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발전의 동력
스포츠 팬덤
뭔가를 좋아하는 힘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관점에서 팬덤은 현대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 중 하나다.
자발적인 참여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한국 스포츠 문화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는 한국의 스포츠 팬덤 현상을 짚어 본다.
글. 강대호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팬덤’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팬덤(Fandom)’은 팬(fan)과 덤(dom)의 합성어다. 팬은 ‘fanatic’의 줄임말로 ‘열정적인 지지자’를 의미하고, ‘dom’은 주로 접미사로 쓰이면서 ‘~의 영역’ 혹은 ‘~의 집단’의 의미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팬덤은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 팬들의 집단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면서 이와 관련해 파생된 여러 현상을 함께 담아내는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팬덤의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사람일 수도 있고, 영화나 문학처럼 특정 장르의 문화일 수도 있고, 게임이나 스포츠 종목일 수도 있다. 팬덤의 특징은 다양하다.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강한 집착과 열정으로 이른바 ‘팬질’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한편, 같은 대상을 좋아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함께 펼친다. 나아가 이런 모든 게 쌓여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도출된다. 이것이 바로 팬덤이다.
2000년대 들어 K-Pop의 인기 덕분에 팬덤이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팬덤의 씨앗은 이미 오래전부터 싹이 터 있었다. 프로야구팀을 향한 팬덤과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국가대표 축구팀을 향한 팬덤이 그것이다.
프로야구팀 팬덤은 출범 초기 자기 고향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붉은 악마가 탄생시킨 국가대표 축구팀 팬덤은 1998 프랑스월드컵을 기점으로 발화돼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리 응원이라는 모습으로 폭발했다. 이후 K리그 축구팀들의 서포터 모임이 그 열기를 이어받았다.프로야구팀 팬덤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ENA에서 방영된 <찐팬구역>은 한화 이글스 팬들의 의리가 방송의 주요 콘셉트였다. 프로축구는 팬덤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연고지의 프로축구팀이 지역을 떠난 후 자체적으로 시민구단을 만들고 하부 리그를 떠돌다 마침내 1부로 승격한 FC안양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팬덤의 헌신이 끌어낸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멋진 챔피언 결정전을 보여 준 여자 프로배구도 팬덤이 종목의 인기를 견인했다. 김연경 선수와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 선수가 대표적이다. 특히 메가 선수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인도네시아까지 들썩이게 했다. 메가 선수를 향한 한국 팬들의 열광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좋게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메가 선수의 사례에서 보듯 팬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팬덤 또한 자기들이 추앙하는 대상에게 누가 미치지 않도록 경기장 안팎에서 다양한 노력을 펼친다.
무엇보다 스포츠 팬덤은 건전한 응원 문화를 펼치기 위해 솔선수범한다. 사실 과거에만 해도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과열되고 흥분된 응원을 접할 때가 많았는데, 최근의 팬들은 상호 존중과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팬덤이 중심이 된 사회공헌 활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 선수와 김연아 선수의 팬덤을 예로 들면, 이들은 오래도록 봉사와 기부를 해왔다. 물론 다른 종목 선수들의 팬덤도 선수 생일을 기념해 선수의 이름으로 기부한다거나 단체로 봉사활동에 나서곤 한다. 팀과 연계해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기부 캠페인, 연탄 나눔, 헌혈 캠페인, 재난 지역 봉사 등 다양하다. 이런 활동은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 팬덤은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 주며 한국 스포츠 문화 발전을 이끌고 있다. 즉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이런 관점에서 스포츠 팬덤은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과 연대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페어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존중하며 선한 영향력으로 함께 연대하는 스포츠 팬덤의 가치가 한국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