설득해서 지금의 제가 있어요. 물론 공부는 잘 안 해요”라며 웃었다.마포스포츠클럽에서는 아이들의 이런 열정에 뒷받침하며 새로운 전문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대한체육회 전문선수반 육성 공모사업, 대한체육회 ‘유소년 라켓단’ 특화프로그램 공모사업, 대한체육회 ‘신나는주말체육학교’ 프로그램, 서울시체육회 민간단체 공모사업, 배드민턴 유소년 대회개최 사업 등을 연계하고 있다. 또한, 아직 중학생 반이 신설되지 않아 중학생까지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개선 의지를 표출했다.

배드민턴을 통해 배운 삶의 자세

듣는 사람의 귀를 말갛게 만드는 명랑한 웃음소리 뒤에는 바람을 세차게 가르는 배드민턴 소리가 있다. 감독님과 서브 연습을 한 뒤, 아이들끼리 2대2 시합 훈련을 했다. 동글동글하고 앳된 얼굴이 어느덧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뒤바뀌어 스매싱을 세게 내리친다. 아이가 치는 거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다. 아이들은 배드민턴 라켓으로 스매싱을 세게 치는 그 타격감이 스트레스 해소로 이어져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어른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도 처음부터 이리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6학년 추성민 학생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했다. “저는 취미반으로 시작했었는데, 취미반에서조차 너무 못했어요. 그래서 잘하고자 하는 의지 하나만 바라보며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전문선수반에 들어오게 됐어요. 특히 배드민턴장 1~2바퀴만 뛰어도 심장이 빨리 뛸 만큼 체력이 안 좋았는데, 이제는 20바퀴도 거뜬히 뛸 만큼 체력과 실력 모두 향상됐어요. 처음에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친구들과 형들이 열심히 하기에 덩달아 저까지 기세를 타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을 대하는 태도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어쩌면 아이들은 강한 서브와 스매싱만 배우는 것이 아닌, 삶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방법과 고난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중이 아닐까. 좋아하는 한 분야에 노력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마포스포츠클럽 전문선수반이 훗날 어엿한 선수로 활약할 미래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