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의 예방복지 모델,
스포츠 여가 복지
초고령 사회의 핵심 과제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노인의료비가 건강보험 진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질병 발생 이후의 치료와 돌봄에 머무르는 복지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제 복지의 중심은 아프기 전에 움직이게 하고, 노쇠와 고립을 늦추는 ‘예방복지’로 전환되어야 한다.
스포츠여가활동 지원은 단순한 취미·여가 지원이 아니라
고령자의 건강과 사회적 관계를 지키고, 국가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사회적 투자다.
글. 황향희 강원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황향희는 강원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이다. 전공은 스포츠여가사회학과 노인체육이며, 현재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 한국여성체육학회, 한국리듬운동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스포츠여가가 초고령 사회의 건강복지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노인이 많아졌다는 뜻을 넘어 의료비와 돌봄 부담, 고립과 외로움, 우울, 노쇠, 그리고 지역사회 지속가능성 위기 등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제 복지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고령자를 복지의 수혜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이 건강하게 움직이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예방 중심의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 전환의 중심에 스포츠여가가 있다. 고령자에게 스포츠여가활동은 단순히 취미가 아니다. 근력, 균형감각, 보행능력, 심폐기능을 유지하게 하고, 우울과 외로움을 완화하며, 사회적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생활밀착형 건강복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령자에게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신체활동과 근력·균형운동을 권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동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노쇠와 낙상,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공중보건 전략이다.
필자는 2022년 논문 「행복권 보장을 위한 스포츠여가 격차 진단과 과제」에서 스포츠여가를 ‘여가시간에 하는 운동,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신체활동’으로 정의하고, 스포츠여가 격차를 단순한 참여율 차이가 아니라 행복권 보장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스포츠여가활동의 참여기회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설,공간, 프로그램, 지도자, 정보 등 지역의 스포츠여가자원과 정주여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관점은 초고령 사회에서 더욱 중요하다. 노년기의 스포츠 여가 격차는 곧 건강격차, 관계격차, 돌봄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 중인 스포츠강좌이용권,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어르신스포츠상품권도 단순한 운동비 보조가 아니라, 건강취약계층이 질병과 노쇠, 고립 상태로 빠르게 진입하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는 예방형 복지예산으로 보아야 한다.
의료비 통계는 이 논리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2024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52조 1,935억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4.9%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적용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18.9%에 그치지만, 진료비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도 550만 8,000원으로 전체 평균 226만 1천원의 약 2.4배에 이른다. 결국 고령층의 신체활동 참여 확대는 국가 의료비와 돌봄비 증가를 완충하는 예방적 사회투자다.
이제 체육활동 지원정책은 단순한
취미·여가 지원을 넘어 국가 의료비를 낮추고,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며,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복지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한 국민 비율은 62.9%였지만, 70대 이상은 59.5%에 그쳤다. 고령층의 낮은 참여율은 단순한 관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약화, 이동의 어려움, 디지털 이용 장벽,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단순 평균 참여율만으로 정책을 설계하기보다, 허약 노인 등 취약계층의 문턱을 낮춰주는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스포츠복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에게는 온라인 신청, 모바일 상품권 사용, 시설 검색, 프로그램 선택 자체가 장벽이다. 인프라가 풍부한 서울조차도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디지털 취약 노인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스포츠여가복지는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느냐’가 핵심이다.따라서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스포츠강좌이용권,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어르신스포츠상품권은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년층을 포괄하는 생애주기형 스포츠여가복지로 확장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이 제도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생활 현장에 닿을 수 있도록 체력측정, 건강상태 평가, 운동처방, 프로그램 연계, 지속 참여 모니터링이 결합된 예방관리형 스포츠여가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셋째, 신체활동이 필요한 대상자를 지역사회 안에서 발굴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운동프로그램과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하는 스포츠여가 기반 사회적 처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시체육회와 자치구체육회, 보건소, 노인복지관, 경로당, 공공체육시설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한다.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가고, 운동을 처방하며, 참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찾아가는 스포츠여가복지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강운동관리사와 스포츠지도사는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자가 아닌 대상자의 몸 상태와 생활환경을 살피고, 운동 참여와 관계 회복을 이어주는 핵심 실천 인력으로 배치될 필요가 있다.초고령 사회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복지는 질병이 깊어진 뒤 제공되는 사후 복지이다. 반대로 가장 효율적인 복지는 아프기 전에 움직이게 하는 선제적 복지이다. 스포츠여가는 즐거움이자 관계이며, 동시에 예방의학이고 생활복지이다. 이제 체육활동 지원정책은 단순한 취미·여가 지원을 넘어 국가 의료비를 낮추고,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며,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복지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것이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서울이 준비해야 할 스포츠여가복지의 미래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