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웨어,
나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코어 패션’으로 재탄생

스포티한 감성과 편안함을 앞세운 스포츠와 결합한 패션 트렌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블록코어, 고프코어, 발레코어 등 특정 스포츠와 결합된 패션 스타일이 MZ세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색다른 조합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글.   정단비

스포츠 웨어와 일상복의 경계가 무너지다

일명 ‘○○코어’로 불리는 패션 트렌드는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가 결합된 말이다. 앞에 붙는 단어가 개성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자연스러운 멋이라는 뜻을 만나 일상화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러한 코어 패션의 흥행은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특징과도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기점으로 확산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를 비롯해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라는 의미), ‘갓생’(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미) 등의 키워드가 스포티하고 건강한 무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즐거움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이로 인해 피트니스, 러닝,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여가로 즐기는 MZ 세대가 증가한 것도 스포츠 웨어의 일상화에 한몫을 했다. 스포츠와 스타일리시함이 결합된 패션은 무한한 확장성과 함께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애슬레저룩으로 시작된 스포츠웨어의 일상화

스포츠 웨어의 일상화에 대한 첫 신조어로는 ‘애슬레저룩’을 꼽을 수 있다. 애슬레저룩은 운동경기(Athletic)과 레저(Leisure) 합친 말이다. 애슬레저룩은 지금의 대세인 ‘코어 패션’ 보다 앞서 생긴 신조어로, 편안한 옷과 운동복의 조합을 통칭하고 있다.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지난 2016년 1조 5000억 원 규모에서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3조 원, 2023년 3조 5000억 원까지 커졌다.
애슬레저 브랜드인 젝시믹스와 안다르는 레깅스에서 시작해 러닝, 수영, 골프 등 각 종목별 패션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패션업계 불황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슬레저룩은 최근 러닝 열풍에 ‘러닝코어(Runningcore)’ 패션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러닝 열풍에 올해 8월 애슬레저 카테고리 거래액이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나만의 개성을 패션으로 보여주다

스포츠와 패션을 접목한 코어 패션은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점차 다양화되고, 개인화되는 시대 흐름과도 이어진다.
MZ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블록코어(Blokecore)’ 패션은 영국의 남성들을 지칭하는 ‘블록(Blocke)’과 평범한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스포츠 유니폼 스타일을 일상에 접목한 패션이다. 영국 남성들이 축구팀 셔츠를 일상생활 중 입은 데서 영감을 받았다.블록코어는 지난 2020년 발레시아가가 FW 컬렉션에서 스포츠 유니폼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시작으로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이 되면서 ‘힙(Hip)’한 스타일링으로 급부상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무신사의 유니폼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2%가 증가했다고 한다. 유니폼 콘셉트의 소재인 메시 소재 상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 LF는 스포츠 브랜드 챔피온의 나일론 메시 상품 판매가 전년 대비 2.5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캠핑, 하이킹 등 아웃도어 활동의 열풍이 이어지면서 ‘고프코어(Gorpcore)’ 패션이 탄생했다. 고프(Gorp)는 야외 활동을 할 때 많이 먹는 그레놀라(Granola), 오트(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말이다. 고프코어는 기능성 의류에 그쳤던 과거 아웃도어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개성 있는 믹스 매치를 선보인다.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발레코어(Balletcore)’ 패션도 있다. 블랙핑크 제니와 영화 ‘바비’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발레코어는 발레 특유의 우아함을 일상복으로 표현한 패션이다. 재해석한 발레슈즈, 프릴, 워머 등이 주요 아이템이다. 업계에서는 필라테스나 발레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경주 선수를 일컫는 카레이서의 패션을 일상복으로 연출하는 ‘레이싱 코어(Racingcore)’도 주목받고 있다.

글을 쓴 정단비는 솔로이코노미 미디어 '데일리팝'을 운영하고 있으며, 뉴스레터 '혼삶레터'를 발행하는 트렌드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