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조니 씨산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등산은 내 인생

어렵지만 뿌듯하고, 험난하지만 짜릿한 등산.
여기 등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이가 있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는 그는지금도 자연 속을 거닐며 나만의 특별한 추억을 쌓고 있다.

글.   임산하
사진.   김도형
영상.   강원석

건강한 즐거움을 주는 등산의 매력

이정표가 있지만 그 길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고, 얼마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될지 알 수 없기에, 등산은 어렵다. ‘해발’과 ‘길이’라는 수치만으로 산을 파악할 수는 없다. 언제나 가장 자연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산은 인공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선 고난을 주는데, 그럼에도 진실한 한 가지는 땀 흘리는 만큼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등산’에는 단순히 산을 오른다는 의미를 넘어, ‘승려가 수도를 위하여 산에 들어가 머무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등산은 수련을 하는 일과 닮았다. 그러니 어렵지 않다면, 그것은 등산이 아닌 셈이다.

“어떤 것도 쉬운 일은 없어요. 산에 오르는 등산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것이 등산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어려운 길을 넘어섰을 때얻는 성취감이 기쁨을 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더 큰 산을 오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고향인 미국을 떠나 2011년 한국에 온 조니(Johnny) 씨가 차분한 목소리로 등산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경기도 성남, 동탄, 서울 강남을 거쳐 지금은 경기도 고양시에 터를 잡았다는 그는 서울의 산을 거의 다 올랐을 정도로 산행에 진심이다.

“저에게 등산은 힐링이에요. 제 고향은 시골인데, 어릴 때부터 숲이나 산에서 놀면 마음의 평화가 느껴졌어요. 자연스럽게 자연을 사랑하게 되었죠. 게다가 등산은 운동도 되는 동시에 건강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활동이에요.”

특히 그는 CIK(Climbing in Korea)에도 참여하고 있다. CIK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하는 하이킹 모임이다. 일반적으로 등산을 하지만 그 외 패러글라이딩, 캠핑, 카약 등 다른 활동도 하는데, 이곳에서 그는 건강한 재미를 누리는 중이다.

“몇 년 전에 아내의 사촌이 ‘밋업(Meetup)’이라는 앱에서 CIK를 발견했고, 저에게 같이 등산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저는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죠. 그때 함께 첫 산행으로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에 올랐어요. 거기도 한강이 흐르고 있는데, 그 위를 지나는 팔당댐과 팔당대교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산을 다니면 다닐수록 그는 속상한 게 생긴다고. 그것은 바로 쓰레기 때문. 쓰레기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를 괴롭히는 존재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 행동하려 하는 그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에 대해 “하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는 그는 플로깅 활동도 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익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등산을 할 때 쓰레기가 보이면 꼭 주워요. 물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다들 관심 있게 주변을 봐주시면 좋겠어요.”

  • 어떤 것도 쉬운 일은 없어요.
    산에 오르는 등산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것이 등산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어려운 길을 넘어섰을 때
    얻는 성취감이 기쁨을 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더 큰 산을
    오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타공인 북한산 전문가

등산을 사랑하는 그와 오늘 함께 오른 곳은 북한산 형제봉. 정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왕복 약 3.5km이니 등산 전문가는 왕복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 길은 북한산에 훤한 조니 씨에게도 처음이란다. 물론 형제봉에 오른 적은 있지만, 이전에는 평창동 쪽에서 올랐다고.

“한적한 길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형제봉으로 가는 길은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 느긋하게 등산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데다 형제봉 봉우리에 오르면 서울이 널찍하게 보여서 멋진 풍경까지 볼 수 있거든요. 조용한 매력이 있어서 추천해요.”

북한산은 행정 구역상으로는 서울시 성북구에 속하지만, 서울의 강북권은 물론 동쪽으로는 경기도 의정부시와 양주시, 서쪽으로는 경기도 고양시까지 닿아 있다. 그만큼 산세가 넓어 구석구석 다양한 코스를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니 씨가 특별히 추천하는 코스는 어디일까?

“백운대는 익히 들어서 익숙하실 테니, 저는 13성문 종주코스를 추천하고 싶어요. 원래 16성문인데 3개는 터만 남아 있다고 해요. 옛 성문을 지날 때면 마음이 괜히 경건해지고, 또 역사를 배우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이 코스를 완주한다는 목표로 산행하시면 훨씬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의 현장 속에 들어가는 재미를 아는 그는 산속의 절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북한산에도 절이 많은데,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절은 문수사였다고.

“문수사는 문수봉에 있는 절인데 여기는 문수동굴이 있어요. 절이 동굴과 이어져 있어서 얼마나 멋있는지 몰라요.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과 하나 된 법당이죠. 직접 보면서 그 매력을 실제로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등산로뿐만 아니라 산자락으로 나 있는 산책로까지 섭렵한 조니 씨. 이제는 북한산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는 등산 앞에 자만하지 않는다. 조니 씨가 챙겨 온 가방만으로도 등산을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증명된다.

“물, 간식, 방수재킷, 모자, 손수건 등은 항상 잊지 않고 챙겨요.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응급키트예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연고, 반창고, 붕대 등을 꼭 지참해야 해요. 응급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비해 두는 것도 필요하죠.”

도전 속에서 찾아낸 나만의 추억

조니 씨의 앞으로 목표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모두 다 가는 것이다. ‘명산100’ 이라고도 불리는 목록 안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 가득하다. 물론 서울의 산은 거의 다 등산했으니 이제 전국으로 눈을 돌릴 때다.

“다음 주말에 ‘블랙야크 트레일 런 50K 2024 제주’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이 기회에 한라산에도 오를 계획입니다. 백록담을 실제로 볼 생각을 하니 정말 설레요. 물론 날씨가 좋아야 한다고 하지만 조금 궂더라도 그것마저 자연의 일이니 괜찮아요.”

등산에 대한 열정도, 자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그에게는 산행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트레일 러닝에도 두려움이 있을 리 만무하다.

“트레일 러닝을 정말 좋아해요. 무엇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게 흥미로워요. 바위를 오르거나 개울을 따라 달려야 할 수도 있지요. 그렇게 자연을 제대로 느끼는 일이 즐거워요.”

물론 시작부터 트레일 러닝을 할 수는 없는 법. 만일 등산도 즐기고, 트레일 러닝에서도 기쁨을 얻고 싶다면, 그는 차근차근 시작해 보라고 말한다.

“서울에는 다양한 걷기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서울둘레길, 안산자락길 등부터 걸으며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작은 산을 경험한 후에 더 큰 산을 오를 수 있어요. 유명한 산은 대체로 높고 험준한데, 무작정 시작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좋지만 급하게 하는 것은 안 돼요.”

또 한 곳, 그가 추천하는 코스가 있다. 바로 창릉천에서 한강까지의 러닝 코스. 창릉천은 조니 씨의 집과도 가까워 자주 찾는데, 도심과 닿아 있지만 녹음을 한가득 누릴 수 있는 곳이어서 그는 이 길을 남다른 공간으로 꼽는다.

“창릉천과 닿아 있는 구파발역 주변도 좋아해요. 이 동네만의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통닭을 좋아하는데, ‘꼬레랑옛날통닭’이라는 곳도 저만의맛집이라서 소개하고 싶어요.”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등산 후에는 특히 감자탕을 찾는다고. 그만의 맛집은 어디인지 물었지만, 서울에는 워낙 감자탕 맛집이 많아서 딱 한 곳을 소개하기는 어렵단다.

“미국인이어서 그런지 식사에 감자를 넣어 먹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감자탕의 매콤한 국물이 주는 에너지가 짜릿해요. 힘든 산행을 마친 뒤 먹는 감자탕만큼 맛있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경험하며 쌓아 온 추억들은 그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자연이라는 세계로 직접 걸어 들어간 그는 누구보다 일상을 더 빼곡하게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종주!

    북한산 13성문

    삼국시대 격전지였던 북한산에는 북한산성이 있다. 백제 개루왕 5년(132)에 세운 것으로 오랜 세월 도성을 지켜 왔는데, 조선 시대에는 숙종 37년(1711)에 토성을 석성으로 고쳐 지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한 북한산성의 13개의 성문에서는 고스란히 당대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 아래 어떤 역사가 지나왔는지를 생각하며, 의미 있는 종주를 해 보자.

  • 서울에서 이런 풍광을!

    천혜의 절, 문수사

    북한산 문수봉 아래에 자리한 문수사는 1109년에 탄연(坦然) 스님이 창건하였다. 이곳의 암굴에서 수도하던 중 전각을 지어 문수암이라고 하고 동굴은 문수굴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주위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인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 서울 곳곳을 풍성하게 즐기자!

    서울둘레길

    서울둘레길은 말 그대로 서울을 둘러 걸으며 곳곳을 빼곡하게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총 157km에 달하며, 자연은 물론 문화와 역사까지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서울둘레길 2.0’이라는 이름으로 둘레길 주변 의미 있는 공간과의 연계성을 강화했고, 인근 지하철역과의 접근성을 확장해 더욱 알찬 재미가 가득하다.


조니 씨를 따라
서울을 건강하게 즐기자!
  • 안산자락길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이라고 해요. 그래서 보행약자들도 즐길 수 있죠. 도심 속에서 자연을 한껏 누릴 수 있는 데다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 추천해요.”

  • 서울둘레길

    “서울의 매력을 꼼꼼히 느끼는 데는 역시 서울둘레길만한 게 없어요. 문화, 역사, 자연까지 모두 모여 있으니 건강도 챙기고 알찬 시간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북한산 13성문과 문수사

    “북한산에는 드넓은 산세를 따라 알찬 재미가 가득해요. 여러 등산로와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서 자주 찾는데, 13성문과 문수사에서도 특별한 추억을 쌓아 보세요.”

  • 불암산 수락산 종주

    “종주 산행은 하늘과 맞닿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재밌어요. 불암산과 수락산 종주 코스도 많이 추천하는데, 직접 산행해 보시며 왜 추천하는지를 느껴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