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봐요?”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묻는
보편적 시청권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최가온·최민정·김길리 선수 등 대한민국 선수단이 값진 메달을 안겨줬지만 많은 국민은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SNS에는 “어디서 봐요?”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일부 주요 장면조차 시청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은 단순한 중계권 갈등을 넘어 스포츠를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길 권리, 즉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는 계기가 됐다.
글. 신영대 (주)스포츠플러스 대표
- 지상파 공동 중계가 사라진 올림픽
-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국내에서 지상파 공동 중계 없이 진행된 첫 올림픽이었다. JTBC가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계약을 통해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과 2026·2030년 FIFA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고, 이후 지상파 3사(KBS·MBC·SBS)와의 재판매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부분의 경기가 JTBC 채널과 자체 플랫폼을 통해 중계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 막식 시청률은 1%대에 머물 렀고 이는 과거 올림픽과 비교해 크게 낮아지는 수 준이었다. 국회에서도 올림픽 관심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이 어졌다. 막대한 중계권 비용 을 감수한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자 기반이 제한되면서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JTBC는 케이블·IPTV 재송출을 포함한 가시청 가구 비율이 방송법 기준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쟁점이 있다. ‘시청 가능하다’는 것과 ‘누구나 쉽게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제가 필요한 유료 플랫폼과 안테나만으로 시청 가능한 지상파 방송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 드러난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한계
-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2007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올림픽과 FIFA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는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제도의 한계를 보여줬다. 현행 규정에는 ‘무료 시청’ 조건이 명확히 포함돼 있지 않다. 케이블이나 IPTV 가입가구를 포함해 시청 가능 비율이 90%를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구조다. 과거에는 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존재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중계권을 확보하고 역할을 분담하던 ‘코리아 풀(Korea Pool)’ 구조다. 이 체계 덕분에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어느 채널을 틀어도 쉽게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 변화와 OTT 확산 속에서 이 협력구조는 점차 약화됐고 유명무실해졌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공공성과 시장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Listed Events’ 제도를 통해 올림픽과 FIFA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가 유료 방송으로 독점 중계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호주는 ‘안티 사이포닝(Anti-Siphoning)’ 제도를 통해 유료 방송사가 무료 방송사보다 먼저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일본 역시 공영방송 NHK와 민영 지상파가 주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안정적으로 중계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스포츠 중계를 단순한 상업 콘텐츠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공공적 이벤트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 월드컵을 앞둔 지금 필요한 논의
-
동계올림픽 이후 스포츠 중계 접근성과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관련해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청 환경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단순한 방송 콘텐츠를 넘어 사회적 경험의 성격을 지닌다. 같은 장면을 보며 함께 환호하고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감정이 형성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순간들이 국민적 기억으로 남은 것도 모두 같은 화면을 함께 봤기 때문이다.
이제 6월 북중미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남긴 논쟁은 단순한 중계권 갈등을 넘어 ‘스포츠 중계의 공공성과 시장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포츠는 국민을 하나로 묶어왔다. 그 감동이 온전히 공유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동일한 경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누구나 같은 화면 앞에서 태극전사를 응원할 수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보편적 시청권이 지향해야 할 본래의 의미일 것이다.
글을 쓴 신영대 (주)스포츠플러스 대표는 2005년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인 (주)스포츠플러스를 설립하여 언론 홍보와 스포츠 이벤트 운영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경향》, 《한스경제》 등 주요 언론사에 스포츠 마케팅 및 관련 법률에 관한 깊이 있는 기고문을 연재하며 스포츠 산업의 맥을 짚는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