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Winter Games!
뜨거웠던 2024년 여름, 프랑스 파리는 태극 물결로 가득했다. 종합순위 8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통해
한국 스포츠는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우리의 시선은 이제 이탈리아로 향한다. 다시, 동계올림픽이다.
글. 정다워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2026년 2월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이탈리아 밀라노(빙상)와 코르티나담페초(설상)에서 진행된다.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동계올림픽 무대가 이탈리아에서 펼쳐진다. 코르티나담페초의 경우 1956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이기도 하다.이번 대회에선 16개 종목, 116개 세부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설상에서 산악 스키가 새 종목으로 합류하고, 세부 종목으로는 스켈레톤 혼성 단체전, 루지 여자 2인승, 프리스타일 스키 남녀 듀얼 모굴, 스키점프 라지힐 여자 개인전이 추가된다. 전 세계적인 축제답게 약 90개국 5,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단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컬링 등 빙상 종목과 설상, 썰매 등을 포함해 100여 명이 출전할 전망이다. 한국이 가장 기대하는 종목은 단연 쇼트트랙이다. 여자대표팀은 월드투어 1~4차 대회에 걸려 있던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및 단체전 진출권을 모두 획득했다. 남자 대표팀이 취약 종목인 500m에서 한 장을 놓쳤을 뿐이다. 남자 500m에 2명, 1000m와 1500m에 3명, 여자 500m, 1000m, 1500m에 3명이 출전한다. 남자 5000m 계주에선 종합 2위를 기록해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여자 3000m 계주 역시 종합 2위로 올림픽 쿼터를 따냈다. 혼성 2000m에서도 종합 2위로 상위 12위 안에 들어 무난하게 출전권을 획득했다.
다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 특히 캐나다 등이 전력을 끌어올려 한국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나다의 간판 윌리엄 단지누(William Dandjinou)는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린다. 단거리, 중거리를 가리지 않는 압도적 기량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했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달리 이번에는 조금 더 험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쇼트트랙에서 큰 관심을 끄는 이슈 중 하나는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林孝埈, 한국명 임효준)의 행보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은 한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가 3년 내 다른 나라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설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불참했다. 최근까지 슬럼프를 겪던 그는 2025년 월드투어 3차 대회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림픽에서 우승을 노릴 정도는 아니어도 한국을 위협할 만한 기량을 갖춘 만큼 ‘경쟁자’로서 어느 정도의 역주를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 여자부에서는 과거 갈등으로 인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최민정과 심석희의 ‘화해’가 주목할 포인트다. 평창에서 시작된 내부 균열로 인해 깊은 상처가 있던 두 사람은 2024년 10월 월드투어 1차 대회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호흡을 맞췄다. 4번 주자 심석희가 1번 주자 최민정의 엉덩이를 밀어주며 그간의 묵은 감정을 해소했다. 최민정은 “(심석희가 뒤에서 밀어주는 순번을 허락한 건) 결국은 올림픽을 위한 선택”이라면서 “나는 대표팀 일원이고, 선수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라며 심석희와 함께 밀라노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의 ‘라이징 스타’ 임종언이다. 2007년생인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나선 2025년 월드투어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주니어 시절부터 적수가 없던 임종언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췄다.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 아웃코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추월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올림픽 출전 경력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지만, 성장 속도가 워낙 폭발적이고 성인 무대에 빠르게 적응한 것을 보면 밀라노에서도 새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여자부 신예 이나현의 등장이 반갑다. 이나현은 2025년 12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1000m에서 8위에 올랐다. 올 시즌 첫 톱 10 진입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밀라노에서도 이변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처럼 포디움에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저력을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에서는 스노보드의 이채운이 기대주다. 이채운은 ‘배추보이’ 이상호의 뒤를 이어 한국 스노보드의 아이콘이 될 재목이다. 2006년생인 그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만 15세의 나이로 출전했다. 참가한 남자 선수 중 최연소였다. 18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남자부 최연소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공중에서 네 바퀴 반, 무려 1620°를 도는 기술 ‘프런트사이드 트리플 콕(Frontside Triple Cork)’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등 두 번째 올림픽을 바라보며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종합 순위 14위에 머물렀지만, 기성 선수들의 발전과 신예들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그랬듯 한국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