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2024
2024 파리올림픽을 보내며

지난 8월 파리올림픽이 끝났다.
한국은 적은 선수단으로도 선전해 종합 8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프랑스 파리는 종합대회를 치르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테마로 삼은 2024 파리올림픽의 혁신적 시도들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 그리고 양성평등과 저탄소 지향에 대해 알아보자.
더불어 올림픽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파리 2024: 혁신과 지속가능성

2024 파리올림픽은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테마로 삼고 있다.
올림픽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파리 2024의 혁신적 시도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 미래를 가늠해보자.

글. 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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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혁신을 위한 노력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아온 올림픽은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회 개최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해왔다. 특히, 올림픽 이후 경기장의 낮은 활용 가능성은 이미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서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20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위원장으로 부임한 토마스 바흐는 올림픽 운동의 전반적 혁신을 위해 ‘올림픽 아젠다 2020’이라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아젠다 2020에서 제안된 40개의 권고안 중, 권고안 4는 경제, 사회, 환경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기 위해 IOC가 조직위원회와 올림픽 대회 준비 과정에서 협력하고, 대회 이후에는 올림픽을 통해 창출되는 유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였다. 또한, 권고안 12에서는 올림픽 대회 개최에서 비용 절감과 유연성 증대를 추구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외에도 권고안 11에서는 더 많은 여성 선수가 올림픽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을 명시하였다.
바흐 위원장의 연임이 확정된 2021년, IOC는 아젠다 2020을 통해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올림픽 아젠다 2020+5’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새로운 올림픽 혁신안은 IOC의 디지털화, e스포츠의 수용, 선수 인권 보호 등 다양한 사업과 관련된 15개의 권고안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권고안 2는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올림픽 개최 시 기존 또는 임시 시설물의 사용을 장려하고, 개최 도시 외의 장소에서 경기 주최를 허용하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사실 IOC는 2024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많은 도시가 개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유치 의사를 철회하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2017년 7월, IOC는 최종적으로 프랑스 파리와 미국 LA에게 각각 2024년과 2028년 올림픽 개최권을 동시에 수여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IOC는 파리 2024가 올림픽의 부흥과 혁신을 위한 그간의 전략과 노력이 온전히 반영된 대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 파리올림픽 마스코트 프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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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펠탑 경기장 조감도
    ⓒIOC 공식 계정
① 경기장 계획의 혁신

파리 2024는 사후 경기장 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회 시설의 95%를 기존 또는 임시 시설을 활용해 스포츠 경기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파리의 랜드 마크 곳곳에서 개최하는 혁신적 접근이 눈에 띈다. 올림픽 개회식은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파리의 상징인 센 강에서 진행됐다. 과거 규모가 큰 올림픽 주경기장은 대회 이후 낮은 활용도로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파리 올림픽은 개회식을 센 강에서 개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였다. 또한, 많은 스포츠 경기가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 등 파리의 랜드 마크에 설치될 임시 시설물에서 개최됐다. 이를 통해, 대회 중 파리 전체를 올림픽 경기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대회 이후 임시 경기 시설물은 해체하여 사후 관리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② 스포츠 종목의 혁신

파리 2024에서 우리가 보게 된 또 하나의 혁신은 새로운 스포츠 종목의 등장이다. 최근 IOC는 올림픽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위해 스케이트보드, 서핑, 스포츠 클라이밍, BMX 프리스타일 등 액션 스포츠가 적극 도입되었다. 2020 도쿄올림픽부터 선보인 액션 스포츠는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으며, 파리 2024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브레이킹(브레이크 댄스)이 올림픽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했다.
파리 2024에서는 파리 시내 중심부 콩코르드 광장에 임시 구조물로 조성된 어반 파크에서 스케이트보드, BMX 프리스타일, 브레이킹 경기가 진행됐다. 도쿄 올림픽부터 공식 종목으로 지정된 3대3 농구 역시 어반 파크에서 개최됐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새롭게 건설되는 영구 시설물인 르 부르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개최됐으며, 이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지역사회를 위한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올림픽 아젠다 2020+5에 따라 IOC는 필요한 경우 올림픽 개최 도시 외의 지역에서 경기 개최를 허용하는 변화를 시도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파리 2024에서는 서핑 경기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섬나라 타히티 테아후포에서 개최됐다.이처럼 스포츠 종목의 혁신은 IOC가 추구해 온 지속 가능한 대회 개최 전략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으며, 과거 스포츠로 인식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목들의 등장은 더 많은 대중이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반 파크 조감도
ⓒIOC 공식 계정
③ 더 포용적인 대회 운영 방식

더욱 혁신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파리 2024의 목표는 포용성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된다. 이를 위해 일반 대중을 위한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가 지난 8월 10일 토요일 저녁 9시(현지 시각)에 개최됐다. 이 이벤트에 참여한 대중은 올림픽 마라톤 공식 코스를 달렸으며,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기간 중 조직위원회에 의해 개최 도시에서 일반 대중이 참여하는 스포츠 경기 이벤트로 기록될 예정이다.
또한, 파리 2024는 역사상 가장 남녀 참여 선수의 비율이 동등한 대회가 되었다. IOC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남녀 선수의 비율을 50:50으로 계획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전체 선수 중 남성 51%, 여성 49%의 비율이 집계되어 거의 그 목표에 도달했다. IOC는 이러한 시도가 전 세계 여성 스포츠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혁신적 시도는 파리 2024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위해 동일한 엠블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 선수들이 참여하는 패럴림픽과 비장애인 선수가 참여하는 올림픽 간 인식의 경계를 조금 더 허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올림픽 아젠다 2020+5 표지 이미지
    ⓒIOC 공식 계정
  • 모두를 위한 마라톤 예상도
    ⓒIOC 공식 계정
④ 파리 2024는 환경 올림픽: 지속가능성의 증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열린 파리 2024는 환경 올림픽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2015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탄소발자국을 과거 2012 런던과 2016 리우 올림픽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회 운영과 관련된 식단, 교통, 인프라 등 전반에 걸쳐 노력을 기울였으며, 올림픽 선수촌은 저탄소 목재와 콘크리트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건설되었다.
또한, 선수촌 내 에어컨은 설치되지 않았으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였던 골판지 침대는 내구성을 개선하여 파리 2024에서도 활용했다. 이러한 노력은 경기장 설계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수영 경기가 펼쳐진 신축된 ‘상트르 아쿠아티크(Le Centre Aquatique)’ 경기장의 관중석은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향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올림픽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 이번 파리 2024를 통해 어떻게 마련되는지 지켜보는 것도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파리 2024 개막식 예상도
    ⓒIOC 공식 계정
  • 파리 2024 올림픽 빌리지 조감도
    ⓒIOC 공식 계정

파리 2024, 그리고 올림픽의 미래 파리 2024는 IOC가 수년간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추진해 온 혁신의 결과물을 확인할 기회가 되었다. 특히 2025년이면 아젠다 2020+5도 마무리될 것이고, IOC는 새로운 혁신을 위한 준비와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과 시도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며, 그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난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파리 2024가 종료된 이후의 중요한 과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다가올 올림픽을 더욱 지속 가능한 대회로 만들어가는 노력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리 2024에서 시도된 혁신적 변화의 성과와 한계를 명확히 평가하고, 더 나은 전략과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파리 이후 개최가 예정된 올림픽은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미국 LA 2028 하계올림픽, 호주 브리즈번 2032 하계올림픽이다. IOC는 올림픽을 개최할 후속 도시의 조직위원회에게 이전 대회에서 축적된 최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올림픽 대회 지식 관리 프로그램(Olympic Games Knowledge Management(OGKM) Programme)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다가올 대회에서도 IOC와 파리 2024가 추진한 경기장, 스포츠 종목, 포용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관련 혁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최근 기후 위기 속 기온 상승 문제로 인해 설상 스포츠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눈을 확보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혁신적 변화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파리 2024를 뒤이어 개최될 올림픽에서는 어떤 새로운 혁신적 시도를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올림픽은 수많은 비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이벤트로 거듭나 다시 한 번 인기와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파리 2024를 통해 올림픽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가늠해보자.

글을 쓴 변진수는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로, 다양한 스포츠 거버넌스, 스포츠 조직 변화, 지속가능한 스포츠 이벤트 관리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