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고향축구팀 방문을 둘러싼
논란과 이슈
북한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지난 5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7박 8일 남한 체류는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던졌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과 결승전에 남측 민간단체 주도로 구성된 공동응원단이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 스포츠 교류는 긴장 완화와 동질성 확인 등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향후 남북 스포츠 교류 역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글. 김창금 한겨레신문 스포츠부 선임기자
- 북한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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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일본팀(도쿄 베르디)을 꺾고 우승한 리유일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북측’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정색하며 자리를 떴다. 북한 여자축구의 경기력 배경과 현황을 묻는 기자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 북측이라고 말하자 대답을 거부한 것이다.
2024년 8월 8일 파리 남부 롤랑가 로스 테니스센터에서는 파리올림픽 여자복싱 54kg급 시상식이 열렸다. 남북의 임애지와 방철미가 공동으로 동메달을 받았다. 한겨레신문을 비롯해 남한의 기자 3~4명과 일본 교도통신 기자는 가까운 사이인 ‘남북 자매’의 우정 이야기나 에피소드 등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방철미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한국 기자들은 민감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일본 기자가 “서로 안 아준다는 약속을 지켰느냐”라고 물어봐 궁금증을 풀 수 있었지만, 눈치를 보며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상황이 씁쓸했다.
남북 스포츠 교류 현장에서 기자들은 북한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때로는 질문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북한이 2024년부터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면서 호칭에 대한 반응은 더 예민해졌다. 그렇다면 기자회견장에서 남한 기자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되어 있지만, 북한이 공식 명칭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조선’이라고 못 불러줄 이유도 없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 됐다.
- 남북 육로 입출국 때 여권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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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베이징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여권을 손에 들고 입국심사장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북측 인사가 방남할 때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당국의 방문허가를 받으면 됐다. 굳이 여권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남과 북이 최소한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는 국가 밖 이동이 아니었던 셈이다. 방남허가증을 내준 정부도 이번에 북한 내고향선수단이 여권을 제시하자, 신분 확인 차원에서만 활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남북한 상호 방문 절차가 달라질 수도 있다. 북한이 방북하는 남측 스포츠단에 여권을 요구할 수 있고, 비자 문제도 따르게 된다. 지금까지는 남북 당국의 방북· 방남 허가서가 비자를 대신했다. 물론 중국 등 3국을 통한 방북에서는 비자를 받아야 했지만, 육로 방북에도 여권이 필요할 수 있다. 당장 2028년에는 평양에서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예정돼 있다.
현실적으로는 남북한 모두 유엔에 가입해 있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제4조 또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남북 관계 전문가들은 「헌법」의 영토조항 수정 등 개헌까지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남북 단일팀 구성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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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 이후 냉전 시대 남북 스포츠는 국제무대에서 체제 간 경쟁을 대리했다. 국가 차원에서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적으로투자한 역사가 방증한다. 대중성이 큰 스포츠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의 상징이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공동입장,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등은 대표적인사례다.
두 국가 체제라도 남북 단일팀 구성은 가능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한 나라에도 복수로존재할 수 있고, 두 나라의 올림픽위원회가하나로 합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중국 영토이지만 독자적인 올림픽위원회가 있다. 영국에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까지 4개의 축구협회가 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 영국 축구단일팀이 출전했다. 남북한이 2018년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국가올림픽위원회 코드는 북한(PRK), 남한(KOR)도 아닌 ‘COR’로 새로 만들었다. 기록지와 중계방송 화면의 영문 표기도 COR이었다. 앞으로도 남북 정치 상황에 따라 단일팀이 구성될 수 있다.
- 남북 스포츠는 특수한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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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민간단체는 응원단을 조직했고, 남북 양쪽을 모두 응원했다. 그럼에도 북한팀 응원에 대한 반발이 감지되기도 했다. 정치가 스포츠를 수단화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대회가 아시아 남자챔피언스리그였다면 어땠을까. 여자축구와 달리 남자축구는 훨씬 시장 규모가 크고 팬들도 많다. 공동응원단이 표를 대량 구매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 공동응원단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스포츠 교류는 홈 앤드 어웨이(Home and Away) 규정만으로 정의하기 힘든 영역이다.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미래가치다. 시야를 넓혀 남북 스포츠 교류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남북의 정치권력도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남한 기자가 마음껏 질문할 수 있고, 북한 감독이 호칭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교류가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넘어설 때 비로소 교류의 내용도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일회성 행사로만 소비된다면, 남북 스포츠 교류의 당위성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김창금은 한겨레신문 스포츠부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한국 미디어 스포츠 담론 구조의 변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