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너머의 낭만이 터지던
서울 야구의 심장
‘목동야구장’
체육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갈수록 커지면서 선수들에게도 관람객에게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의 체육시설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목동야구장은 시설 면에서 최고의 구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어떤 기술로도 완성할 수 없는 역사와 낭만을 간직한 곳이다.
1989년 이후 서울 서부 야구의 중심이 되어준 목동야구장의 궤적을 짚어본다.
정리. 편집실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 야구 본연의 즐거움을 지닌 구장
-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서 목동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현재는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인 목동야구장은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한 생동감과 목동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살아 숨쉬는 ‘도심 속 야구장’이었다.
목동야구장은 다른 대형 구장들과 달리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특히 좁은 파울존은 팬들이 경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물론 주택가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상 인근 주민들로부터 소음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당시의 구장 설계 또한 홈 플레이트에서 외야를 바라볼 때 북북동향을 향하는 배치였다. 외야수들은 플라이볼을 처리할 때 다소 애를 먹었지만, 덕분에 관중들은 해를 등지고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어 당시의 한국 야구장 중에서는 보기 드문 목동만의 특징으로 꼽혔다. 특히 목동야구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외야석 없는 탁 트인 풍광’이다. 외야석 대신 설치된 그물망과 그 너머로 보이는 도심의 전경은 목동야구장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낮은 펜스 덕분에 역동적인 홈런 타구가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이처럼 목동야구장은 화려한 최첨단 시설보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본질적인 즐거움이 중심이 되어 팬과 선수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준 소중한 공간이었다. 뜨거웠던 포스트시즌의 함성과 가을바람의 서늘함이 공존하던 그 시절 목동의 풍경은, 여전히 많은 야구팬의 가슴속에 가장 낭만적이었던 시절로 남아 있다.
- 히어로즈와 함께한 성장과 열정의 시간
-
2008년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 이후 창단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히어로즈)가 목동에 둥지를 틀며 프로야구의 새로운 서사가 시작됐다. 당시 목동은 프로 경기를 치르기에 다소 열악한 환경이었다. 외야석이 없어 전광판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훤히 보였고, 경기 중 터지는 홈런공은 인근 주민의 차량을 위협하기 일쑤였다. 밤마다 터지는 응원 소리에 소음 민원이 빗발쳤지만, 역설적으로 그 소동 속에서 목동만의 독특한 문화가 피어났다.
괴상한 춤을 추며 관중을 홀리던 마스코트 ‘턱돌이’와 인근 마트에서 공수한 음료를 즐기던 외야 펜스 뒷길은 목동의 상징이 되었다.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 선수가 이곳에서 장외 홈런을 쏘아 올릴 때면, 팬들은 이제 시작된 새 구단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2015년 10월 14일,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목동야구장의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가 되었다. 팬들은 8년 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구장을 떠나며 눈시울을 붉혔다. “좁고 불편했지만, 선수들의 숨소리가 가장 가깝게 들리던 곳”이라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최신식 고척돔으로의 이전이 기쁘면서도, 특유의 노천 분위기와 낭만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했던 것이다. 마지막 경기 후 당시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목동은 히어로즈가 성장한 고향 같은 곳”이라며 구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 동대문의 정신을 계승한 ‘미래 스타들의 관문’
-
2016년 프로야구팀이 떠난 뒤 목동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고향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2008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며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기, 봉황대기 등 유서 깊은 고교 야구 대회들이 대거 목동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때 동대문운동장 철거 당시 떼어온 플라스틱 좌석을 그대로 옮겨와 설치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앉으면 동대문의 향기가 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곧 사라진 동대문의 역사를 잇는다는 상징성을 가져온 일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회들이 목동에 뿌리를 내리면서 목동야구장은 명실상부한 아마추어 야구의 메카가 되었다.지금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휘문고 시절 타격감을 조율했고, 강백호(KT 위즈)가 서울고 유니폼을입고 투타 겸업의 괴물 같은 실력을 뽐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전국 주말리그의 성적표를 쥐고 상경한 고교생들에게 목동의 마운드는 오르고 싶은 꿈의 무대다.
현재도 목동의 여름은 뜨겁다. 뙤약볕 아래서 자녀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기도, 패배 후 더그아웃(Dugout) 뒤에서 서로를 껴안고 오열하는 소년들의 눈물이 서려있다. 최신식 돔구장이 줄 수 없는 흙먼지 냄새 가득한 ‘야구의 원형’이 목동야구장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 서울 야구의 자부심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
목동야구장이 서울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대회가 많이 열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 야구가 상륙한 이래, 동대문운동장으로 대표되던 ‘서울 야구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이식받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서울에서 야구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다면 잠실이나 고척이 아닌 목동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목동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수많은 야구인의 땀방울이 스며든 기록관이자 박물관이다.
오늘날의 목동은 과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 시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2016년 고척 스카이돔 개장 이후 아마추어전용 구장으로 전환되며 황금사자기, 청룡기 등 유서 깊은 고교야구 대회의 메인 스테이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인조잔디 교체와 전광판 개선 등 지속적인 보수 작업을 거쳤으며, 과거 소음 문제의 상징이었던 앰프 응원 대신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 소리가 구장을 채울 정도의 고요함이 자리 잡았다. ‘도서관 야구장’이란 별명이 이곳의 또다른 정체성이 된 것이다. 과거에는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오늘에는 고교 야구 경기와 훈련을 책임지며 한국 야구 저변을 지탱하고 있는 공간. 목동야구장은 도심 한가운데서 야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기억하고 이어주며 제 의미와 역할을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
목동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수많은 야구인의 땀방울이 스며든
기록관이자 박물관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80주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로, 2026년 80회를 맞아 목동과 신월에서 개막한다. 고교 최고 투수 및 타자들의 경기를 직관할 수 있는 기회!
4대 메이저 대회로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가 있다. 5월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여름 청룡기, 대통령배, 가을 봉황대기가 서울권 야구장(목동/신월)에서 열리며, 이들 대회 우승은 고교야구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
- 대회 기간
- 2026년 5월 2일(토) ~ 5월 16일(토)
-
- 대회 장소
- 서울 목동야구장, 신월야구공원 야구장
-
- 티켓 예매
- 현장 판매 및 온라인 예매
-
- 가격
- 성인: 10,000원 | 청소년: 4,000원
-
- 중계 안내
- 8강전부터 SPOTV 및 SPOTV NOW 생중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