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에서 찾는
단어의 유래

일상에서 무의식중에 쓰는 단어들을 뜯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중 스포츠 용어가 기원이 된 말도 많다고 한다.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스포츠 용어의 세계를 소개한다.

글. 조수빈

경마에서 온 단어

출마-낙마

  • 선거에 후보로 도전하기 위해서는 ‘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 ‘출마(出馬)’란 말 그대로 뜻을 풀면 ‘말을 타고 나가다’라고 해석되는데, 이는 본래 경마에서 쓰이던 말로 기수나 경주마들이 참가하는 것을 칭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말을 타고 나가는 것이 곧 ‘곧 전쟁에 나간다’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출마’란 전장으로 향하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의 첫 시작에 임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출마의 반대말인 ‘낙마(落馬)’는 표면적으로는 ‘말에서 떨어진다’라는 표현이지만, 관직에 오르지 못했거나 선거 중 타의에 의해 경쟁에 빠지게 되었을 때 ‘낙마했다’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바둑에서 온 단어

신의 한 수

  • 바둑판을 앞에 두고 상대에게 말한다. “한 수 둬 보게.” 이처럼 바둑에서는 나와 상대가 번갈아 두는 횟수를 셀 때 ‘수’를 단위로 쓴다. 이밖에 ‘한 수 위’, ‘수가 얕다’ 등 바둑을 두는 기술이나 수준을 이야기할 때도 ‘수’를 쓴다. 여기에서 ‘수’는 손 수(手)를 쓰는데 바둑이란 손으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바둑에서 유래된 용어임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가 많다. 얕은 속임수로 상대에게 이득을 꾀하는 수인 ‘꼼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수인 ‘승부수’, 상대에게 더 유리한 수인 ‘자충수’ 등이 그렇다.
    ‘신의 한 수’ 또한 마찬가지. ‘신의 한 수’는 바둑판 위에서 어려운 상황을 역전시킬 만한 뛰어난 수거나 신이 두었다고 여겨질 만큼 기가 막힌 수를 말하는데, 일상에서는 보다 가벼운 의미로 결정적인 선택을 했을 때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축구에서 온 단어

리즈 시절

누군가의 황금기를 가리켜 ‘리즈 시절’이라고 말한다. 지금에야 관용어처럼 쓰이는 이 단어에는 사실 해외 축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리즈’는 잉글랜드 EFL 챔피언십 프로 축구단인 ‘리즈 유나이티드FC’의 줄임말이다. 이 구단이 어째서 ‘리즈 시절’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때는 바야흐로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이하 맨유)에서 활약하던 시기. 리즈 유나이티드FC 소속선수 앨런 스미스가 박지성보다 한해 먼저 맨유에 입단했는데, 그가 옛 소속팀 시절만큼의 기량을 보여 주지 못했던 것. 이 무렵 박지성을 계기로 국내에 해외 축구팬이 대거 생성되었는데, 그들이 ‘앨런 스미스 리즈 시절부터 좋아하던 팬으로서, 안타깝다’라는 식의 말을 했고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도 ‘리즈 시절’이 황금기를 대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야구에서 온 단어

하이파이브

성공적인 순간이나, 칭찬이 필요할 때 우리는 상대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라고 외친다. 상대와 나의 손뼉이 맞부딪혀 ‘짝!’ 하는 순간 비로소 희열을 확실하게 느낀다. 이처럼 손을 높게 들고 다섯 손가락을 편 채로 서로 맞부딪히는 행위인 하이파이브는 성공, 기쁨, 응원 등의 감정을 배로 만들어준다. 이 행위의 시작은 1977년으로 돌아간다. LA다저스 소속 야구선수 글랜 버크가 30번째 홈런을 치고 선수석으로 돌아오던 더스티 베이커를 향해 껑충 뛰며 머리 위로 손바닥을 뻗었고, 더스티 베이커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맞부딪혔다. 이것이 최초의 하이파이브라고 한다.
이후 야구 경기에서 선수들은 홈런 또는 승리 세리머니로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현재는 스포츠 경기장이 아닌 어디서든 상대와 기쁨을 나누기 위해 손바닥을 마주친다.

e-스포츠에서 온 단어

쿨타임

  • ‘쿨타임(Cool Time)’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쿨다운(Cool Down)’이라는 표현을 먼저 알아야 한다. 기계나 장비가 오래 가동되어 뜨거워진 상태에서 충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을 쿨다운이라 하는데, 게임에서는 이런 개념을 차용해 강력한 기술 한 방을 쓴 다음 다시 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쿨타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e-스포츠의 원조 격인 스타크래프트, 롤의 전신 격인 워크래프트 등의 게임에서 유저들은 어떤 기술이나 스킬을 재사용하기 위해 일정 기간 대기시간을 가져야 했고, 이 시간이 도래하면 ‘쿨타임 찼다’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서 종종 쓰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끼리 오랜만에 약속을 잡을 때 ‘쿨타임 찼으니 보자!’라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