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스포츠과학
지난여름, 우리는 다시 한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선전하는 선수들을 보며 열띤 응원을 보냈다. 최근 올림픽 등의 국제경기를 보고 있으면 새롭게 선보이는 스포츠 장비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스포츠과학이 어디까지 진화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글. 홍성찬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배구 경기에서 사용된 새로운 디자인의 배구공(Mikasa)은 종전 대회에서 사용되었던 배구공에 비해 공의 궤도가 더욱 안정적으로 변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배구공의 불규칙성(Knuckle Effect)을 줄여서 랠리 상황을 종전보다 길게 할 수 있게끔 만들어 관중들이 랠리에서 얻는 재미를 더해주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축구공의 경우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 대회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전 대회의 성적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만약 이전 대회에서의 평균 득점수가 낮으면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공의 안정성(Stability)을 높인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다음 대회에서 득점수를 높인다. 반대로 이전 대회에서의 득점수가 너무 높으면 공의 불규칙성을 가미한 새로운 축구공을 도입하여 지속적으로 관중들의 호응과 관심을 받을 수 있게 연구하고 있다.
동계 스포츠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스키 점프와 스키 활강, 스케이팅 종목에서 선수들이 착용하는 스포츠 웨어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키점프는 유니폼을 구성하는 원단의 색상(Color)에 따라 공기저항(Drag Force)이 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공기저항에 매우 민감한 종목이다. 더욱이, 유니폼 원단 색상뿐만 아니라 원단 표면의 거칠기 형태에 따른 원단 배치와 원단과 원단 사이의 접합 부분인 이음새의 위치 또한 공기저항에 큰 영향을 준다. 스키 활강 종목은 시속 120킬로미터의 속도로 빠르게 내려오는 종목으로 선수가 활강할 때 받는 공기저항의 크기가 경기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키 활강의 경우 선수가 신는 부츠부터 종아리 부위까지의 공기저항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서포트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종아리 부분의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니폼 종아리 부분(표면)에 골프공에 있는 딤플(Dimple) 모양을 도입하기도 하고, 가로 혹은 세로의 얇은 홈을 원단에 넣은 줄무늬(Stripe) 모양을 적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스키 활강에서 우승한 스위스의 베아트 푀즈(Beat Feuz) 선수는 사선 줄무늬 모양이 적용된 스키 웨어를 착용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키 선수들의 자세를 3D 스캔하여 모델화한 후 시뮬레이션 분석(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을 통해 선수 주위의 공기흐름(Air Flow)을 가시화(Visualization)하는 연구를 통해 선수들에게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이상적인 자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스키 선수의 종아리 부분의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양 발의 간격(너비)을 분석함으로써 선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음은 자전거 종목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자전거 종목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역사가 깊은 종목 중에 하나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팀 선수 중에는 메달리스트가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흔히 사이클로 불리는 이 종목에 한국 팀은 지난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부터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사이클 종목에 걸린 금메달 수는 총 22개로 올림픽 종목 중에서는 수영(49개)과 육상(48개)에 이어 세 번째로 메달이 많은 종목이다. 다시 말해 사이클 종목은 스포츠 용품(헬멧, 고글, 슈트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경기 중에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난 70여 년간 메달을 걸어본 적이 없는 미지의 종목이기도 하다. 사이클 경기는 크게 트랙 경기와 로드 경기로 나뉘는데, 트랙 경기는 말 그대로 실내 트랙에서 이뤄지는 경기를 말하고, 로드 경기는 실외 도로나 산악주행을 의미한다. 특히 트랙 경기는 경륜경기와 스프린트, 단체 스프린트, 단체 추발, 옴니엄, 메디슨 경기 등 다양한 종목으로 나뉘며 총 12개의 금메달이 결정된다. 사이클 트랙 단거리 남자 선수의 경우 1킬로미터를 약 1분 정도에 달리기 때문에 약 60킬로미터의 속도(60km/h)로 달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이클 역시 선수가 공기로부터 받는 공기저항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최소화하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최근에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헬멧이나 고글은 물론 자전거 프레임, 디스크 호일과 함께 선수가 시합에서 입는 슈트(유니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이클 선수 전체가 받는 공기 저항의 약 70% 정도는 선수의 몸(신체)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가 입는 슈트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최신 연구에서는 선수의 양팔 부분을 덮는 원단의 표면 모양을 달리함으로써 공기 저항을 크게는 약 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선두에서 혼자 달리는 것에 비해 무리 안에서 들어가 무리 뒤쪽에서 달리는 편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처럼 무리 뒤쪽에서 달릴 경우 혼자 달리는 것에 비해 최대 90-95%의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다.
- 베아트 포이츠 스키 선수
- 공기흐름 가시화
대부분의 스포츠는 공기(바람)의 저항을 받게 된다. 현대 스포츠는 공기 저항을 줄이거나 공기 흐름을 이용해서 선수의 경기력을 유지 혹은 향상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스포츠는 선수 개인의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심리, 생리, 코칭, 트레이닝 등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선수 주위에 항상 존재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체(流體)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공학적 기술이 필수적이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옴니엄 결승/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