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팬을 잇는
승리의 주문
스포츠 응원가의 마법

영국 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리버풀 구단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경기장에 모인 수만 명의 팬들이 합창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아 ‘We will rock you’를 만들었다. 퀸의 팬들이 다른 밴드의 노래가 아닌 퀸의 음악을 통해 축구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만든 ‘We will rock you’는 축구장을 넘어 농구장과 야구장 등 스포츠를 대표하는 응원 음악의 반열에 올라섰다. ‘We will rock you’가 종목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스포츠 응원가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 한성윤 KBS 스포츠 기자

전 세계가 함께 부르는 축구장 응원가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 팀이 이겼을 때 모든 관중들은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따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 잉글랜드가 노르웨이를 꺾고 4강에 진출하자 잉글랜드 팬들과 잉글랜드 대표 선수들이 오아시스의 ‘Wonderwall’을 합창했다. 잉글랜드 승리의 주역인 주드 벨링엄을 위해 비틀즈의 ‘Hey Jude’를 부르자 벨링엄은 눈시울을 붉혔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음악은 관중이 선수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받은 선수들은 원정팀의 기세를 압도하는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한계를 넘어서는 강력한 심리적 동력을 얻게 된다.
세계 축구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은 팻 샵 보이스의 ‘Go West’일 것이다. 1대 0으로 이긴 아스널 팬들이 리듬에 맞춰 ‘One nil~to the arsenal’로 부르면서 시작된 ‘Go West’는 멀리 대한민국에서도 ‘한구~우우우우욱, 한구~우우우우욱’으로 개사해 부를 정도로 유명해졌다. 세계 축구는 서포터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에 유럽에서 인기 있는 음악은 전 세계가 공유한다. 독일 프로축구 샬케 04의 응원가 ‘파랑과 하양이여 영원하라’(Blau und Weiß ein Leben lang)는 이탈리아 축구 인테르 밀란에서도 가사를 바꿔 ‘지도자가 떠나간다’(La capolista se ne va)로 부르며 대한민국 K리그 성남 일화와 제주 역시 같은 음악을 ‘알레 성남~승리를 향해 달리고’와 ‘알레 알레 알레 제주 FC’로바꿔 부른다. 샬케 04 응원가의 원곡인 ‘스피드 곤잘레스’는 축구를넘어 야구에서도 익숙한 곡으로 ‘야야야야 이호준 날려버려라’로 대표되는 과거 SK 이호준의 응원가이자, 지금도 SSG 한동민의 응원가로 야구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응원가를 공유하는 축구문화는 축구가 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지를 보여준다.

짧고 간결한 농구 응원만의 매력

농구는 실내 경기인데다 경기 진행이 빠른 종목이어서 야구나 축구 같은 긴 호흡의 응원가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DJ 믹스나 음악의 아주 일부분을 활용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응원을 추구하는데, 이를 통해 찰나의 순간에 경기장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선수별 개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오세근이 득점하면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부분 랩이 짧게 등장한다. ‘내가 제일 잘 나가’는 데뷔 이후 계속해서 KBL 정상을 지키는 오세근을 상징하는 음악이다. SK 안영준은 데이식스의 ‘Welcome to the show’의 핵심 부분인 ‘오오오오오오’ 는 ‘SK 안영준’으로 부르는데, KBL 대표 슈터 안영준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농구 특유의 짧은 응원가는 농구 팬만이 공유하는 정체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작전 타임 시간에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부르는 음악이 시간을 거슬러 역주행하기도 한다. 유정석이 2006년 발표한 ‘질풍 가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We will rock you’는 두 발을 구르면서 박수치는 동작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곡이 탄생한 1970년대부터 축구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며, 시대와 국가를 뛰어넘어 2026년 경기 내내 서서 응원하는 KBL리그의 응원을 압축하는 동작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빠르며 강한 데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리듬으로 스포츠 응원가의 모든 조건을 갖고 있다. 복잡한 가사나 기술 없이도 누구나 즉각 따라 할 수 있는 ‘단순성과 반복성’, 경기장 소음을 뚫고 관중을 하나로 묶는 ‘강렬한 리듬’, 그리고 관중을 단순 관람객이 아닌 경기의 주체로 변모시키는 ‘직관적 참여성’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 스포츠 응원가의 ‘엘도라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음악과 스포츠가 어우러져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롯데자이언츠의 로이스터 전 감독은 ‘부산 팬들의 응원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멋진 장관’이라고 극찬했으며, 허구연 KBO 총재는 야구 해설위원 시절 ‘사직 야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2만 5천 명의 관중이 신문지를 흔들면서 응원가 ‘부산갈매기’를 부르는 모습은 장엄함을 넘어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부산 갈매기’는 롯데가 역전한 뒤 부를 때 관중들의 목소리가 가장 커지게 되는데, 이는 응원가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승부처에서 팀 전체의 기세를 폭발시키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야구는 투수 교체와 이닝이 바뀔 때를 비롯해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많이 발생한다. 이때 끊어지는 경기 흐름 속에서도 관중의 몰입도를 유지시키는 장치로서 응원가 문화가 가장 발달한 종목이기도 하다. 보니엠의 ‘Rivers of Babylon’을 ‘롯데의 강민호~’로 개사한 강민호 응원가에서 보듯, 팀을 옮기면 응원가도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홈런왕 박병호처럼 현역 생활 동안 같은 응원가를 사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독일 굼베이 댄스 밴드의 음악 ‘엘도라도’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 왕조의 전성기와 함께 한 음악이다. 저작권 사태로 ‘엘도라도’를 부를 수 없던 시절 삼성은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저작권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시 ‘엘도라도’를 부르게 된 이후 삼성은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삼성 팬들에게 ‘엘도라도’는 단순한 음악 이상의, 팀의 정체성을 집대성하고 경기장의 집단적 에너지를 극대화하여 승리를 부르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선수별 응원가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외야 서포터스만이 부르는 관계로 KBO리그처럼 모든 관중이 선수 응원가를 열창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이처럼 KBO리그에서 음악은 20~30대 젊은 야구 팬의 열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정착되었다.
이렇듯 응원가는 관중의 몰입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선수와 팬 사이에 깊은 정서적 유대감과 승리에 대한 집단적 열망을 공유하게 한다.위대한 응원가는 단순한 배경 음악을 넘어 스포츠를 빛내는 주역으로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이다.

한성윤 은 1997년 KBS 스포츠 기자로 입사한 후, KBS 뉴스와 KBS N 스포츠 방송, 일본 프로야구 해설 및 유튜브 채널 ‘스튜브잡쓰’ 진행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 왔다. 체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소강 체육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인생은 오타니처럼』, 『야구장의 피아노 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