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비전 리그 시스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최근 아마추어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K리그1에
프로선수로 데뷔해 골을 넣은 일이 이슈가 됐다.
축구 종목으로 시작한 아마추어 리그가 정식 출범한 지도 벌써 7년.
아마추어 리그는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글 .  권순우 사진 .  동아일보 DB

프로 데뷔골을 넣은 7부 리그 출신 선수

지난 7월 프로 축구 1부 리그인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 간의 경기에서 제주의 측면 공격수 김범수가 프로 데뷔골을 넣었다. 이상윤 해설위원이 경기 시작 전부터 김범수의 활약을 주목해야 한다며 강조하긴 했지만 김범수의 골은 여느 신인 선수의 데뷔골과는 달리 수많은 언론은 물론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김범수가 생활체육 동호인 최하위 리그인 K7리그 출신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한 그는 일반 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아마추어 리그인 K7리그를 거쳐 세미 프로 하부 리그 K4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토대로 국내 프로축구 피라미드 최상위 리그인 K리그1로 진입한,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축구 인생의 표본으로 한국판 제이미 바디라 칭해지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 진학에 실패한 선수가 프로축구 리그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K7리그, 그리고 K4리그라는 성공의 발판이다. 이 선수에게 제2의 기회를 주었던 아마추어 리그 K7리그와 세미 프로 리그 K4리그가 무엇인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디비전 리그

국내 축구 리그는 [그림 1]에서 보이는 것처럼 크게 3가지 계층에 7개의 수준별 리그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축구 리그 모형을 통상적으로 피라미드라 표현한다. 대한민국 축구 피라미드의 최상단에는 기업구단 및 시도민구단으로 구성된 프로축구(K리그1, K리그2)가 위치해 있다. 피라미드의 중간 계층은 흔히 세미 프로 리그로 분류되며, 과거 N리그에 참가했던 실업축구팀과 K3리그에 참여했던 준엘리트팀들이 통합되어 K3리그와 K4리그를 구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하단부에는 피라미드 전체를 지탱하는 3개의 리그가 있다. 바로 본 칼럼에서 핵심적으로 다룰 생활체육 동호인 중심의 아마추어 리그이다. 3개 리그는 시·군·구 단위의 K7리그, 단일 시·도 단위의 K6리그와 광역 시·도 단위의 K5리그 등 3개의 수준별 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2]와 같이 표면적으로 3단계 계층으로 구성된 디비전 리그 시스템은 과거부터 이미 존재하던 프로-세미 프로-아마추어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모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제도적 장치를 살펴봐야 한다. 바로 ‘승강제도(Promotion & Relegation)’다. 유럽 축구가 익숙한 국내 축구 팬들은 승강제도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승강제도의 학술적인 정의는 ‘경기력에 대한 보상 또는 처벌로써 각각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로 해당 팀이 이동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즉, 수준별 리그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리그가 종료되면 해당 리그의 최상위 순위 중 일부 팀이 한 단계 위에 있는 리그로 승격하고, 반대로 상위 리그의 최하위 순위 중 일부 팀은 한 단계 아래에 있는 리그로 강등된다. 동일한 숫자의 팀이 리그 간에 맞교환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승강제도 기반의 디비전 리그 시스템은 아마추어 K7리그 참가팀의 경기력을 갖고 있다면 단계별로 상위 리그로 승격하여 최종적으로는 프로 리그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은 여러 가지 제약 조건으로 프로와 세미 프로, 그리고 세미 프로와 아마추어 리그 사이에는 본격적인 승강제도가 도입되지 못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모든 계층을 승강제도로 연결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앞서 소개했던 제주 유나이티드 김범수 선수 사례처럼 선수가 이적을 통해 상위 리그로 이동할 수 있지만 축구팀 자체도 경기력에 따라 상위 리그로 이동할 수 있는 유럽 축구 리그의 모델을 국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디비전 리그 시스템이 갖는 의의라 할 수 있다.




디비전 리그, 다른 종목으로의 이식

일부 수준별 리그 사이에서만 승강제도가 시행 중인 디비전 리그 시스템은 ‘미완의 디비전 피라미드’라 할 수 있다. 다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프로와 세미 프로, 그리고 아마추어를 연결하는 하나의 스포츠 참여 통합 체계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매우 높게 평가받는다. 이와 같은 성과는 정부가 디비전 리그 구축 지원과 관련된 정부 사업의 예산을 증액하고, 지원 대상 종목을 축구에서 다른 종목으로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본 사업은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합병을 통해 통합체육회가 출범한 이후 생활체육과 전문 체육 간의 실질적 통합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방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2017년, 축구 종목에서 처음 시작된 본 사업은 3년 만에 당구, 야구, 탁구 등 3개 종목으로 확대 지원하게 됐다. 본 지원 사업은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를 대상으로 공모 신청 자격이 주어지며, 운영 종목 선정 시 연간 최대 2,100백만 원을 최소 3년간 지원받는다. 올해부터는 예산이 증액되어 배드민턴과 테니스, 족구 등 3개 종목이 추가 선정됐다. 3개 종목은 현재 최하부 리그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비전 리그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국내 생활체육 분야에서 예산 규모가 가장 큰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곧 대한민국 스포츠 미래의 청사진에서 ‘승강제 기반의 디비전 리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는 바이기도 하다.

갈 길 먼 국내 디비전 리그

국내 디비전 리그가 그 성과를 인정받아 여러 종목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디비전 리그 시스템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구축해 온 유럽형 스포츠 시스템의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규모 예산 지원을 통해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어 선진화된 시스템을 한순간에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중 두 가지 문제점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종목별로 상이한 리그당 참가 팀의 수이다. 일부는 10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현재 대부분의 종목에서 하나의 단위 리그를 구성하는 참가 팀은 평균적으로 6개 팀이다. 연중 및 장기간 진행되는 대회로서의 리그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10개 이상 팀으로 리그를 구성하고, 증가된 팀 수에 따라 많아지는 경기 횟수를 통해 더 많은 참여의 기회를 동호인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예산 및 운영 요인으로는 팀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문제점은 리그 피라미드의 구조이다. 하부 리그로 내려갈수록 해당 계층을 구성하는 리그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 축구 최상위 리그인 K5리그는 11개 광역 리그가 있는 반면 K6리그는 33개, K7리그는 100개 이상이다. 디비전 리그 시초인 영국 축구 피라미드는 종적으로 팽창하여 디비전의 계층이 하단부로 길게 넓어지는 형태다. 실제 디비전 리그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는 영국과 같은 구조다. 이는 모든 지역에서 평등하게 기금 혜택을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형평성이란 특성을 갖고 있는 정책 사업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를 예로 들어보자. 화성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디비전 리그 참가 팀의 숫자가 매우 많아 4개의 K7리그로 운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같은 권역에서 참가 팀이 많다면 K7리그 밑에 하부 리그를 신설하여 승강제로 연결해야 하 지만 본 사업의 시작점은 K7리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종단 계층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단계에서 횡단으로 리그 숫자가 확장되는 구조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2022년 탁구 디비전 리그 대회는 올해 12월까지 7개월간 열린다
스포츠 생태계 변화의 구심점 역할 기대

일부 문제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본 디비전 리그 시스템은 미래 스포츠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로 생활체육 참여 방식에서의 변화다. 기존 생활체육 참여는 지역 소수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친선 도모 목적이 강했다. 지역 대회 경우, 하루 또는 이틀간 몰아 진행하는 단발성 토너먼트로 이뤄졌다. 그러나 리그의 도입은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승강제도를 통해 다른 지역의 팀들과도 경쟁할 수 있어 스포츠 참여의 범위가 넓어진다.
두 번째 변화는 동호인 조직의 클럽화다. 클럽화란 ‘조직화’ 또는 ‘운영 전문화’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친목 도모 목적만으로 설립된 동호인 조직에서, 클럽 운영·조직 구성·재정적 역량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직 체계가 고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드라마 <으라차차 만수로>는 영국의 13부 리그 첼시 로버스의 이야기를 담은 축구단 경영 드라마다. 드라마에서는 지역 아마추어 클럽임에도 대회 참가와 팀 운영을 위해 재정적인 능력이 필요하며 감독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클럽화를 설명할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다. 이처럼 동호인 조직의 클럽화는 탄탄한 생활체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세 번째 변화는 지역 생활체육 시스템의 재정적 역량 강화다. 아직 국내 디비전 리그는 참가비가 없거나 매우 저렴하지만 해외는 리그 참가를 위해 팀 등록비는 물론 선수 등록비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지역 종목 단체 연간 수입의 핵심 재원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디비전 리그로 인해 우수 선수 발굴의 기회가 넓어진다. 디비전 리그 관련 기사를 볼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미사여구는 바로 ‘한국판 제이미 바디 발굴’이다. 본 글 초입에 김범수 선수 사례처럼 디비전 리그는 기회를 받지 못하거나 뒤늦게 성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곧 우수 선수 육성과 국가 전반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디비전 리그 시스템이 향후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처럼 다양한 종목에서 디비전 리그를 이식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스포츠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을 쓴 권순우는 ‘더 많은 사람이 스포츠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시니어 컨설턴트다. 프로 스포츠를 공부하고자 떠났던 호주에서 지역 단위 스포츠클럽과 선진화된 디비전 리그 시스템을 경험했다. 스포츠 정책이 국가 스포츠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깨닫고,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수의 정부 및 지자체 스포츠정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사회학 및 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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