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스포츠 중계의 미래 ‘보는 중계’에서 ‘경험하는 중계’로
스포츠 중계는 오랫동안 카메라, 중계차, 그리고 숙련된 제작 인력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전통적인 중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제 스포츠 중계는 단순히 경기를 ‘전달’하는 행위를 넘어, 관객이 경기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설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글. 유병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스포츠 중계의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제작 자동화다.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은 선수, 심판, 공, 경기장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추적한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가능해졌다.
- • 주요 장면 자동 감지 및 하이라이트 생성
- • 특정 선수 중심의 자동 카메라 워크
- • 실시간 경기 데이터 시각화(속도, 동선, 위치 정보)
과거에는 다수의 카메라와 오퍼레이터가 필요했던 작업이, 이제는 AI 알고리즘과 최소한의 장비만으로도 구현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중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아마추어 리그나 지역 스포츠에서도 고품질 중계를 가능하게 만든다. 아직까지는 현실에 적용되는 사례가 드물지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상용화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판단된다. 사람을 직접 찍은 뒤 메시 형태로 변환해 실루엣만 제공하는 AI기술도 있으며, 실시간으로 카메라가 사람을 추적해서 구현하는 게임도 등장했다. 최근에 국내 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어떤 추가적인 센서 없이 비전 AI(Vision AI, 시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실시간으로 사람을 추적하는 기술을 이용해 운동 보조 키오스크를 제작한 사례가 있다. AI기술의 적용이 리얼타임이 된다면 스포츠 중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분야의 AI기술 발전은 곧 스포츠 중계 현장까지 손을 뻗을 것이다.
AI 스포츠 중계의 핵심은 ‘실시간 인식’과 ‘공간 이해’에 있다. 선수와 배경을 분리하는 AI 기반 이미지 세그멘테이션(Image Segmentation, 픽셀 단위로 이미지를 분할해 인식하는 작업) 그리고 공간 정보를 이해하는 기술은 중계 화면 위에 새로운 차원의 정보를 얹는다.
예를 들어 선수 위에 실시간으로 기록과 전술 정보를 띄우고 가상 라인, 거리, 움직임 예측 경로를 시각화하면, 가상의 그래픽 요소나 캐릭터를 실제 경기 공간과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자막 중심 중계를 넘어,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기반 중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실제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비전 AI로 분석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프로그램과 자동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은 이미 출시가 되었으며, 서울드럼페스티벌에서는 공연자의 손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특수 효과를 넣은 사례도 있다. 오래전부터 상용화가 돼왔기에 AI와 결합하여 사용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경험형 스포츠 관람의 폭이 확장될 것이다.
AI 중계의 또 다른 핵심은 ‘개인화’다. AI는 시청자의 선호도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각기 다른 중계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하나의 중계 화면을 모두가 보는’ 구조에서, ‘각자의 화면으로 경기를 경험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뜻한다. 특정 선수를 따라가는 중계만 볼 수도 있고, 취향에 따라 전술 분석 중심 화면과 엔터테인먼트 중심 화면 중에 선택할 수도 있다. 모바일, AR, VR 등 사용하는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제공되어 말 그대로 맞춤형 관람이 가능해진다.
최근 애플에서 출시한 공간 컴퓨팅 기기인 비전 프로(Vision Pro)는 실제 관련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국에서 송출해주는 영상을 일방향으로 보는 것이 아닌, 여러 화면을 동시에 띄워 볼 수 있다. 골프 경기 장면과 경기장 전경 화면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AI 스포츠 중계는 더 이상 방송 기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클라우드, 데이터, AI 모델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결합된 종합 테크 산업으로, AI 분석 데이터의 재가공 및 2차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고 스포츠 IP와 결합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AI 기반 중계 기술은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스포츠 중계는 ‘카메라를 얼마나 잘 찍느냐’보다 ‘AI로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 의 경쟁이 될 것이다. AI는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스포츠를 새로운 언어와 감각으로 번역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경기를 보는 방식이 바뀌면, 스포츠를 소비하는 문화도 함께 바뀐다. AI 스포츠 중계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