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혹은 같이,
우리의 농구

경인고등학교 이윤희 교사

농구에 진심인 교사와 농구에 진심인 학생들이 만났다.
농구공을 다루는 팔부터 공격과 수비를 취하는 몸짓까지, 국가대표 선수 못지않다.
학교 체육관에는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매일 울린다. 아침, 점심시간, 방과 후 언제나.
경인고등학교 이윤희 체육 교사와 경인고등학교 남·여 농구부다.

‘School Of Sports, SOS!’는 현직 여자 체육선생님들의 실제 학교 수업에 참여해 그들의 수업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을 담은 코너입니다.

글  .  김지현 + 사진 .   이도영


40여 명의 학생, 한 명의 지도교사

40여 명의 학생이 체육관을 꽉 채웠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섞인 이 무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 20분이 되면 체육관에 모여 100분가량 농구공을 튀긴다. 경인고등학교 학교 스포츠클럽 농구부 학생들이다. 실내 코트를 메울 정도의 많은 인원이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경인고등학교 이윤희 교사다. 이윤희 교사의 손에는 마이크가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크가 없으면 40여 명의 학생을 지도하기 벅찰 것만 같다. 일반적으로 학교스포츠클럽만이 아니라 여타 방과 후 활동반 역시 정원이 있기 마련인데 이윤희 교사가 지도하는 경인고등학교 농구부는 그렇지 않다. 가급적 많은 학생이 농구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학생들에게도 닿은 듯했다. 체육관을 찾은 학생들의 머릿수를 헤아려 보니 알겠다. 3학년 학생은 대학 입시 준비로 자주 출석하지 못하는데 이날은 특히 3학년 학생도 꽤 보였다.
취재일을 기준으로 바로 일주일 전인 금요일(9월 8일)에 치른 2023학년도 서울특별시교육감배 농구 대회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자부는 이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는데 1점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고픈 3학년 학생들. 그 모습에서 이들이 농구를 얼마나 진심으로 즐기는지 얼핏 보였다.

현재 40여 명의 인원은 작년에 비해 꽤 감소한 편이다. 3학년 학생들뿐 아니라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농구부 활동을 관둔 학생도 여럿이다.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인원이 활동하는 경인고등학교 농구부다. 소수 정원을 이끌긴 했어도 ‘이렇게나’ 많은 인원을 지도하는 건 이윤희 교사에게 낯선 일이었다. 그만큼 어려움도 따랐지만, 농구로 행복한 학생들을 보니 더 공부를 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고 한다. 그 시작은 일본의 농구 지도 자료였다. 이윤희 교사는 ‘대규모 지도 방식’에 대한 자료 조사와 공부 중, 일본의 농구 수업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개인 SNS에는 일본에서 열린 학교 농구 대회 영상이 빼곡히 올려져 있다. 지난 2023학년도 서울특별시교육감배 농구 대회 결과가 아쉽기는 했지만 선수 출신이 속해 있던 상대 팀에 1점 차로 진 것은 이윤희 교사의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도교사의 열정과 학생들의 열정이 정확히 비례하는 경인고등학교 농구부다.

40여 명의 학생이 체육관을 꽉 채웠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 20분이 되면
체육관에 모여 100분가량
농구공을 튀긴다
농구부에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농구 수업

이윤희 교사의 농구부 지도는 한 명의 교사가 2개 이상의 학년을 운영하는 복식학급을 떠올리게 한다. 패스(Pass) 훈련, 팀워크 훈련 등 훈련받는 내용이 같은 것은 복식학급과 조금 다르지만 전체 학생이 한 개의 그룹이 아닌 남자부와 여자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훈련이 이뤄지는 것은 같다. 이 점에는 신체적인 이유도 작용했지만 교육감배대회와 같은 교외 대회에는 혼성부가 아닌 남자부와 여자부로 따로 출전하기 때문에 이처럼 운영하는 것이 훈련에 효율적이기도 하다. 학생 인원도 많은 데다가 남자부와 여자부를 동시에 지도하려니 어느 때보다 바쁜 이윤희 교사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준비운동이 시작됐다. 짝을 이룬 두 명은 간격을 두고 농구공을 주고받는다. 한 학급의 수보다 많은 인원이 빼곡하게 체육관을 채우고 동시에 패스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없지만 이윤희 교사와 농구부 학생들에게는 매주, 매번 있는 일이다. 2인 1조 패스 훈련 외 다른 훈련들에서도 익숙하다는 듯 이윤희 교사가 지도하는 대로 학생들은 대형을 갖추고 훈련을 시작한다.
이들의 훈련은 약 100분의 시간 동안 패스로 시작해 슛, 미니 시합 순서로 이어진다. 패스와 슛 훈련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짧은 호흡으로 몇 가지 이상의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시도 여유로울 틈이 없다. 학생들의 발걸음은 농구 코트를 바쁘게 가로질러 다니며 두 눈은 농구공이 움직이는 기로를 쫓느라 바쁘다.
이윤희 교사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남자부와 여자부를 지도한다. 첫 번째, 이들이 따로 훈련하는 방식이다.
우선, 체육관을 반으로 나눠 남자부 활동 영역과 여자부 활동 영역으로 구분 짓는다. 원 대형을 만들어 옆 사람 혹은 대각선의 사람에게 공을 패스하는 훈련이나 술래를 지정하고 큰 원 안에 또 다른 작은 원을 만든 후 패스를 하는 사이에서 술래는 농구공을 피해 다닌다. 작은 원을 만든 학생들은 패스받은 농구공으로 술래를 태그(Tag)해야 한다. 두 명의 학생이 드리블하며 컬러콘을 통과하는 훈련도 있다. 이 훈련들은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눠 이뤄짐으로 같은 시간에 진행된다.

(좌)이윤희 교사가 휘슬을 불자 모두의 시선이 농구공으로 모아졌다. (우)남자부 선수가 골대를 향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이윤희 교사가 농구부를 지도하면서
중요시하는 것은 주장의 역할이다.
농구부에는 여자부 주장과 남자부 주장,
두 명의 주장이 있다

두 번째는 함께하는 훈련이다. 이때는 성별이 아닌 유니폼의 숫자를 기준으로 팀을 나눈다. 짝수팀과 홀수팀이다. 각 팀은 양 끝에 설치된 골대를 하나씩 차지한다. 각 팀은 골대를 기준으로 남과 여, 두 줄로 선다. 가장 앞에 있는 두 명의 학생은 동시에 골을 향해 슛을 시도하고, 다음 순서의 학생에게 패스한 후 가장 마지막 줄로 돌아간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승리한다. 훈련의 마지막 순서인 미니 시합은 짝수팀 남자부 대 홀수팀 남자부, 짝수팀 여자부 대 홀수팀 여자부로 따로 시합이 치러지지만 경기 결과는 짝수팀 대 홀수팀으로 판정 난다. 이 모든 훈련을 4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이윤희 교사가 이끌었다. 활동 시간 동안 어떠한 진행에 있어서든 꼬이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척하면 척’ 하며 지도에 잘 따랐다. 농구에 진심인 교사와 학생들이기에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남자부·여자부가 짝수·홀수팀으로 팀을 결성해 더 많은 슛을 넣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로 훈련이 마무리됐다
버저비터까지 노릴 우리의 슛

이윤희 교사가 농구부를 지도하면서 중요시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주장의 역할이다. 경인고등학교 농구부에는 여자부 주장과 남자부 주장, 두 명의 주장이 있다. 주장은 경인고등학교 내 다른 동아리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동아리에도 있다. 어느 팀에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자칫 이름만 주장뿐인 경우가 되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고 주장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자 한 이윤희 교사는 ‘주장 단톡방’을 개설했다. 중요한 공지 사항이 있을 때면 이윤희 교사가 농구부 전원 학생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을 통해 전달한다. 훈련의 시작과 끝을 맺는 준비운동 시간에도 이윤희 교사가 구령을 넣지 않고 두 명의 주장이 번갈아 구령을 붙인다. 농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더 건강한 농구부를 위한 이윤희 교사의 마음이 투명하게 비친다.
이윤희 교사의 지도로 경인고등학교 농구 여자부는 교외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차지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보인 성과다. 이 기세를 틈타 농구부 학생들은 정기 모임 외 시간인 아침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체육관에 모여 농구공을 튀긴다. 여자부의 준결승을 시작으로 남자부·여자부 모두 경인고등학교를 널리 알릴 때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