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렇게 즐겼다
올림픽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올림픽을 즐기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컨대 방송 3사의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동네, 마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던 풍경과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림픽 경기를 접하는 풍경이 변화했는데, 이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서 가능해졌다.
글. 김헌식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올림픽을 접하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올림픽 기간에는 스타가 탄생하고 이를 통해 올림픽에 관한 관심도 증폭한다.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글로벌 스타는 사격의 김예지 선수일 것이다. 그런데 김예지 선수는 금메달이 아니었음에도 주목받았다. 여자 공기 소총 10m에서 은메달 획득에 머물렀는데도 그는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조차도 액션 배우 스타일이라고 호평했고, BBC, CNN 등 유수의 언론들이 김예지 선수의 멋진 스타일을 극찬했다. 더구나, 이번 올림픽 경기만이 아니라 세계사격선수권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지난 영상까지 소환하면서 2,000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딸아이가 준 코끼리 인형 키링은 물론, 딸을 향한 반전 미소가 더욱 팬덤을 확대했다. 핫한 선수의 모든 것을 찾아내고 즉각 공유하는 이러한 현상은 모두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이뤄낸 것이다.
예전에는 방송과 언론이 주도하던 콘텐츠의 유포가 이제는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세계인들과 같이 소비하게 되었다. 이것은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발적으로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올림픽 밈(Meme_유행하는 짧은 디지털 콘텐츠로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보고 널리 확산시키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포함)을 생성하고 공유하며 확산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올림픽 향유 문화가 되었다. 이러한 밈을 통해서 다시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경기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이 올림픽 밈의 주인공으로 탁구의 ‘삐약이’ 신유빈 선수를 꼽지 않을 수 없었다. 신유빈 선수의 경우 그의 태도와 인성이 많은 글로벌 팬덤 현상을 낳았다. 비록 자신이 졌음에도 상대 선수를 높이 평가하거나 상대에 대해서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 자칫 승부에 집착해 자신의 기분에 침잠하기 쉬운 참가 선수들에게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표정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심지어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간식을 먹는 장면도 크게 화제가 되었고, 신유빈 선수가 먹었던 납작 복숭아의 경우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경제효과까지 낳았다. 정작 탁구 경기를 다 챙겨보지 않은 이들까지 이런 올림픽밈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신유빈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러한 밈을 통해서 즐기는 것은 비록 경기뿐이 아니었다. 경기의 좋은 성적을 통해 시청자들도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류 열풍은 여기에 더한 자긍심을 주었다. 바로 카메라에 잡힌 한글이었다. 미국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 선수의 유니폼에는 ‘누구든, 모두가’라는 우리말이 써 있었다. 이탈리아 체조선수인 엘리사 이오리오의 등에는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한글 문장이 있고, 익숙한 이 문장은 바로 방탄소년단의 앨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를 옮긴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팬들이엘리사 이오리오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격려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이는 국적과 민족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독일의 경우 뮌헨지역의 이자르강 등 도시 전역에 있는 강에서 여유 있게 힐링하며 레저를 즐기고 싶은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수상스포츠 향유 기회를 제공하여 수상스포츠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수상스포츠는 카약, 카누, SUP(Stand Up Paddle Board), SUP 요가, 와일드 수영 등이 있다. 위의 수상스포츠가 활성화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작은 무동력 수상레저기구의 경우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배울 수 있으며 고가의 장비 없이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독일의 대부분 강들은 별도의 허가사항 없이 입수가 가능하기에 수상스포츠를 쉽게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주요 거점마다 장비대여라든지 입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입지해 있어 수요자가 관심만 있다면 수상스포츠를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더 나아가 독일 자국민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 또한 강에서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도 많아 관광 상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에 관한 관심은 어떠했을까.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초반에 생각하지 못했던 메달 레이스가 시작되며 상승했다. 여자 공기권총 10m 결승 오예진 선수의 경기로 KBS2 중계 시청률이 6.4%를 돌파했고, 남자 양궁 단체 결승 경기의 MBC 중계가 10.5%를 넘겼다. 또한, 양궁 남자 개인 결승 김우진 선수의 경기는 MBC 중계에서 18.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런 경기들은 모두 금메달과 관련이 깊었다. 메달과 관련이 없을 시 방송 3사의 시청률은 모두 3% 내외였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합계 시청률(17.2%)의 약 6분의 1 수준이었다. 특히, 파리 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1%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합계 시청률 14%에 비해 매우 낮은 숫자였다.
그 대신 온라인의 뉴미디어 플랫폼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방송사 스포츠 캐스터들의 중계방송을 넘어 아프리카TV,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 스포츠 BJ들의 중계가 큰 관심을 받았다. 한 스포츠 BJ에게는 무려 15만 명의 시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스포츠 BJ의 경우 방송사 스포츠 중계 해설보다 좀 더 솔직하고 허심탄회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소통과 표현에서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기에 정적이고 규격화된 올림픽 중계방송과는 꽤 다른 맛을 제공한다. 또한, 댓글을 통한 상호 작용으로 시청자들은 단순한 시청이 아니라 그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는 몰입감을 가지게 된다.
OTT 플랫폼도 빼놓을 수 없다. 한 플랫폼의 경우 6월에 비해 52배나 높은 접속자를 기록했다.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 결정전은 무려 8.2배의 최대 접속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OTT 플랫폼에서는 지상파 3사가 주목하지 않는 경기까지도 접할 수 있었다. 지상파 3사는 시청률을 의식해 인기종목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것이 OTT 플랫폼이었던 것. 무엇보다 OTT는 실시간으로도 볼 수 있고, 다시 반복해서도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선수들의 관련 방송 프로그램도 연계시킬 수있다. 인기 있는 선수들이 예능에 출연했던 영상들은 대부분 시청률이 높았다. 펜싱 오상욱 선수가 MBC ‘나 혼자 산다’ 에 출연한 영상은 시청자 수와 시청 시간이 모두 8배 상승했었다. 남자 양궁 김우진·김제덕 선수의 SBS ‘집사부일체’ 시청 지표도 2배 이상, 탁구 신유빈 선수의 어린 시절이 담긴 SBS ‘스타킹’과 MBC ‘무한도전’도 1.5배 시청률이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해서 지상파 3사가 유튜브 채널 같은 뉴미디어 매체를 완전히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 중계를 통해서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찍은 직캠을 공개한다든지 중계방송 이면의 영상을 공개하며 나름의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했다. 포털 사이트 등에서도 선수들의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다양하게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올림픽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화되었고 기존 매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분산되어 잘 보이지 않아도 즐기려는 이들에게 더욱 다양한 방식이 열렬한 레이스를 펼친 것만은 사실이다. 새로운 성과와 시도는 다음 LA 올림픽에서 즐거움의 진화로 더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