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스포츠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 되었다.
‘기후 행동을 위한 스포츠’를 목표로 하는 전 세계인의 자발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글.    서정화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위한 노력

2024 파리 올림픽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목표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만드는 것이다. 파리 올림픽에 사용될 경기장은 95%가 기존 건물을 활용하거나 임시로 설치하는 구조물로 구성될 것이라고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밝혔다. 그중 새로 지어야만 하는 건물 역시 파리의 공공건물 건설의 새로운 지향점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4월 3일에 개소한 2024 파리 올림픽 아쿠아틱 센터는 50%는 나무로 50%는 기존 재활용품들을 사용해서 지어졌다. 여기에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 5,000㎡를 설치해 건물 전체에 필요한 전기 생산을 모두 태양광 패널을 통해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공사현장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건물 안에 필요한 인테리어나 가구로 변신시켰고, 관중석 역시 폐플라스틱을 활용하여 재탄생시켰다. 올림픽과 같은 전 세계적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환경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단지 이번 올림픽만이 아니다.

기후 행동을 위한 스포츠의 목표

UN 기후변화(UN Climate Change)는 스포츠 단체들을 비롯하여 그 이해관계자들이 스포츠 차원에서 새로운 기후 행동에 동참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스포츠 단체와 지역사회는 파리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합의한 저탄소 경제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일련의 원칙을 바탕으로 협력하여 ‘기후 행동을 위한 스포츠’ 이니셔티브(계획, 방안)를 만들었다. UN의 이니셔티브는 글로벌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스포츠 산업을 지원한다. 스포츠 단체들은 탄소 배출 제로(0)를 위해 행동전략에 함께하여 기후 리더십을 보여 주고, 기후 발자국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를 달성함으로써 스포츠 부문을 넘어서 전 세계인의 기후 행동을 장려해 글로벌 규모로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 행동을 위한 스포츠(Sports for Climate Action)는 다음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1. 글로벌 스포츠 커뮤니티가 파리 협정에 명시된 2도 이하 시나리오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감축, 보고 등 검증된 기준에 따를 것을 약속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명확한 궤적 목표를 달성한다.
2. 스포츠를 기후 행동을 위한 전 세계인의 연대와 단결을 위한 통합 도구로 활용한다.

기후 행동을 위한 스포츠 이니셔티브는 참가자들이 서로 배우며, 모범 사례와 교훈을 전파하고,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상호 관심 분야에 대해 협력함으로써 일관되고 상호 지원적인 방식으로 기후 행동을 추구할 수 있는 포럼을 스포츠 조직에 제공한다. 이 같은 약속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략과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그리고 설정된 목표에 대한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미 서명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설정하며, 전 세계적으로 1.5°C 목표를 홍보·지지하는 등의 과정을 시작했다.
기후 행동을 위한 스포츠 기구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서명한 모든 개인 및 단체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기후 목표를 달성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이 같은 개인과 단체의 약속을 모아 스포츠가 기후 행동에 앞장서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포츠는 더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이고 빠르게 줄여야 한다는 과학적 합의에 부응할 수 있다. 2030년 목표에 초점을 맞추되,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서명국들과 협력하여 2040년까지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행동 방침을 결정할 것이며,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모범 사례 지침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다.

기후 변화에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스포츠 팬들

UN과 IOC(국제올림픽위원회)뿐만 아니라, 유럽 스포츠 사회에서는 스포츠를 기후 변화 행동의 시작으로 활용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 예로 축구 팬들의 플레지볼(Pledgeball)이라는 단체를 들 수 있다. 플레지볼의 그린풋볼 위크엔드(Green Football Weekend) 이니셔티브는 축구 팬들이 탄소 배출 제로의 기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또한 스포츠 분야 내 접근성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며 생태학적으로 효율적인 대안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축구 팬을 동원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개념이 가장 중요하며, 기후 변화 범위 내의 사회적 불평등이 명시되어 이들 사이의 교차점을 강조한다. 개인적 변화에서 더 큰 체계적 변화로의 전환을 포함하여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대중 참여 전략도 제안하고 있다.
플레지볼 사이트(Pledgeball.org)에 접속해 보면 어느 팀이 가장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많이 기여했는지를 보여 주는 성적표도 공개하고 있다. 플레지볼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팬들을 모으고 있으며 팬들은 공기 질을 비롯하여 주변 환경을 개선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지지를 보여 줄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경기 당일 자정까지 탄소 배출량을 가장 많이 절약하겠다고 약속한 팬 그룹은 소속 클럽이 플레지볼 경기에서 우승하고 리그 순위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약을 하면, 이를 서클의 다른 팬에게 전달한다. 즉, 클럽을 지지하는 서약을 함으로써 클럽의 플레지볼 리그(Pledgeball League) 캠페인을 돕고 전 세계 팬들과 함께 ‘#ProtectWhereWePlay(우리가 플레이하는 곳을 보호하자)’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축구팬들이 많기에, 팀도 응원하며 탄소 배출량 절약에도 앞장설 수 있어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운 산업 분야는 없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스포츠 산업, 스포츠 이벤트는 대개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기후 위기 행동에 앞장서서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스포츠가 가진 힘으로 지구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기이자, 스포츠가 앞장서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때이다.

글을 쓴 서정화는 동계올림픽에 세 번 출전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포츠 인권,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이 많다. 이름이 오리인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