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에 울려 퍼지는 슛의 리듬
구일고등학교 여자농구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일고등학교의 한 체육관.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것은 거친 숨소리가 아닌,
“꺄아아” 하는 기분 좋은 외침과 “아하하”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다.
“우리 농구부엔 익룡이 살아요!”라며 웃는 학생들의 말처럼,
방과 후 훈련이 한창인 체육관에는 구일고등학교 여자농구부가 내뿜는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 차 있다.

글. 심정윤    사진. 이동진    영상. 김지혜


창단 1년 만의 우승은 실패의
기억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은
학생들의 집념에서 비롯된
결실이었다.
‘한 점 차 패배’가 쏘아 올린 열망
우승으로 결실 맺다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봄날, 구일고등학교(이하 구일고)의 체육관이 북적인다. 오늘은 구일고 여자농구부의 훈련이 있는 날, 연습은 스트레칭으로 시작된다. 워밍업이 끝나면 2인 혹은 3인이 조를 짜 골대를 향해 전진하며 패스를 주고받는 속공 연습이 쉼 없이 이어진다. 코트 바닥과 운동화가 마찰하며 내는 기분 좋은 소음이 체육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전진 후 마무리는 역시나 슛. 성공 여부에 따라 아쉬움에 찬 탄성 혹은 기쁨의 환호가 울려 퍼지지만 모두의 입가에선 기분 좋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훈련은 스크린 전술 연습으로 이어졌다. 수비력을 높이고 동료와의 협동 능력을 익히는 스크린 전술 연습은 사람 모습을 한 디펜스맨을 세우면서 시작된다. 학생들은 어느새 진중한 눈빛으로 서로를 살피며 움직임을 맞추기 시작했다. 디펜스맨의 위치를 확인하고 동료와 합을 맞춰 공격로를 열어주는 얼굴이 꽤나 진지하다.
최근 전국 고교 현장에서는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가 확대되는 추세다. 구일고 여자농구부도 엘리트 선수가 아닌, 농구를 좋아하는 일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 창단 직후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은 불과 1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의선 구일고 체육건강부장은 우승의 비결로 학생들의 ‘자생적인 몰입’을 꼽는다. “2024년 상주에서 열린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에서 단 한 점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 아이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아쉬워했어요. 그 아쉬움이 열망이 되어 스스로 상대 팀 전력을 분석하고 영상으로 공부하게 된 것 같습니다.” 창단 1년 만의 우승은 실패의 기억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은 학생들의 집념에서 비롯된 결실이었다.

“하나, 둘, 사랑해!”
팀을 하나로 묶어주는 주문

“스텝 잘 맞춰야 해! 공 받으면서 숫자 잘 세고!” 팀의 중심인 주장 정지원 학생은 농구의 매력은 ‘정직함’이라고 말한다. 훈련이 고된 만큼 성과가 돌아오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특히 정지원 학생은 구일고만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독특한 구호를 언급했다. 보통 실수하면 ‘미안해’라고 말하기 바쁜 코트 위에서, 구일고 학생들은 서로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하나, 둘, 사랑해!”라는 구호를 외친다는 것이다. 낯간지럽고 사랑스러운 팀 구호는 경기 중 위기의 순간에도 흐름을 바꾸고 서로를 다시 뭉치게하는 강력한 주문이 된다. 이 구호 덕분에 코트 위에는 자책 대신 서로를 향한 격려와 믿음이 가득 찬다.
슈팅 가드를 맡은 3학년 이은희 학생 역시 팀의 끈끈한 합에 대해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함께해온 친구들과 고등학교에서도 추억을 쌓고 싶어 시작한 농구, 가끔 마음이 맞지 않아 삐걱거릴 때는 서로 더 많이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팀워크가 곧 실력이라는 믿음이 팀을 단단히 묶어주고 있다. 함께 달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승리보다 값진 교훈이 되었다.이의선 교사 또한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협동심이라고 언급했다. “농구는 5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 하기에 협동심을 가장 강조합니다. 연습할 때는 주로 실제 경기에서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을 위주로 하고, 협동을 위한 기초 체력을 보완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구일고 여자농구부 학생들이 미니게임을 앞두고손을 포개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오늘도 방과 후 연습을 하는 학생들.달궈진 코트를 힘차게 달리며 슛!
코트 너머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슛

학교 현장에서 체육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기효능감과 포용력을 키우는 중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2학년인 이서윤, 이서율 학생에게 농구는 성장의 밑거름이다. 체육 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이서윤 학생은 매일 레이업 슛을 연습하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서율 학생은 농구 코트 위에서 실수를 포용하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이들에게는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 우승뿐 아니라 또 다른 목표도 있다.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해왔는데, 학생들과 어른이 되어서도 같이 행복하게 농구하고 싶습니다.” 구일고 농구부 학생들은 함께 경기를 하면서 얻는 순수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훈련으로 4대4 반코트 미니 게임이 열렸다. 자유투를 꽂아 넣는 학생들의 모습 뒤로 이의선 교사의 따뜻한 시선이 머문다. 이의선 교사는 학생들이 농구에 열정을 쏟는 만큼 노력한다면 사회에 나가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제자들을 향한 깊은 신뢰를 보냈다.
“올해도 목표는 전국 대회 우승입니다!” 당찬 목소리로 포부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 뒤로 다시금 ‘꺄르르’ 웃음소리가 체육관을 채운다. 한쪽 손에는 농구공을, 다른 팔에는 서로 팔짱을 낀 채 환하게 웃는 학생들. 땀방울이 웃음이 되고, 그 웃음이 다시 승리가 되는 곳. 구일고 여자농구부의 2026년 시즌이 이제 막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mini interview

구일고등학교 여자농구부
이의선 체육건강부장

구일고등학교 여자농구부는 엘리트 선수가 아닌, 농구를 좋아하는 일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 창단 직후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 준우승, 1년 만인 2025년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구일고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 등교 1시간 전 아침 운동, 점심시간 스포츠 클럽 활동을 위한 체육관 개방, 그리고 방과 후 1~2시간의 체육활동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