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꿈을 향해 내딛는 다섯 개의 발걸음 황지우, 황지이, 황지오, 황지아, 황지안 남매
손윗형제가 하는 일은 괜히 좋아 보인다.
눈이 나빠 안경을 쓰게 되어도 왜인지 멋있어 보이고, 장난감도, 음식도 더 재미있고 맛있어 보인다.
여기 이 오 남매는 첫째 지우 군을 따라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호기심에 시작해 누구보다 레슬링에 진심이 된 다섯 사람을 만나 본다.
글. 강지형 사진, 영상. 황지현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시작은 맏이 황지우 군이었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몸으로 노는 게 재미있어 레슬링을 배웠다는 황지우 군. “오빠가 태클을 당해 넘어지는 게 너무 아파 보였어요. 좀 무서웠죠. 그런데도 오빠가 레슬링을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운동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겨서 오빠를 따라 체육관에 가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운동에 푹 빠진 지우 군을 보고 두 살 터울 동생인 지이 양부터 막내 지안 군까지 줄줄이 레슬링을 배우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레슬링 세계로 끌어들인 지우 군은 걱정이 많았다. “훈련이 힘들 때도 있고 경기력이 안 나올 적이나 체중 감량할 때의 스트레스를 동생들이 안 느꼈으면 했어요.” 그러나 막상 레슬링에 진심이 된 동생들을 보며 가장 뿌듯해했던 것도 지우 군이었다. 알려준 기술을 시합에서 성공했을 때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고, 고민이 있을 때는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동생들을 응원했다. 그렇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너무 쉽게 포기하면 동생들도 같이 포기하게 될까 봐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남매 모두가 같은 곳에 재미를 느끼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레슬링은 그들 사이에 단단한 유대감을 만들어냈다. 레슬링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보드게임을 하며 놀았지만 이제는 장난을 칠 때도 몸을 이용한다고. 막내 지안 군은 “훈련을 하거나 시합을 갈 때도 늘 함께 있으니까 형, 누나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레슬링장 안에서는 한없이 진지한 그들이지만 집에서는 영락없는 ‘찐남매’다. 특히 레슬링장 안과 밖에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으로 지오 군과 지아 양은 서로를 지목했다. “오빠는 매트 위에서는 진지한데 집에서는 장난기가 많아요.”라는 지아 양의 말에 지오 군은 “지아는 레슬링장에서 제일 어려서 코치님들이나 선배님들이 막내 대하듯 하는데, 집에서는 듬직한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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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서로의 코치이기도 한 오 남매는 냉철한 피드백도 아끼지 않는다. 지이 양의 말에 따르면 “고쳐야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다 보니 시합할 때나 기술 연습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라고. 지안 군 또한 형, 누나들의 직설적인 조언이 오히려 좋다고 공감했다.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은 운동을 해 온 남매이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경기를 할 때면 신중하게 상대를 기다리는 타입인 첫째 지우 군과 달리 지오와 지안 군은 공격 스타일이 저돌적인 편이다. “사실 저처럼 지켜보며 경기를 풀어가다 보면 점수가 뒤지고 있을 때 득점해서 승부를 엎기가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지오, 지안이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지우 군의 말처럼 이들은 서로를 원동력 삼아 성장하고 있다. -
한 자리에 모이기만 하면 레슬링 기술이나 시합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오 남매. 최근 지안 군은 원하는 기술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가 많아 속상한 마음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는다. “남매라서 그런가. 힘든 일을 이겨내는 방법도 비슷해요. 누구 하나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조용히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는 편이에요. 그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걸 알거든요.” 때로는 ‘오빠와 누나도 그랬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단다. 이처럼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이들은 서로의 가장 큰 팬임에 틀림이 없었다.
묵묵한 성실함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레슬링을 이어 온 오 남매는 최근 제50회 KBS배 전국레슬링대회, 제51회 대통령기 전국시·도대항레슬링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잠시 운동을 쉬느라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지안 군은 형, 누나들의 성적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동생들이랑 같이 국가대표가 돼서 진천선수촌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요.” 누구도 꿈꿔 보지 못할 목표를 밝힌 지우 군의 얼굴이 그들의 미래를 보여 주듯 밝게 빛났다. 한국의 레슬링계의 중심이 될 오 남매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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