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로 실현하는
스포츠 복지
대한민국이 글로벌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생활체육 참여율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경제적 여건과 신체적 여건에 따른 ‘스포츠 양극화’라는 새로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스포츠는 이제 단순한 개인의 취미나 여가를 넘어 건강권 및 사회적 관계 회복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삶의 질 요소이자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스포츠 참여 기회가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실태를 짚어보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스포츠 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글. 조욱연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대한민국은 스포츠 강국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생활체육 참여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국민의 비율은 62.9%에 이른다. 주말이면 한강공원은 러닝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동네 체육시설과 공원에서는 운동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러닝과 테니스는 하나의 생활 문화가 되었고, 생활체육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참여 인구의 증가가 곧 참여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오랫동안 스포츠복지와 생활체육 정책을 연구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다. 스포츠 참여는 생각보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시설이 부족해서, 접근이 어려워서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수영과 테니스, 축구를 배우며 성장한다. 반면 운동을 좋아해도 스포츠클럽 회비나 장비 비용이 부담되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골프와 테니스 같은 종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스포츠 경험의 폭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장애인의 경우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2025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여율은 34.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체육시설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동의어려움, 전문 지도자 부족, 프로그램 부족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고령자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지만,생활권 내에서 적절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하거나 이동에 어려움을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흔히 양극화라고 하면 소득이나 교육 문제를 떠올린다. 그러나 스포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경험할수 있는 스포츠 종목이 달라지고, 거주 지역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시설과 프로그램의 수준도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 양극화란 단순히운동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과 성장, 사회적 관계의 기회가 불균등하게분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실 스포츠의 가치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데 있지 않다. 스포츠는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생활체육 동호회에 참가하는 많은 사람들이 운동 자체보다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을 더 큰 이유로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포츠 양극화는 단순한 체육 문제가 아니다. 건강 불평등의 문제이자 삶의 질의 문제이다. 실제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규칙적인 신체활동 참여율은 낮고 비만과 만성질환 위험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참여의 격차가 건강 격차로 이어지고, 건강 격차는 다시 삶의 기회 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는 스포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이기도 했다. 체육시설이 문을 닫고 야외 활동이 제한되자 많은 사람들이 신체활동 부족과 우울감, 사회적 고립을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포츠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건강한 일상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새삼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의 여러 복지국가는 오래전부터 스포츠를 복지정책의 일부로 다루어 왔다. 스웨덴에서는 의사가 운동을 처방하기도 하고, 독일은 스포츠클럽을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를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건강과 복지,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유·청소년 약 12만 명과 장애인 2만 5,900명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스포츠 복지의 진정한 의미는 지원 대상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스포츠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로 바라보고, 참여 기회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 우리 사회도 스포츠를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닌 문화적 기본권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복지의 핵심은 체육시설의 양적 확대보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장애나 나이, 경제적 여건 때문에 스포츠 참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스포츠 복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스포츠 강국은 경기장에서 만들어지지만, 스포츠 선진국은 시민의일상 속에서 완성된다. 국제대회 성적이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기회의 평등으로 평가받는 사회.장애와 연령,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스포츠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스포츠 복지는 완성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스포츠를 단순한 여가나 취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권리의 문제로 바라볼 때가 되었다. 스포츠 양극화 해소에 대한 고민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대한 질문과 다르지 않다. 스포츠 복지의 출발점은 거창한 정책보다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는 관심과 의지다. 스포츠를 모든 이의문화적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할 미래다.
조욱연은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스포츠 정책과 스포츠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및 사회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