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대한 긍정적 자세가
가져온 변화

MZ세대에게 스포츠는 건강과 다이어트의 수단을 넘어선 자아실현 방식 중 하나다.
이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운동으로 자신을 표현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스포츠의 풍경도 이러한 MZ세대에 의해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글 .  강진우  사진 .  동아일보DB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알려진 서려경의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했다.
‘스포츠와 함께하는 성장’을 꿈꾸다

MZ세대가 운동하는 모양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성세대의 운동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해야 하기에 하는 운동’을 넘어 ‘내가 하고 싶고, 잘하는 운동’을 찾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표현하고 자기 계발을 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진 것이다. MZ세대와 스포츠의 상호 호혜적 관계를 표현하는 신조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들은 운동 후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개인 SNS에 올리며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스포츠를 통한 자기 관리 여정을 기록하고 자랑하는 데 익숙하다. 가장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보디프로필 챌린지에 기꺼이 도전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을 발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MZ세대가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를 온전히 보여주는 신조어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라고 할 수 있다. ‘건강관리=고행’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 운동에 즐거움을 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와 함께 성장해 나가려는 MZ세대의 건강한 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스포츠로 이룬 건강한 변화

지난 8월 9일, 전 세대가 즐겨보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한국복싱커미션(KBM) 여성 라이트플라이급 복싱 챔피언 서려경이 출연했다. 그의 본업은 놀랍게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그는 2019년 선배 의사의 권유로 복싱에 입문했다. 이후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33시간 당직을 서고도 체육관에 출근할 정도로 복싱에 푹 빠져들었다.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마시던 술은 점점 줄었고, 복싱에 매진할수록 체력과 정신력이 향상됐다. 그 덕에 힘들기로 유명한 수련의 기간을 무사히 넘긴 그는 한발 더 나아가 2020년 프로 복서로 데뷔해 2023년 7월, 8회 TKO승을 거두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복싱 잘하는 여의사’라는 타이틀을 실력으로 당당히 거머쥐었다.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는 복서 서려경의 주먹은 여전히 뜨겁다.

설재인 작가는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통해
복싱과 사랑에 빠진 이 순간만큼은 내가 중심이었다고 말한다

2022년에만 장편소설 3권을 출간하며 ‘다작의 대가’로 떠오른 설재인 작가도 복싱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 설재인 작가는 2014년, 외국어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채용돼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아이들과 함께 출구 없는 수험생 생활을 거치며 점점 지쳐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땡’ 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고 한다. 소리의 진원지는 복싱 체육관. 그곳에서 충동적으로 회원 등록을 한 뒤 땀 흘리면서 그는 삶의 방향을 진지하게 재설계했으며 소설가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용기 있게 사표를 냈다. 그리고 2019년, 출판사와 단편 소설집 계약에 성공했다. 아울러 같은 해 11월에는 복싱을 배우며 차곡차곡 모은 단상을 책으로 엮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출간했다. 복싱에서 익힌 끈기와 지구력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원고지 10매 이상의 글을 쓰고 있다는 설재인 작가는 오늘도 복싱과 동행한다.

김제덕 양궁 선수(왼)와 우상혁 육상 선수(오)는 특유의 열정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형성했다.
건강한 운동 문화로 더욱 흥겨워진 스포츠

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긍정적 자세는 거꾸로 스포츠의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지난 9월 18일,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남자 높이뛰기에서 2m 35㎝를 넘으며 한국 육상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를 석권한 우상혁 선수는 관중의 박수와 호응을 누구보다 잘 유도하고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스마일 점퍼’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했다. 관객들은 결과가 어떻든 웃음을 잃지 않고 높이뛰기 그 자체를 즐기는 우상혁 선수의 모습에 환호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즐기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스타로 떠오른 김제덕 선수도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경기 전‧중‧후로 쉴 새 없이 울려 퍼진 그의 “파이팅!” 소리는 양궁 국가대표팀과 국민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불어넣기에 충분했으며 덕분에 많은 사람은 올림픽을 무한 경쟁의 무대가 아닌 최선을 다해 기량을 펼치는 축제의 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스포츠를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MZ세대 특유의 ‘즐기는 마음가짐’이 빚어낸 바람직한 변화다. 스포츠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삶의 자세로 스포츠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MZ세대의 운동 문화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을 쓴 강진우는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소설 <선물>, 자기 계발서 <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