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디깅’으로
나를 드러내다

스포츠에 진심인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요즘 세대’에게 스포츠는
건강 증진의 목적을 넘어 ‘나’를 드러내는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스포츠를 시도하며 새로운 경험을 향유하거나 스포츠 웨어를 구매할 때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열심히 운동해 보디프로필을 찍기도 한다. 이른바 ‘MZ세대’는 스포츠 분야에서 어떤 소비를 하며
스포츠 시장은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글 .  한다혜

다양한 스포츠로 새로운 경험 즐기기

스포츠라고 하면 등산이나 헬스 트레이닝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쉽게 접한다. 실제로 요즘 거리에서는 폴 댄스, 성인 발레, 크로스핏, 클라이밍 등의 스포츠 종목을 내세운 간판과 홍보를 위한 전단지가 쉽게 보인다. MZ세대는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러한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추세다. 일례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MZ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요즘 뜨는 대세 운동’으로는 1위 러닝(252만), 2위 크로스핏(147만), 3위 서핑(133만)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에도 클라이밍(101만), 테니스(93만), 주짓수(92만) 순으로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스포츠 경험들을 수집하고 이를 취미로 즐기는 현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각종 운동 시설에 대한 수요 역시 이에 발맞춰 급증하고 있다. 2022년 신한카드 카드 이용 데이터에 따르면 MZ세대의 주요 운동 영역별 이용 금액이 2019년에 비해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PT가 373%, 테니스장이 336%, 실내·외 골프장이 202%, 스포츠센터가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요즘 MZ세대에게는 운동이 일상이자 일상이 곧 운동인 ‘생활밀착형 운동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선택과 집중 소비로 스포츠 디깅하기

특히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깊이 빠지며 몰두하는 ‘디깅(Digging)’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진심을 다한다. 이를 향유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흔히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소비 행동을 디깅이라고 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디깅이 부쩍 늘었다.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 운동화를 사거나 스포츠 관련 용품을 사는 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그 예다. MZ세대의 스포츠 디깅은 전례 없는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자원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으로 채워가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테니스메트로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다른 오프라인 매장과
차별점을 둬 전문가 상담과 맞춤형 스트링 관리 및 레슨 등을 기획했다(Ⓒ롯데백화점)

특히 형형색색의 스포츠웨어를 맵시 있게 차려입고 즐기는 테니스와 골프는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램하기에 적합하다는 뜻의 신조어)’한 스포츠의 대표 주자다. MZ세대는 스포츠를 즐길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예쁜 복장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스포츠 의류·용품 시장의 성장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일찌감치 MZ세대의 스포츠웨어 수요를 파악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3년 7월 스포츠 관련 상품 등을 선호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신관 8층을 프리미엄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으로 리뉴얼했다. 그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의 잠실 롯데월드몰은 올해 초에 테니스코트가 설치된 약 500㎡ 규모의 체험형 테니스 매장인 ‘테니스메트로’를 오픈했다. 개인에게 맞는 라켓을 고르는 라켓 컨설팅과 라켓 관리를 돕는 스트링 케어 등 1대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MZ세대를 위한 테니스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록하는 스포츠로 성취감 느끼기

MZ세대가 스포츠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성취감’ 때문이다. 큰 성공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일상 속 소소한 성공들을 찾기 시작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조어 ‘갓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갓생(God+生의 합성어)이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명확한 현실 생활에 집중해 성실하게 사는 삶’이란 의미로 최근 MZ세대 삶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신조어다. 즉, 이들에게 스포츠는 일상 속 작은 성공을 계속해서 모아나갈 수 있는, 다시 말해 ‘갓생’을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단순한 운동보다는 ‘기록’하는 스포츠를 통해 순간순간의 작은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일 하는 러닝도 단순한 행위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속도와 시간, 거리 등을 기록해 개인 SNS에 올린다.

헬스 트레이닝을 하더라도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넘어서 멋진 몸매를 뽐내고 추억하기 위해 보디프로필로 남긴다. 이러한 행동은 모두 MZ세대에게 성취감과 성장의 경험을 선사하며 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정체성으로 기능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진심을 다해 스포츠를 향유하는 MZ세대. 이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스포츠 열풍은 오늘도 계속된다.

글을 쓴 한다혜는 소비자학을 전공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다. 베스트셀러인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공저하며 삼성, LG, SK, GS 등 다수의 기업과 소비 트렌드 기반 신제품 개발 및 미래 전략 발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KBS1 라디오 <성공예감>-‘트렌드팔로우’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