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세우는 시간 서대문구태권도협회 소속 동호회 가온
‘태권도’하면 어린아이가 제 몸보다 커다란 도복을 입고 팔을 앞으로 내지르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국의 어린이라면 도장의 문턱쯤은 밟기 마련이니까. 이제부터 태권도가 초등학생들만 배우는 운동이라는 통념은 깨도 좋다.
몸을 단련하고 나아가 마음까지 정돈하는 태권도의 매력을 알게 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글. 강지형 사진. 황지현
몹시 추운 어느 겨울, 칼바람을 뚫고 신촌의 한 도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나둘 도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푸는 이들은 서대문구태권도협회 소속 동호회 가온의 회원들이다. 시작 전에는 앉아서 쉴 법도 한데, 모든 회원들이 저마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태권도를 제대로 하고 싶은, 태권도에 진심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가온은 2015년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태권도 활동을 해온 가온의 목표는 단 하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의 재미를 알게 되는 것’. “태권도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잡는 운동입니다. 예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죠. 하지만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운동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65세 회원이 검은 띠를 취득하셨어요. ‘성인도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 많은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김광수 회장의 말처럼 태권도는 신체 단련과 정신 수양을 함께한다. 그래서 태권도 표준 교육 과정은 인성 파트로 시작이 된다. 인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을 쌓아 올리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태권도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그리고 겨루기를 할 때마다 서로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태권도 정신을 잘 보여준다.
대칭을 이루는 동작은 몸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왼손을 쓰면 반드시 오른손을 사용하고, 다리를 사용하면 팔이나 상체도 함께 쓴다.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몸의 모든 부분을 고르게 사용함으로써 기동성과 활력을 높인다. 실제로도 효과가 있어, 어느 한 회원은 근육량의 분포가 고르게 변했다고 한다.
가온은 ‘태권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직접 움직이고 땀 흘리는 시간에 가장 열중한다. 매서운 바람도 열정 담은 걸음을 멈출 수 없다. 태권도 3년 차라는 박하늘 씨는 “태권도는 무예이고, 절제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차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 않지만, 실제로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답니다. 전신의 활력이 생기고, 띠의 색이 변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커요.”라며 태권도 사랑을 뽐냈다. 품새, 겨루기 등 다양한 태권도 기술을 익히고 연습하는데, 150명 가까이 되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만큼 실력 역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숙련자들은 날렵한 발차기를 선보이고, 초보들은 한편에서 기초 동작들을 익히며 실력과 상관없이 태권도라는 공통분모 아래 어우러진다. 외국인 회원들도 있다. 근방의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경우가 많은데, 오래 활동하지는 못해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태권도를 익히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온에 활력을 더한다. 이들이 모국에 돌아가서도 태권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김광수 회장은 각국의 도장을 소개시켜준다고 한다.
전 세계에 197개의 회원국을 지닌 국제적인 스포츠답게 모국에서부터 태권도를 배운 외국인 회원들도 존재한다. 태권도의 국제적 인기를 증명하는 사례이다. 김예진 회원의 경우 한국인이지만 볼리비아에 잠시 거주할 때 태권도를 처음 배웠다고 한다. “외국에서 모국의 운동을 배우는 경험이 새로웠어요. 태권도에 재미를 붙이며,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태권도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죠.”
가온은 회원들 간의 관계도 끈끈한데, 매월 상품을 걸고 진행되는 작은 이벤트나 송년회, 봄 소풍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를 돕고 있다. 태권도는 함께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 모여 에너지를 주고받음으로써 가온의 회원들은 건강한 태권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원래부터 태권도에 관심이 많았는데 쉽게 시도하지 못했었어요.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태권도에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해보면 더욱 활력 넘치고 매력적인 운동이랍니다.
-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연습용 송판을 3개밖에 깨지 못했는데, 지금은 제일 강도가 높은 송판을 6개 격파할 수 있어요. 시범단 활동은 태권도를 하는 큰 재미 중 하나예요. 운동과 예술을 모두 하는 느낌이랄까요?
-
태권도는 단순히 동작을 배우고 끝내는 게 아니라, 동작 하나를 천천히 마스터해나가는 재미가 있는 운동이에요. 정성을 기울인 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어 몸과 마음 모두 튼튼해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