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ESG 경영 사례
ESG 이슈 대응은 기업의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공시기준(ISSB)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시 기준을 마련하여 2026년 이후부터 ESG 이슈와 관련된 경영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국내 ESG 공시제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ESG 경영을 추진해나가야 할까?
글. 신성연
자전거가 스포츠로 발전한 대표적인 예가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로, 프랑스와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3주 동안 약 3,50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치르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하고 유명한 레이스이다. 그러나 이 대회는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과 쓰레기 생산으로 인해 프랑스의 정당 녹색당과 환경보호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주최 측과 스폰서 기업들은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 체코 자동차 스코다(Škoda)는 2024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205대의 친환경 자동차(전기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제공하여, 대회 운영진과 선수단의 이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 차량들은 대회 중 선두 그룹을 이끄는 지휘와 선수단 지원 차량으로 사용되었으며, 친환경 자동차 운행을 통해 온실가스 감소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이 경영 활동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ESG 이슈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비재무보고서 공시1)가 의무화되며 글로벌 기업의 비재무 활동 비중 역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Diversity, Equity, Inclusion)와 글로벌 가치사슬 이해관계자 상생 등을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 요소로 설정하고 요소별 계량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비재무 보고서를 통해 이해관계자와 공유하고 있다.
나이키의 DEI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활동을 살펴보면, ‘성평등 증진’을 위해 조직 구성원 중 여성 인력의 비율을 늘리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매년 이를 점검하고 있다. 2023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글로벌 본사에서 근무하는 전체 인력 중 여성의 비율은 51%이며, 관리자 이상 직책에서의 여성 비율은 44%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나이키 본사 인력 중 소수 인종 및 민족 비율은 41%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는 향후 2029년까지 8만 명의 직원이 평가하는사내 포용성 관련 지표 목표치를 84%로 설정하고, 사업 부문별 부사장 전원이 포용적 리더십 교육 자격을 보유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히스패닉계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1,000만 달러를 투자해 현재보다 더욱 다양한 인재의 경력 개발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한편, 아디다스는 기업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을 전 세계에 걸쳐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운영관리에 해당되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 ‘유통’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100% 소싱을 통해 품질과 소비자 판매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EU 권역 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디다스는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파트너와의 상호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디다스의 제조 파트너 중 74%는 최소 10년 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38%는 20년 이상 협력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아디다스는 글로벌 파트너와 제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표준 매뉴얼은 물론 공급망 전반에 걸쳐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여 기업 경영 활동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합리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기업의 ESG 이슈 대응 역량 중 하나다.
2024년 4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퇴출 조치에 반발하며 제기한 항소를 기각당한 국제복싱협회(IBA)는 IOC 인정 단체에서 제외되었다. IBA가 IOC에서 퇴출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승부조작과 편파 판정 문제, 재정 출처와 지배구조 등 여러 가지 거버넌스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이 적절하게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IOC가 국제 스포츠 연맹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그만큼 IBA의 조직 거버넌스에 문제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IBA는 편파 판정 논란과 승부조작 이슈가 발생해 조직 거버넌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2022년 러시아 출신 회장의 재선 과정에서도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로 인한 의혹이 발생해 거버넌스가 취약함이 드러났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스포츠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에 대한사회적 합의에 반하며 복싱 대회에 양국 선수를 출전시키는 등 독단적인 조직 운영은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러시아 연방정부가 주식의 38.4%를 소유하고 있는 가스프롬(Gazprom)과의 스폰서십 계약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ESG에 반하는(비인도적 무기 생산, 화석연료, 인권침해, 환경파괴, 부정부패 행위 등)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과는 정반대되는 의사결정으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거버넌스 문제로 인해 IOC에서 퇴출당하며 2024년 파리 올림픽 운영권을 상실했다. 반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월드복싱(WB)이 복싱 종목 운영권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는 다양한 조직들이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데 각자의 조직 경영 목표를 올바른 과정을 통해 달성하고 조직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 ESG 이슈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