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반려인 시대,
독 스포츠의 매력과 전망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한국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 반려인은 1,262만 명을 기록했다.
또한 이 중 개를 기르는 반려견 가구는 71.4%에 달한다. 반려견 가구가 늘어나며 반려견과 함께하는 활동 역시 늘어나고 있고,
특히 ‘독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독 스포츠는 여타 다른 스포츠처럼
스피드와 박진감을 맛보며 건강해질 수 있는 동시에 반려견과 함께 호흡하고 뛰며 교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글.    김태룡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국제경기연맹 중 동물이 함께하는 단체는 국제승마연맹(FEI)과 대한독스포츠연맹(KFSS, Korea Federation of Sleddog Sports)의 세계연맹인 국제독스포츠 연맹(IFSS, International Federation of Sleddog Sports)이 있다. 승마는 지금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개썰매경기는 수차례 동계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실시됐다.
독 스포츠(Dog Sports)의 사전적 의미는 ‘개가 하는 스포츠’, 또는 ‘개와 함께하는 스포츠’일 것이다. 지구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르고 있는 수많은 독 스포츠가 있다. 그 중 많이 알려지고 시행하는 종목으로는 반려견과 함께 걷고 달리는 캐니크로스, 원반을 던져 반려견이 회수해 오는 디스크독(프리스비), 반려견이 장애물을 통과하도록 하는 어질리티, 그리고 동계 시즌에 펼쳐지는 개썰매 등이 있다. 우리는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건강해지고 함께 행복해하는 어떤 종류의 운동(Sports)도 사랑하고 지지한다.
사람과 반려견이 호흡을 맞추며 함께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독 스포츠는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반려견의 체력과 건강을 증진하게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독 스포츠를 익히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신체의 단련과 함께, 정서를 함양하고 건전한 스포츠맨십을 배우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독 스포츠에서의 Dog(선수견)

독 스포츠에서의 ‘선수견’이란 사람과 함께 독 스포츠에 참여하는 반려견을 뜻하는데, 독 스포츠의 세부 종목에 따라 다양한 견종의 반려견이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개썰매 경기는 허스키·말라뮤트 등의 북방견이, 디스크독에는 보더콜리가 주종이 되어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독 스포츠 전 종목에 걸쳐 참여하는 선수견에 대하여 그 견종이나 혈통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다만 해당 종목의 특성이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경험적으로 보다 적합한 견종이 있을 뿐이다.

‘캐니크로스’, 모든 견종과 함께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하는 독 스포츠 중 대표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독 스포츠를 소개한다. 특히 여기에서는 반려견과 사람 모두가 운동할 수 있는 캐니크로스와 바이크 저링에 대해 알아본다. 참고로 KFSS에서 시행하는 종목을 기준으로 했다. 캐니크로스(Canicross)는 반려견과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일정 거리를 걷고 달리는 경기다. 종목명은 개를 뜻하는 라틴어 Canis에서 유래한 ‘CANI’와 교외를 달리는 스포츠인 ‘CROSS-COUNTRY’에서 왔다. 보통의 반려인들이 하는 ‘산책’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운동이라 말하려면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땀이 살짝 맺히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견종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반려견과 함께 걷거나 가볍게 달리는 것은 반려견보다는 사람에게 더 큰 운동량을 요구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경험한 캐니크로스 대회의 결과를 보면, 최다 우승 견종이 셰퍼드나 허스키가 아니라 요크셔테리어나 푸들과 같은 소형견이었다. 이는 견종과 상관없이 보호자의 운동 능력으로 그 순위가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반려견의 목줄을 풀고 맘껏 달리게 해 줄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산책이겠지만 말이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바이크저링’

더 멀리,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반려견을 위한 종목으로는 바이크저링(Bikejoring)이 있다. 바이크저링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세계 독 스포츠의 정식 종목 중 하나로 자전거와 개를 연결하여 일정 거리를 달리는 경기. 자전거 인구가 점점 증가하는 현재의 추세로 보아 향후 발전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보호자는 자전거의 힘을 빌려 보다 빠르고 멀리 달릴 수 있게 되어, 함께하는 반려견에게 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캐니크로스에 비하여 더 빠르고 더 오래 달리는 반려견을 위한 경기라고 볼 수 있다. 대회에 나가기 전 반드시 훈련이 필요한 종목이지만,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도와주고 달리고 호흡하며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참고로 반려견의 질주 본능을 극한으로 충족시키는 스포츠로는 개썰매 경기가 있다.

독 스포츠 전성시대

개가 인간의 기록에 처음 나타난 시기는 약 1만 4,000년 전이라고 한다. 일종의 유행처럼 시작된 애견문화는 그 과정에서 유기견 문제 등 부작용이 노출되기도 했고, 한때는 순종 여부를 따지며 개를 과시용으로 사육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사는 개를 먹이고(사료), 가꾸고(미용), 보살피는(동물병원) 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개’라는 동물이 귀여운 ‘애견’에서 가족의 구성원인 ‘반려동물’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가족인 반려견이 잡종이든 유기견이든, 혹은 장애견이든지를 불문하고 현재 나와 살고 있는 반려견과 함께 건강하고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견종과 혈통을 불문하고 반려견과 함께 뛰고 달리는 독 스포츠는 반려견을 사랑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이 시대 사람들의 대세 스포츠가 될 것이다.

글을 쓴 김태룡은 대한독스포츠연맹(KFSS) 회장으로, 2003 KFSS 출범 후 국내 최초의 독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등 독 스포츠를 알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