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온
데니스의 서울 달리기
필리핀에서 온 데니스가 서울에 보금자리를 튼 지 어언 7년.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시작한 ‘새로운 취미’도 있다. 100m 달리기도 버거웠던 데니스이지만 이제 11km는 식은 죽 먹기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스포츠 참가기와 서울의 애정하는 명소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 . 김지현 사진 . 이도영

“안녕하세요? 필리핀에서 온 데니스입니다. 2016년에 가구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직장이 서울에 있기도 하지만 서울은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고 교통편이 정말 편리합니다. 한국의 심장인 서울에 살면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낀답니다.”
“Hi everyone, I’m Dennis from the Philippines. I came to Korea in 2016 and continue to work at a furniture factory in Seoul. Seoul has lots of beautiful tourist attractions and transportation is very convenient. I think this is what makes living in Seoul, the heart of Korea, feel comfortable and safe.”
보통 어느 곳을 달리시나요?
정해진 코스는 딱히 없어요. 집 근처 우이천을 주로 달리고요. 자연에서 달릴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에요. 시간이 꽤 여유로운 주말에는 종종 반포한강공원까지 가요. 반포에 갈 때는 대부분 2~3시간씩 자전거를 타요.
Where do you usually run?
There is no set course. Because I live near Uicheon, I usually run along Uicheon. I feel lucky to feel nature while running. I have some free time on the weekends, and then I often go to the Banpo Hangang River Park. When going to Banpo Hangang Park, I usually ride a bicycle, and it takes about 2-3 hours.
2023 서울 달리기에 참가하시죠?
11K 코스에 도전해요. 이번 마라톤은 올해 여섯 번째로 참가하는 대회예요. 2023 DMZ 마라톤, 2023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 2023 썸머 나이트 런, 2023 KOREA 815 RUN, 2023 빵빵런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요. 모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계획은 없지만 규모가 큰 대회에는 참가하려 해요. 주변에 러너 친구들이 많아서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마음이 훨씬 커요.
Are you participating in the 2023 Seoul race?
Yes. I'm going to try the 11K course. I have participated in several marathons such as 2023 DMZ Marathon, 2023 Incheon Songdo International Marathon, 2023 Summer Night Run, 2023 KOREA 815 RUN, and 2023 Bbangbbangrun. I’m not planning to join every marathon race, but I prefer participating in big events. I also have many friends around me who love marathons. They influence me in many ways. Above all, I am most motivated to challenge myself.


처음부터 장거리를 달릴려면 쉽게 지칠 수 있어요. 시작은 짧은 거리에서부터 훈련하는 것을 권해요. 또 재미를 붙이는 것도 좋아요. 저는 영상으로 달리는 장면을 기록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SNS에는 달리기에 참고할 만한 다양한 영상이 있어요.
What's the secret to running steadily?
If you run long distances from the start, you will get tired easily. I recommend short distance practice at the first stage. I prefer recording with video. Lastly, there are various tips for you on SNS.
데니스에게 마라톤은 어떤 의미인가요?
인내와 의지요. 처음에는 100m만 뛰어도 몸이 지쳤어요. 요산 수치와 식습관, 적지 않은 나이 때문인 듯했어요. 하지만 짧은 거리부터 조금씩 훈련에 임하니 많이 나아졌어요. 빨리 달리지 않더라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나 자신과의 경쟁이죠. 제게 기록보다는 완주가 더 중요해요.
I’d say patience and mental strength. When I first started running, I was exhausted after just running 100 meters, I thought it was probably due to my uric acid levels, eating habits, and my age of 47. So I started training little by little from short distances and gradually got better. For me, a marathon is a competition against myself to prove that I can finish the course regardless of the record. The important thing is not the record, but that I can complete the race.
유난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던 어느 주말 오후, 강북에 있는 우이천은 강아지부터 어린아이, 노인까지 가을바람 맞으러 나온 주민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유아차를 끌기도 했고, 다른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을 했다. 많은 사람 가운데 등 뒤에 ‘SEOUL RACE’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고 달리는 이가 눈에 띈다. 데니스는 올 한 해, 한국에서 여섯 번째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총 9번째 횟수를 올해 안에 채울 예정이다.
봄에도, 가을에도 마라톤 대회를 놓칠 수 없는 데니스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올해 3월이다. 필리핀에서도, 2016년에 서울에 왔을 당시에도 데니스의 일상에 ‘달리기’란 없었다. 좀처럼 달리지 않던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데는 달리기를 사랑하는 친구들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같이 뛰자”는 주변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건강의 적신호를 감지한 데니스는 친구들과 아내를 따라나섰다.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러닝 동아리 ‘RISK’에도 가입했고, 동아리 일정이 없을 때는 아내와 집 근처 우이천을 달린다. 처음에는 100m를 달리는 것도 버거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언에 따라 단거리부터 시작해 어느덧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달리기 경력 7개월 차,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과 인내가 100m를 11km로 만들었다.

도봉구 쌍문동에 거주하는 데니스는 집에서 가까운 우이천을 훈련 트랙으로 삼았다. 쌍문동 부근에서 시작해 북한산 우이역 인근의 우이천을 거쳐 석계역을 찍고 다시 시작점까지, 같은 길을 수없이 달렸다. 데니스는 같은 길을 지루해하지 않고 달리는 방법을 안다. 운동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촬영해 개인 SNS에 꾸준히 올리는 것이다. 매번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러닝 길’에는 대부분 액션캠이 동행한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가을바람 맞으며 달렸던 이날은 핸드폰으로 짧게 영상을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음 날 있을 2023 서울 달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데니스가 우이천을 제외하고 달리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반포한강공원이다. 한강을 달릴 때와 우이천을 달릴 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색다름을 위해 주말에는 대부분 반포한강공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다. 반포한강공원의 공기가 유독 다른 점에는 주말이면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열려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한 데 있다. 종종 데니스는 북한산과 도봉산에 오른다. 북한산과 도봉산도 우이천처럼 역시 집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할 때는 우이천을, 자전거를 탈 때는 반포한강공원을, 등산을 할 때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데니스에게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기도 하지만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그의 운동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