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며 정직하게 경쟁함으로써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과학은 스포츠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부상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술 혁신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그 남용은 스포츠의 공정성과 스포츠 정신을 훼손할 위험이 있으며 스포츠과학의 경계와 한계를 고민하게 만든다.

글.    유소미

스포츠과학의 긍정적 역할

먼저 스포츠과학의 긍정적 역할을 살펴보자. 스포츠과학은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생체역학을 활용한 자세 교정, 영양학을 기반으로 한 식단 관리, 그리고 심리학적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안정된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과학적 접근을 통해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하고, 회복 시간을 단축하며, 더 나은 경기력을 이끌어낸다.
또한 최첨단 과학 장비와 기술은 공정한 경기 운영에도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비디오 판독 시스템(Video Assistant Referee, VAR)이나 골라인 테크놀로지(Goal-line Technology)와 같은 장비들은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오심을 줄여 경기의 공정성 제고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과학은 경기의 공정성 보장과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포츠과학의 남용과 윤리적 문제

반면, 스포츠과학이 기록 경신만을 목표로 남용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도핑이다. 스포츠 선수가 운동능력을 강화하려고 부정하게 (금지)약물 또는 (금지)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뜻하는 도핑은 스포츠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훼손하는 명백한 부정행위로, 선수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도핑의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이를 감시하는 기술 또한 발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에는 브레인 도핑(Brain Doping)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집중력과 인지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는 신체적 도핑과 마찬가지로 스포츠의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아가 최첨단 장비의 도입 역시 기회균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한 국가나 선수들은 최신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는 스포츠가 추구하는 평등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표적으로 수영복 제작 기술의 발전이 수영 기록을 급격히 향상시켰던 사례가 있다. 2009년 이후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러한 고기능 수영복의 사용을 금지하며 스포츠의 공정성을 회복하려 했다.

스포츠과학의 올바른 발전 방향

스포츠과학이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공정성과 윤리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기록 경신을 위한 과학적 개입은 인간 본연의 능력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제한되어야 하며, 인위적이고 비윤리적인 기술은 관련 규정의 정비를 통해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포츠과학은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스포츠과학이 단순히 우수한 경기력 향상만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 윤리, 페어플레이, 정직, 협동정신 등 선수가 스포츠를 통해 그 본질적인 가치를 구현하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스포츠과학의 접근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선수들이 동등하게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스포츠 단체와 각국의 협력을 통해 스포츠과학의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기술의 표준화와 보편화를 추진해야 한다. 기술 혁신이 선수의 신체 능력을 지나치게 대체하거나 특정 계층의 독점적 이익으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스포츠과학은 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면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스포츠 정신에 반하거나 공정성 훼손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과학은 공정성, 윤리성, 그리고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활용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스포츠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글을 쓴 유소미는 법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스포츠법과 스포츠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스포츠의 공정성과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e스포츠의 저변확대, 장애인체육 진흥, 스포츠관계 법령 체계 재구축 방안, 스포츠중재기구 설립 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기고문, 특강, 스포츠 관련 위원회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