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과
디지털 리터러시의 동행
우리는 디지털 없이 하루도 생활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은 학교체육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깊이 생각해야 할 지점도 분명 있다.
학교체육과 디지털 리터러시의 상생 방안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논의돼야 할까.
變變(변변)스포츠는 ‘변화하는 스포츠, 진화하는 스포츠’라는 콘셉트로 스포츠 비하인드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글 . 윤기준

여섯 살 아이가 편의점에서 막대사탕 2개를 사고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냈다. 막대사탕의 가격은 개당 200원이다. 아이는 거스름돈으로 얼마를 받아야 할까?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의 상황은? 어린 종업원이 아이에게 거스름돈으로 500원만 주고 100원은 본인이 챙긴다. 셈에 약한 아이는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모른 채 사탕을 입에 물고 기쁜 마음으로 편의점을 나간다. 돈의 규모가 커진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의 3R은 핵심 리터러시로 이해됐다. 위의 사례와 같이 이 세 가지를 못하면 삶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는 어떨까? 우리는 디지털 없이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매번 은행에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의 뉴스는 올해도 단골 소재였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란 쉽게 표현하면 아날로그(예: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아닌 1과 0이라는 숫자로 생성된 디지털 정보(예: 새 울음소리 mp3 음원)를 찾아 이용하고, 조합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1) 유튜브 시청, 이메일 작성, 키오스크 주문, 수능 공부를 위한 인터넷 강의 수강 등 우리 일상은 이제 디지털을 빼고 얘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체육수업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어떻게 활용될까? 전통적인 체육수업에서는 디지털 정보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축구 수업을 예로 들어본다. 체육교사가 드리블 및 슈팅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고깔을 지그재그로 통과한 후 골대에 슛하는 형태의 활동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다양한 디지털 정보 및 기기가 수업에 활용된다. 세계에서 드리블을 가장 잘하는 축구선수의 영상 보기(패드 활용), ‘On Form’이라는 앱을 활용해서 학습자의 드리블 자세 분석하기(모바일 활용), 가상현실(VR) 스포츠실을 활용해 자신이 찬 축구공의 회전량, 속도, 방향 등을 알아보기 등이 추가됐다. 더불어 구글클래스룸 등을 이용해 학생의 성장 등을 기록하는 형태의 디지털 리터러시 등도 활용된다. 교육적 효과 역시 좋다. 평소 운동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변화와 성장을 기록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체육수업에서 활용된 디지털 정보는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정보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열렸다. 지난 9월 29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국민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결승에서 세트 점수 2대0으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지어 전승 우승이었다. 많은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e스포츠의 인기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학교체육에서 교육 내용으로 대부분의 스포츠를 선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언젠가 체육수업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배우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모니터를 보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형태의 체육수업. 무엇인가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를 포함안 e스포츠뿐 아니라 바둑도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은 시점에서 스포츠와 스포츠가 아닌 문화 활동을 철학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 글에서 다룰 일은 아니다.
다만 제목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학교체육이라는 영역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교육은 학교라는 공식 기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교과 또는 과목이라는 단위로 교육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국어, 수학, 과학, 음악, 체육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구분한 것은 과목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른 과목과 구분되는 체육의 특성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도 많은 쟁점이 있겠지만 체력 증진, 신체 기능 향상, 스포츠 기술 습득 등이 다른 과목보다 강조돼야 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체육수업에서의 디지털 정보는 교과의 고유한 특성을 지원하는 형태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체육수업에서 배우는 교육 내용이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 역시 향후에는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다. OECD에서 ‘과목’과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역량(리터러시 포함)’의 종합 관계도를 그리고 있는 현재의 시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학교체육과 디지털 리터러시의 상생 방안 설정은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의 일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설정하기도 했다.
통상 미디어 리터러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하위 구성 요소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